[카테고리:]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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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장조, Op.73 ‘황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보다 먼저 터졌다
지휘자의 팔이 올라가기도 전에 피아노가 먼저 터집니다. 1809년, 나폴레옹의 포탄이 빈을 덮을 때 베토벤은 지하실에서 쿠션을 귀에 댄 채 이 곡을 쓰고 있었습니다. 청각을 잃어가는 남자가 더 이상 무대에서 직접 칠 수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피아노를 위한 가장 당당한 곡을 써냈거든요. ‘황제’라는 별명은 정작 베토벤 본인이 붙인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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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바이올린이 먼저 노래하는 6년의 집착
오케스트라 서주가 없습니다. 독주 바이올린이 첫 마디부터 직접 노래하거든요. 멘델스존은 이 파격적 구조를 6년 동안 다듬었습니다. 친구이자 라이프치히 악장 페르디난트 다비트의 바이올린을 떠올리며 쓴 선율이죠. 세 악장이 쉼 없이 이어지는 구조도 당시엔 전례가 없었습니다. 입문자가 가장 먼저 빠져드는 협주곡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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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리스트가 초견으로 쳐버린 무명 청년의 악보
1870년 로마, 유럽 최고의 피아니스트 리스트가 이름 모를 노르웨이 청년의 악보를 펼쳤습니다. 초견으로 오케스트라 파트까지 피아노 한 대로 소화하며 끝까지 쳐버렸거든요. 노르웨이라는 나라 자체가 음악 지도에 없던 시절, 스물여섯 살 그리그의 a단조 협주곡은 그렇게 유럽 무대에 올라섰습니다. 1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첫 하강 선율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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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단조, Op.23
처참히 까이고도 한 음도 안 고쳤다
1874년 크리스마스이브, 모스크바 음악원. 차이콥스키가 떨리는 손으로 새 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청중은 단 두 명뿐이었고, 그중 하나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이었거든요. 연주가 끝나자 루빈스타인은 곡을 완전히 쓸어버렸습니다. 차이콥스키는 한 음표도 고치지 않겠다 선언했고, 그 협주곡은 대서양을 건너 보스턴에서 세계를 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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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 이중 협주곡 a단조, Op.102
거절할 수 없게 설계된 화해의 협주곡
30년 우정이 편지 한 통에 틀어진 뒤, 브람스는 거절할 수 없는 화해의 방법을 택합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한 무대에 서야만 완성되는 이중 협주곡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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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
아버지와 법정까지 싸운 사랑의 첫 음표
손가락 부상으로 무대를 영영 떠난 슈만이 악보 첫 음에 클라라(C-la-ra)를 숨겼습니다. 클라라의 아버지 비크와 법정까지 싸운 끝에 얻은 결혼이었거든요. 그 기쁨이 협주곡 첫 음표에 새겨진 겁니다. 1악장은 원래 독립된 환상곡이었고, 5년 뒤에야 나머지 두 악장이 붙었습니다. 한 여자를 향한 집착이 형식까지 바꿔버린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