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협주곡

  •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C장조 Op.15

    출판사가 나중에 완성된 곡에 1번을 붙인 이유

    번호가 1번인데 먼저 완성된 곡은 2번이었습니다. 출판사 아르타리아는 더 세련된 C장조 협주곡에 1번을 붙였고 그 선택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스물네 살 베토벤이 빈 부르크테아터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며 자신을 증명한 이 협주곡에는 모차르트의 그림자와 훗날 황제 협주곡의 씨앗이 공존합니다. 초고부터 출판까지 거의 10년. 그 시간 동안 고치고 또 고친 흔적이 악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입문곡으로 지금도 1순위인 이유를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5번 C장조 K.503

    200년 동안 잊힌 협주곡이 최고작이 된 경위

    오전에는 피아노 협주곡 K.503. 오후에는 ‘프라하’ 교향곡 K.504. 서른 살 청년이 이틀치 작업을 하루 만에 해치운 거냐고요? 아닙니다. 두 작품 모두 그의 전 생애를 통틀어 최정점에 놓인 결과물이거든요. 그냥 그게 모차르트였습니다. 참고로 ‘프라하’ 교향곡도 당시 빈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12월 4일, 모차르트는 빈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음악을 두 편이나 써낸 셈입니다.

  • 차이콥스키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G장조 Op.44

    제자가 뜯어고쳐 58년을 잠든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1번의 그늘 뒤에, 차이콥스키 자신이 더 아꼈던 협주곡이 있습니다. 2악장엔 바이올린과 첼로가 피아노와 함께 삼중 협주곡처럼 펼쳐지는 구간이 등장합니다. 협주곡인데 피아노가 한참을 비켜서야 하는 이 구조가, 처음 듣는 귀엔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오래 들어온 이 협주곡이 차이콥스키 원래 설계와 다를 수 있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467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467

    완성 16시간 뒤 직접 무대에 오른 협주곡

    마지막 음표를 적은 게 초연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1785년 3월 9일 완성하고 다음 날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직접 독주 피아노를 맡아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달 전에 이미 K.466 d단조 협주곡도 써낸 직후였으니 그 속도가 믿기지 않을 겁니다. 급조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특히 2악장 안단테는 1967년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삽입된 뒤 전 세계 청중의 귀에 박혔습니다. 모차르트 27개 피아노 협주곡 중 입문 1순위로 꼽히는 이유가 이 한 곡 안에 전부 들어 있습니다.

  • 바흐 – 바이올린 협주곡 E장조 BWV 1042

    바흐 – 바이올린 협주곡 E장조 BWV 1042

    악보가 사라졌는데도 살아남은 협주곡

    1717년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칸토르 자리도, 바이마르의 궁정 오르가니스트 자리도 아닌, 쾨텐이라는 작은 도시의 궁정 악장직을 맡았습니다. 이 도시에서 그를 고용한 레오폴트 공작은 칼뱅파 개신교 신자였거든요. 칼뱅파 교회에서는 화려한 음악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바흐는 종교 칸타타 대신 세속 음악, 기악곡, 협주곡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얻었습니다.

  • 비발디 – 사계 Op.8 No.1-4

    200년간 창고에 묻혀 있던 국민 클래식

    엘리베이터, 피자 광고, 웨딩홀 BGM.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이 멜로디가 무려 200년간 먼지 속에 파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1741년 비발디가 쓸쓸히 세상을 떠난 뒤, 악보는 헐값에 귀족의 창고로 팔려 나갔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이 걸작을 세상이 되찾은 건 무려 1927년의 일이었습니다. 두 번 죽었다가 두 번 부활한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이야기입니다.

  • 차이콥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차이콥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연주 불가능" 판정받은 협주곡이 세계 4대 명곡이 됐습니다

    1878년 스위스 클라랑. 결혼 생활의 참담한 실패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떠나온 차이콥스키는 심신이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제자 코테크가 연주한 랄로의 바이올린곡이 불꽃처럼 영감을 던졌고, 단 4주 만에 이 협주곡의 초고가 완성됩니다. 그러나 헌정받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어는 악보를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습니다. 3년 뒤 용기 있는 브로드스키가 빈 무대에 올렸을 때, 객석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장조, Op.83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장조, Op.83

    브람스 본인은 이 50분짜리 협주곡을 편지에 '아주 작은 협주곡'이라 적었습니다

    1859년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이 하노버 초연에서 야유를 받은 뒤 브람스는 22년 동안 이 형식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1878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다시 펜을 들어 1881년 완성한 이 곡은 연주 시간만 50분에 달하죠. 협주곡이지만 4악장 구조에 첫 음은 피아노가 아닌 호른이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악장에서 독주 피아노는 첼로에게 주인공 자리를 기꺼이 내어줍니다.

  •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

    초연에서 혹평받자 악보를 봉인하고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1904년 2월 헬싱키. 공연이 끝나자 신문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시벨리우스는 곧바로 초판 악보를 봉인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전혀 다른 곡이 베를린에서 울렸죠. 지금 우리가 듣는 이 협주곡은 그 실패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 곡엔 더 깊은 사연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지만 포기해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요.

  •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조세피나가 평생 가장 좋아했던 노래를 드보르자크는 죽어가는 그녀를 위해 악보 속에 숨겼습니다

    뉴욕에서 체코 귀환을 준비하던 1895년 봄, 드보르자크는 자신이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처제이자 첫사랑이었던 조세피나 체르마코바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