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
- 루트비히 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곡명
- 교향곡 4번 B♭장조, Op.60
- 작곡 기간
- 1806년 여름, 헝가리 마르톤바샤르 브룬스비크 영지
- 악장
- 4악장
I. Adagio — Allegro vivace (b♭단조 → B♭장조)
II. Adagio (E♭장조)
III. Allegro vivace · Trio: Un poco meno allegro (B♭장조)
IV. Allegro ma non troppo (B♭장조)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비바체
2악장 아다지오
3악장 알레그로 비바체와 트리오
4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 편성
- 플루트,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악 5부 (1·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 초연
- 1807년 3월, 비엔나 로프코비츠 궁 사적 연주회
지휘: 루트비히 판 베토벤 - 헌정
- 프란츠 폰 오페르스도르프 백작 (Franz von Oppersdorff)
- 연주 시간
- 약 33분
1807년 3월 비엔나 로프코비츠 궁. 슐레지엔에서 마차를 타고 온 오페르스도르프 백작은 그날 자신이 산 5번 교향곡이 다른 후원자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는 꼴을 봅니다. 백작이 5번 선금으로 베토벤에게 보낸 돈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날 같은 무대에서 함께 초연된 곡이 오늘날 우리가 ‘교향곡 4번’이라고 부르는 작품이었습니다. 5번 대신 건네받은 위로곡이었던 셈입니다.

500플로린의 함정 — 오페르스도르프가 산 것은 4번이 아니었다
오페르스도르프는 슐레지엔의 영주였습니다. 자기 영지에 전속 오케스트라까지 두고 있었으니, 음악 후원에는 꽤 진심이었습니다. 1806년, 그는 새 교향곡 값으로 베토벤에게 500플로린을 보냈습니다.
백작은 한 곡으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곧이어 “다음 교향곡도 내 것”이라며 5번 교향곡 선금도 보냈습니다. 베토벤은 그 돈도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5번을 라주모프스키 백작과 로프코비츠 후작에게 사실상 다시 넘겼습니다.
클래식사 연구자 루이스 록우드는 ‘Beethoven: The Music and the Life'(2003) 213쪽에서 이 사건을 ‘이중 헌정’이라는 점잖은 말로 부르지만, 실제로는 이중 매매에 가깝습니다. 오페르스도르프 손에 들어온 건 5번이 아니라 4번이었습니다. 5번을 사고 4번을 받은 셈입니다.
한국어 클래식 해설은 대개 이 사건을 “오페르스도르프 백작에게 헌정”이라는 한 줄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헌정이 아니었습니다. 보상금 대신 떠안긴 곡이 오늘날 우리가 ‘베토벤 4번’이라고 부르는 작품입니다. 백작 입장에서는 5번 값까지 미리 냈는데 손에 쥔 건 다른 곡 한 장뿐이었습니다. 후원자를 상대로 한 사기에 가깝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4번이 1807년 3월 비엔나에서 초연될 때 같은 무대에 오른 곡들은 코리올란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습니다. 오페르스도르프는 자신이 사놓은 5번 자리에 4번이 들어간 그 무대를 끝까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마르톤바샤르의 여름 — 5번 1악장은 이미 노트에 있었다
1806년 여름, 베토벤은 비엔나가 아니라 헝가리 마르톤바샤르에 있었습니다. 브룬스비크 백작 가문의 영지였습니다. 그곳에서 뭘 하고 있었느냐. 백작의 누이 요제피네 브룬스비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짝사랑에 빠져 작곡 일정을 미뤄두던 시기였습니다.
동시에 그는 5번 교향곡 1악장을 한창 붙들고 있었습니다. 스케치북 ‘Mendelssohn 15’에는 c단조의 그 유명한 4음 동기 — ‘따따따단’ — 이 이미 적혀 있습니다. 4번이 시작되기 전부터 말입니다. 한국어 해설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사실이지만, 통념상으로는 “4번 다음에 5번”이어도 실제 작곡 순서는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베토벤은 쓰고 있던 5번을 잠시 멈추고 4번을 먼저 끝냈습니다. 변덕이었을까. 오페르스도르프에게 보낼 곡이 급했을까. 아니면 헝가리의 여름이 그를 다른 색으로 이끌었을까. 아무도 모릅니다.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 베토벤이 5번을 멈추지 않았다면 4번이라는 교향곡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4번은 5번의 탄생을 늦춘 막간극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막간극이 33분짜리 교향곡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영국 음악학자 배리 쿠퍼가 ‘Beethoven'(2008) 13장에서 지적했듯이, ‘따따따단’은 4번이 끼어들기 전부터 노트 한 페이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b♭단조에서 솟구치는 38마디 — 길을 잃게 만드는 서주
1악장 첫 음을 듣는 순간 청자는 길을 잃습니다. 베토벤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조성이 수상합니다. 곡 전체는 B♭장조인데 도입부 38마디는 b♭단조에 머무릅니다. 1806년 무렵, 교향곡 1악장 서주를 단조로 여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도 좀처럼 하지 않던 일입니다. 베토벤이 그걸 했습니다.
게다가 이 38마디는 가만히 있지도 않습니다. 화성은 자꾸 딴 길로 미끄러집니다. 어두운 색조에서 잠깐 빠져나오는가 싶으면 다시 b♭단조로 돌아옵니다. 그러다 또 어딘가로 흘러갑니다. 청자는 “이 곡은 어느 조에서 시작되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38마디 동안 답을 얻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마디 39에서 갑자기 전곡이 B♭장조 알레그로 비바체로 솟구칩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 라는 진부한 비유로는 부족합니다. 어디인지도 모르고 헤매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붙들려 환한 곳으로 끌려 나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영국 음악학자 도널드 토비는 ‘Essays in Musical Analysis'(1935)에서 이 38마디를 “음악사상 가장 신비로운 도입부”로 꼽았습니다. 토비가 빈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 이건 사실상 극찬입니다. 이 도입부의 그림자는 17년 뒤 9번 교향곡 1악장 서주에 다시 길게 드리웁니다. 베토벤이 자기가 만든 수법을 다시 꺼내 든 셈입니다.
📜 악보 지점: 베토벤 교향곡 4번 1악장 마디 1~38 도입부 (IMSLP 링크 미등록)
지휘자에게 이 38마디는 곡 전체의 문턱입니다. 여기서 해석이 갈립니다. 어둠을 어둠으로 남겨둔 채 마디 39를 날카롭게 밀고 들어가는 지휘자가 있고, 도입부를 매끈하게 풀어내는 지휘자가 있습니다. 같은 4번이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손에서는 길 잃은 38마디로 들리고, 어떤 손에서는 그저 우아한 서곡으로 들립니다.
세계 모든 오케스트라 오디션이 요구하는 그 8마디
4악장은 관객 입장에서 가장 가벼운 악장입니다. 16분음표가 끝없이 흘러가는 무궁동(perpetual motion) — 빠르고, 즐겁고, 우아합니다.
그런데 무대 위 바순 주자에게는 정반대입니다. 마디 184 부근, 발전부가 끝나고 재현부로 들어가기 직전 1바순 솔로가 등장합니다. 8마디 동안 다른 악기가 거의 사라지고, 바순 혼자 16분음표를 빠르게 굴려야 합니다.
빠른 바순 솔로가 아주 희귀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바순은 애초에 빠른 패시지와 그리 친한 악기가 아닙니다. 둘째, 이 솔로는 “여기 솔로가 있다”고 드러내놓고 등장하지 않고 슬쩍 모습을 보입니다. 관객은 그저 가벼운 4악장이 흘러가는 줄로만 압니다.
그래서 이 8마디는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 바순 오디션의 단골 발췌곡이 됐습니다. International Musician 발췌곡 가이드와 IMG Artists 오디션 자료에서 베토벤 4번 4악장이 빠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빈 필, 베를린 필, 보스턴 심포니, LA 필 — 유명 오케스트라의 바순 연주자 자리에 지원하려면 마디 184부터 191까지를 외워서 들어가야 합니다.
정작 관객은 잘 모릅니다. 4악장이 끝나고 박수가 나올 때, 무대 한쪽에서 1바순 주자가 살짝 어깨를 푸는 작은 동작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디션에서 모두가 떨며 연주하는 그 8마디를 무사히 지나온 안도였던 것입니다.
📜 악보 지점: 베토벤 교향곡 4번 4악장 마디 184~191 바순 솔로 (IMSLP 링크 미등록)
베토벤이 왜 하필 바순에게 이 자리를 주었는지를 두고는 두 가지 설이 오갑니다. 하나는 바순의 굵은 음색이 무궁동 한가운데서 유난히 다른 색을 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냥 베토벤이 바순 주자에게 장난을 걸었다는 조금 짓궂은 추측입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 200년 동안 전 세계 바순 주자들은 4번 4악장을 보면 손이 굳습니다.
네 악장이 그리는 네 표정 — 1악장부터 4악장까지
1악장 Adagio — Allegro vivace
도입부 38마디는 앞에서 다뤘으니 마디 39 이후를 보겠습니다. 1주제는 가벼운 도약으로 출발합니다. 슈만이 이것을 듣고 ‘그리스 처녀’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된 바로 그 우아함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섹션에서 다룹니다.
발전부 중간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베토벤이 도입부의 b♭단조를 다시 끌고 옵니다. 마치 “어느 조에서 시작했는지 잊으셨나요?”라고 묻듯 짧게 어둠을 한 번 더 보여준 다음, 재현부에서 다시 B♭장조로 돌아옵니다.
끝낼 때도 베토벤은 우아함만 남기지 않습니다. 끝부분(코다)에서 한 번 더 화성을 비틀고 나서야 마침표를 찍습니다. 가벼워 보이는 1악장 이면에 도입부의 어둠이 계속 주석처럼 따라붙습니다.
2악장 Adagio
첼로의 박동 위로 1바이올린이 긴 노래를 펼칩니다. 구조는 단순하게 들리지만, 베토벤이 박동을 일정하게 붙들고 있는 동안 그 위의 선율은 자유롭게 숨을 쉽니다.
베를리오즈는 ‘A Travers Chants'(1862)에서 이 악장을 두고 묘한 말을 남겼습니다. “천사 이스라필이 심장 줄을 켜는 듯하다.” 이슬람 천사의 이름을 끌어다 쓴 비유인데, 19세기 프랑스 음악 평론에 이슬람 천사가 등장한다는 사실부터가 의외입니다. 그만큼 베를리오즈가 이 악장에 사로잡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듣는 사람마다 평은 갈립니다. 누군가에게는 4번 전체에서 가장 따분한 악장이고, 누군가에게는 베토벤의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깊은 노래입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 박동 위에서 선율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따라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3악장 Allegro vivace · Trio
악보상 이름은 메뉴엣이지만 실제로는 스케르초에 가깝습니다. 메뉴엣의 점잖은 박자는 사라지고, 음악은 빠르게 몰아붙입니다.
메뉴엣 사이에 끼어드는 대조 단락(트리오)에서는 목관이 색채를 한꺼번에 풀어놓습니다. 오보에·클라리넷·바순이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데, 4악장 마디 184 바순 솔로의 예고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베토벤이 바순에게 건넬 농담을 트리오에서 미리 한 번 던져둔 셈입니다.
메뉴엣과 트리오를 두 번씩 반복하는 구조 자체도 모차르트·하이든의 표준에서 한 발짝 비켜난 형태입니다. 베토벤은 슬쩍 형식을 늘려놓고, 늘려놓았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게 마무리합니다.
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16분음표 무궁동이 끝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한 번 시동이 걸리면 마지막 마디까지 엔진이 식지 않는 악장입니다.
마디 184 바순 솔로는 앞에서 다뤘으니 코다를 보겠습니다. 마지막 18마디 직전, 베토벤은 갑자기 박자를 흐트러뜨립니다. 무궁동이 잠깐 멈칫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정렬을 맞추고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달려왔으니 한 번 숨 쉬고 가지요”라고 농담을 건네는 듯합니다.
4악장이 끝나는 순간 청자는 33분이 지났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것이 4번의 가장 큰 매력이고, 동시에 한국에서 5번·3번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인상으로 강하게 남기에는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곡 — 한 번 듣고 나면 두 번째에 비로소 무궁동의 단단함이 들립니다.
두 거인 사이에 낀 처녀 — 슈만 인용을 잘못 옮긴 한국어 해설
한국어 클래식 해설에서 베토벤 4번 항목에 슈만 인용이 빠진 글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두 북유럽 거인 사이에 낀 가냘픈 그리스 처녀” — 대부분 이 문장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상당수가 이 문장을 잘못 옮깁니다.
슈만이 이 문장을 쓴 것은 1835년 라이프치히의 ‘Neue Zeitschrift für Musik’에 실린 짧은 비평에서였습니다. 원문은 독일어로 “eine schlanke griechische Maid zwischen zwei Nordlandriesen”입니다. 두 북유럽 거인은 명백히 3번 영웅과 5번 운명을 가리킵니다.
한국어 해설에서 흔히 보이는 해석은 “4번이 3번·5번에 비해 약하다는 슈만의 평”입니다. 하지만 뜻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슈만의 의도는 “두 거인 사이에서 우아함이 더 돋보인다”는 칭찬에 가깝습니다. 슈만 본인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4번을 자주 다뤘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그가 4번을 약한 곡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한 줄짜리 인용이 한국어로 옮겨지는 동안 어디서 의미가 뒤집혔는지는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이것입니다. 베토벤 4번을 “약한 곡, 그래도 들을 만한 곡”으로 소개하는 한국어 해설은 슈만을 잘못 읽은 결과입니다.
슈만은 4번을 약하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거인 사이에 낀 처녀가 어느 쪽보다 더 아름다운가 — 그것은 듣는 사람의 취향이지, 슈만이 정해준 답이 아니었습니다.
3번과 5번 사이에서 4번이 살아남은 이유
3번 영웅은 50분이 넘습니다. 5번 운명은 35분이고 도입부부터 청자를 붙잡습니다. 4번은 33분이고, 도입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조용히 손목을 잡습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베토벤 교향곡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 9번 합창부터 들려주면 대부분 부담스러워합니다. 5번을 권하면 첫 4음에 압도되거나 긴장하곤 합니다. 4번은 도입부 38마디의 신비를 통과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가볍습니다. 처음 듣는 베토벤 교향곡으로 이만한 곡도 드뭅니다.
바그너는 ‘Über das Dirigieren'(1869)에서 4번을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영웅 서사가 없으니 자신의 미학과 잘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반대로 멘델스존은 라이프치히에서 4번을 자주 지휘했습니다. 영웅 서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4번을 사랑한 셈입니다.
베토벤을 영웅·운명·환희의 3종 세트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4번은 그 도식을 깨주는 입구가 됩니다. 베토벤에게는 가벼운 베토벤도 있었습니다. 가볍다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 가벼운 표면 아래 38마디짜리 어둠을 숨겨놓는 베토벤입니다.
추천 연주 영상
베토벤 4번을 한 장만 고르라면 카를로스 클라이버 + 바이에른 슈타츠카펠레, 1982년 라이브(Orfeo)입니다. 다른 후보를 떠올려도 이 선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클라이버가 평생 정식 녹음한 교향곡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10곡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목록 안에 베토벤 4번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명은 반쯤 끝납니다. 그가 평생 진지하게 다룬 교향곡 한 자리를 4번이 차지한 것입니다. Gramophone의 ‘Greatest Recordings’ 목록에도 이 음반이 여러 차례 들어갔습니다.
도입부 38마디를 들어보면 클라이버가 무엇을 했는지 곧바로 들립니다. 다른 지휘자들이 b♭단조의 어둠을 부드럽게 풀어내려 한다면, 클라이버는 그 어둠을 어둠으로 남겨두고 마디 39의 진입을 날카롭게 밀어 넣습니다. 4악장 마디 184 바순 솔로에서는 바이에른 슈타츠카펠레 1바순이 16분음표 8마디를 흠잡을 데 없이 흘려보냅니다.
제가 이 음반을 1순위로 두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 도입부의 어둠을 끝까지 어둠으로 남겨두는 거의 유일한 녹음이기 때문입니다. 단, 이 해석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베토벤 4번을 “우아하고 가벼운 교향곡”으로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클라이버의 단단함이 도리어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카라얀 1962년 베를린 필 사이클(DG)이 더 잘 맞습니다. 매끈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모든 마디가 깨끗하게 정렬됩니다.
또 다른 비교 대상으로는 푸르트벵글러가 1952년 빈 필하모닉과 남긴 라이브가 있습니다. 옛 거장의 4번이 어떻게 들렸는지 알고 싶다면 한 번쯤 들어볼 만합니다. 다만 음질을 감수할 준비는 필요합니다 — 1952년 녹음이니까요.
결론은 단순합니다. 첫인상은 클라이버 1982년으로 잡는 편이 좋습니다. 카라얀의 매끈함과 푸르트벵글러의 굵직함은 그다음에 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4번을 잘못 들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입구가 클라이버 1982년이기 때문입니다.
악보와 함께 듣기
1악장 도입부 38마디와 4악장 마디 184~191 바순 솔로, 이 두 군데를 악보와 함께 따라가면 베토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가장 분명하게 보입니다. IMSLP에는 Breitkopf & Härtel 1862년 초판이 공개돼 있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도입부에서는 흐름을 따라가다가 마디 39에서 B♭장조 알레그로 비바체로 들어서는 지점을 표시해두고 들으면, 어둠과 빛의 경계가 마디 단위로 보입니다. 4악장 바순 솔로는 16분음표 패시지 자체가 짧으니 마디 184부터 191까지 손가락으로 한 번 따라가보시길 권합니다 — 관객석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던 그 8마디의 노출감이 단번에 보일 것입니다.
📜 악보 지점: 베토벤 교향곡 4번 1악장 마디 1~38 도입부 b플랫단조에서 B플랫장조 폭발 (IMSLP 링크 미등록)
📜 악보 지점: 베토벤 교향곡 4번 4악장 마디 184~191 바순 노출 솔로 (IMSLP 링크 미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