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명
- 독일 레퀴엠 (Ein deutsches Requiem, nach Worten der heiligen Schrift)
- 작곡가
-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 - 작품번호
- Op. 45
- 작곡 시기
- 1865~1868년
- 악장 구성
- 7 movements
1.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Blessed are they that mourn)
2. 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 (For all flesh is as grass)
3. Herr, lehre doch mich (Lord, make me to know mine end)
4. 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 (How lovely is thy dwelling place)
5. Ihr habt nun Traurigkeit (And ye now therefore have sorrow)
6. 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 (For here have we no continuing city)
7. Selig sind die Toten (Blessed are the dead) - 연주 시간
- 약 65~80분
- 초연
- 1868년 4월 10일, 독일 브레멘 대성당 (6악장 버전)
- 편성
- 소프라노, , 합창, 오케스트라, 오르간(선택)
1867년 12월 1일 밤, 빈의 음악 애호가들은 당대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의 새 대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브람스가 무려 3년 넘게 매달려온 레퀴엠을 드디어 공개하는 자리였지요. 하지만 그 결과는 그야말로 재앙.
3악장이 시작되자 팀파니 주자가 악보를 무시해 버렸더군요. 아주 조용하게(피아니시모) 연주해야 할 부분에서 북을 그야말로 쾅쾅 두들긴 겁니다. 합창과 현악은 거대한 드럼 소리에 속절없이 묻혀버린 셈입니다. 청중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비평가들은 다음 날 “혼란스럽고 지루하다”는 혹평을 쏟아냈죠. 브람스는 이 작품을 서랍 속에 영원히 처박아버릴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뒤, 브레멘 대성당에서 이 곡은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되더군요. 공연이 끝나자 성당 안은 깊은 침묵에 잠겼고, 이내 터져 나온 박수갈채는 멈출 줄을 몰랐거든요. 클라라 슈만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며, 브람스는 그날 밤으로 유럽 음악계의 중심인물이 된 셈입니다.
팀파니 주자 한 명이 망쳐버린 초연. 그리고 5개월 뒤의 극적인 성공.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이처럼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13년의 레퀴엠
브람스가 레퀴엠을 처음 구상한 것은 1854년 무렵이었을까요? 당시 그의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로베르트 슈만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거든요.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곁에서 도우며, 당시 작업하던 피아노 소나타 느린 악장에서 레퀴엠의 씨앗 같은 선율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작업은 10년 넘게 미뤄진 채였죠.
1865년 2월 2일, 브람스의 어머니 크리스티아네가 세상을 떠납니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함부르크로 달려갔지만, 안타깝게도 임종을 지키지는 못했더군요. 기차가 너무 늦게 도착한 까닭입니다. 그날 이후, 그는 멈췄던 레퀴엠 작업을 다시 손에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브람스는 단 한 번도 이 곡을 ‘어머니를 위한 레퀴엠’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점. 클라라 슈만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저 “일종의 독일 레퀴엠(eine Art von deutschem Requiem)”을 쓰고 있다고만 적었거든요. 직접적인 헌정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던 겁니다.
반면 클라라는 이 곡을 듣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군요. 특히 5악장 소프라노 솔로 “이제 너희가 근심하거니와(Ihr habt nun Traurigkeit)”에서 더욱 그랬다고 합니다. 브람스가 이 5악장을 추가한 시점 또한 무척 의미심장한 셈입니다. 성공적인 브레멘 초연(1868)이 끝난 뒤에야, 이미 완성된 여섯 악장 구조에 굳이 하나를 더 끼워 넣은 것이지요.
브람스는 왜 이 악장을 추가했는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을까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침묵입니다.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 성경 — 브람스가 뒤집은 전통
레퀴엠 하면 보통 모차르트, 베르디, 포레를 떠올리게 되죠.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모두 라틴어로 된 가톨릭 장례 미사 텍스트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브람스는 그 오랜 전통을 거부했더군요.
그는 루터 성경에서 직접 독일어로 된 구절들을 골라냈거든요. 게다가 선곡 기준도 아주 독특했습니다. 전통 레퀴엠의 핵심인 ‘진노의 날(Dies Irae)’을 의도적으로 빼버린 겁니다.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하라”가 아닌 “슬픔 중에 있는 자가 복이 있다”로 시작하는 이 곡은,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아닌 살아남은 자를 위한 위로인 셈입니다.
브람스의 종교관 또한 무척 흥미로운 지점. 그는 공식적인 신자가 아니었고, 교회에 규칙적으로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인류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종교 합창곡 중 하나를 썼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았을까요?
한 전기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브람스는 신을 믿지 않았을지 몰라도, 인간의 고통과 위로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실제로 가사를 살펴보면 내세나 부활보다 지금 여기, 이 땅에 발 딛고 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1악장 후반부의 “좋은 씨 뿌리며 울며 나가는 자,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라는 구절이야말로, 죽은 자가 아닌 살아남아 슬픔을 감당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인 까닭입니다.
훗날 브람스는 “‘독일’이라는 단어를 기꺼이 ‘인간의’라는 단어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는 특정 종교나 국가를 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고백일 겁니다.
감정의 여정 — 7개 악장 구조
7개 악장은 단순히 순서대로 나열된 것이 아니랍니다. 마치 아치(arch)처럼 대칭을 이루는 구조습니다. 1악장과 7악장, 2악장과 6악장이 서로 거울처럼 마주 보는 식으로, 전체가 하나의 감정적 여정을 이루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셈입니다.
1악장 — 슬픔 속의 위로
D단조의 느린 장례 행진곡 리듬.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하지만 이상하게도 장례 음악인데 어딘가 따뜻한 기운이 감돌더군요. 저음 현악기가 발을 끌 듯 내려앉으면, 목관악기가 그 위를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합창이 유니즌으로 시작해 여러 성부로 펼쳐지다 마지막에 “시온에 이르러 기쁨으로 노래함을 얻으리니”라는 구절에 다다르면, 단조에서 잠시 장조의 문이 열리는 겁니다. 슬픔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듯한 이 첫 악장이야말로, 이 곡 전체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2악장 — 육체는 풀과 같다는데, 그게 왜 위로가 되나
브람스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악장 중 하나일 겁니다. B♭단조 행진곡으로 시작하는데, “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라는 가사와 함께 합창이 무겁게 발을 맞춰 걷습니다. 15분짜리 악장의 전반부는 솔직히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오죠.
그런데 후반부에 완전히 다른 음악이 펼쳐집니다. 템포가 빨라지고 조성이 C장조로 바뀌면서, “aber des Herrn Wort bleibet ewiglich(주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라는 가사를 합창이 포르테로 터뜨리더군요. 장례식 음악이 순식간에 승리의 찬가로 바뀌는 순간인 셈입니다. 이걸 경험하고 나면 앞의 그 무거운 행진이 왜 필요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셈이죠. 이 악장을 처음 들으면 “이게 정말 같은 악장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3악장 — 바리톤이 혼자 남을 때
바리톤 독창과 합창의 대화. “Herr, lehre doch mich(주여, 나의 종말을 알게 하시고).”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죽음을 마주합니다. 그런데 이 가장 내밀한 악장이 빈 초연에서 팀파니 때문에 폭발해 버렸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지요. 가장 시끄러운 재앙을 맞은 가장 조용한 악장이라니 말입니다.
악장 후반부에는 웅장한 푸가(Fugue)가 등장하습니다. “Die Seelen der Gerechten sind in Gottes Hand(의인의 영혼은 하나님의 손에 있고).” 여러 성부가 뒤엉키며 쌓아 올리는 건축물 같은 이 음악은, 브람스가 얼마나 정교하게 대위법을 구사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일 겁니다.
4악장 — 장소를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
D장조, “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주의 집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이 악장은 곡 전체에서 가장 자주 따로 연주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합창은 물 흐르듯 움직이고, 음악 전체가 탁 트인 공간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현악과 목관이 서로를 따라가며 짜내는 부드러운 직물 같은 이 음악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예쁜 음악이 레퀴엠에 있다고?”라며 놀라곤 합니다. 바로 그것이 브람스의 의도였던 셈입니다. 죽음 이후의 장소를 공포가 아닌 아름다움으로 그려낸 까닭입니다.
5악장 — 소프라노가 전하는 말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의 G장조. “Ihr habt nun Traurigkeit(이제 너희가 근심하거니와).” 전체 7악장 중 가장 짧고, 유일하게 소프라노가 전면에 나서는 악장입니다.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는 구절이 부드럽게 반복되지요. 이 악장이 나중에 추가되었다는 사실은 앞에서 말씀드렸을 겁니다. 브레멘 초연 이후 삽입였습니다. 드라마틱한 6악장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이 악장이 없었다면 전체 흐름은 어땠을까요?
6악장 — 죽음아, 네 승리가 어디 있느냐
바리톤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전체 7악장 중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적인 악장. C단조로 시작하며 “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우리가 여기는 영구한 도성이 없고)”라는 가사를 트롬본이 무겁게 연주합니다. 중반부에서 분위기는 극적으로 바뀌습니다. 바리톤 독창자가 “Tod, wo ist dein Stachel?(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라고 외치면, 오케스트라가 불꽃처럼 반응하더군요. 이어지는 합창 푸가 “Herr, du bist würdig(주여, 주는 영광과 존귀와 능력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시도다)”는 그야말로 압도적일 겁니다. 좋은 바리톤을 만나면 이 악장 하나만으로도 공연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악장이랍니다.
7악장 — 처음으로 돌아오며
D장조, “Selig sind die Toten(이제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1악장의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가사와 거울처럼 대응하는 텍스트입니다. 조성 또한 1악장의 D단조에서 D장조로 바뀌었지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완벽한 마무리인 셈입니다. 65분이 넘는 긴 여정을 마친 뒤 찾아오는 이 마지막 악장의 울림은 정말 남다르습니다. 마치 음악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온 듯한 느낌. 어둠이 걷히고 문이 열리는 듯한 장엄한 피날레입니다.
초연 성공 후 유럽을 정복한 방식
브레멘 초연의 성공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해 여름, 클라라 슈만은 편지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이 곡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아버렸습니다. 마지막 음이 울리는 순간,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합창 음악임을 알았습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브람스가 32세에 시작해 35세에 완성한 이 곡은, 불과 3년 만에 유럽 전역의 표준 레퍼토리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초연 실패를 딛고 일어선 놀라운 성공담이지요.
그런데 이 곡의 성공 배경에는 아이러니한 지점도 있습니다. 당시 독일은 통일 전쟁으로 수많은 전사자가 발생했고, 이들을 추모할 음악이 절실히 필요했던 까닭입니다. 브람스가 민족주의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레퀴엠’이 그 시대적 공백을 채운 셈입니다.
정작 브람스 자신은 이 점을 불편해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곡이 특정 시대나 사건에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 곡은 어느 시대에나 해당하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그의 바람은, 1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곡이 연주되는 것을 보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 곡이 클래식 입문자에게 적합한 이유
클래식 입문 콘서트에서 이 곡을 선택하는 지휘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교향곡보다 긴 이 곡을 초보자에게 권하는 것이 모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의외로 성공 사례가 많더군요.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에는 노래하는 텍스트가 있습니다. 추상적인 교향곡과 달리 “무슨 이야기를 하는 음악인지”가 명확합니다. 가사가 독일어라도 번역을 미리 읽고 가면 각 악장에서 무슨 감정이 오가는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음악 이론을 몰라도 됩니다.
또한 이 곡은 60~80분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흘러갑니다. 각 악장의 감정적 흐름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다른 것이 튀어나오는 구성보다 집중이 쉬운 편입니다. 처음 20분이 지나면 음악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나머지 시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신을 믿지 않은 작곡가가 쓴 가장 영적인 음악
브람스는 루터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른이 된 뒤로는 거의 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의 서재에는 신학 서적이 많았지만, 그게 신앙의 증거였는지 지적 호기심의 산물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성경 구절로만 구성된 레퀴엠을 썼습니다. 그것도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렬한 종교 합창 음악으로 꼽히는 작품을.
의도적으로 비교해보면 흥미롭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브루크너는 미사와 교향곡에서 경건한 신앙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이 더 깊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신앙이 있어서 위로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감정 자체가 위로가 되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곡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이유가 설명됩니다. 가사는 성경이지만, 음악이 전달하는 건 “모든 것은 지나간다”, “슬픔 뒤에 안도가 온다”라는 인간의 보편적 경험입니다. 굳이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이 음악 앞에서 멈추게 되는 건 그 때문입니다.
장례식 음악인가, 살아있는 자를 위한 음악인가
이 곡은 지금도 추모 공연과 장례식에서 자주 연주됩니다. 9.11 이후 뉴욕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쿄에서, 수많은 국가 추모 행사에서 이 곡이 선택됐습니다. 150년이 지난 곡이 여전히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곡에 대한 반응은 꽤 갈립니다. “이 곡이 나를 위로한다”는 쪽도 있고, “이 곡을 들으면 오히려 슬픔이 더 깊어진다”는 쪽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냐고요? 둘 다 맞습니다. 브람스가 의도한 것이 그겁니다. 슬픔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슬픔과 함께 끝까지 가는 음악입니다.
이 곡은 또 합창단이 “가장 먼저 배우고 싶은 레퀴엠”으로 꼽히는 동시에 “가장 어려운 합창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브람스는 음표를 쉽게 쓰지 않았거든요. 성부 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울림을 만들어내는 앙상블 훈련이 필요합니다. 잘 훈련된 합창단이 이 곡을 연주할 때의 소리는,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음향 중 하나입니다.
처음 듣는다면 — 이것만 알고 들으세요
처음 이 곡을 들으려는 분을 위한 실용적인 안내입니다.
4악장부터 시작하세요. “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주의 집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약 6분짜리 악장인데 전체 중 가장 접근하기 쉽습니다. 합창이 물 흐르듯 움직이고, 오케스트라가 부드럽게 받쳐줍니다. 이 악장이 마음에 들면 나머지를 들을 준비가 된 겁니다.
그다음은 6악장입니다. 바리톤 독창자가 “Tod, wo ist dein Stachel?(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라고 외치는 부분을 놓치지 마세요. 이 순간에 이 곡이 어떤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화음 구성이나 이론을 몰라도, 그 소리 자체가 말합니다.
가능하다면 좋은 스피커나 공연장에서 들으세요.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공간감이 이 곡의 핵심입니다. 이어폰으로 들으면 절반의 경험입니다. 독일어 가사 번역을 미리 출력해서 가져가면 더 좋습니다.
2악장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앞부분이 다소 무거울 수 있습니다. 15분짜리 악장의 전반부를 통과해야 후반부의 C장조 폭발이 옵니다. 그 반전을 경험하고 나면 앞의 무게감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 악장이 끝나고 나서 30초는 기다리세요. 음이 사라지고 나서도 이 음악은 계속됩니다. 콘서트홀에서 이 곡의 마지막 화음 이후 박수가 시작되기까지의 침묵, 그게 이 곡의 마지막 악장입니다.
추천 녹음
수십 가지 녹음 중 세 가지를 고릅니다.
오토 클렘페러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뉴 필하모니아 합창 (1961, EMI)
클렘페러 특유의 느리고 육중한 템포가 이 곡에 완벽하게 맞습니다. 모든 음표 사이에 공간이 있고, 합창이 그 공간 안에서 호흡합니다. 이 곡의 무게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이 음반을 먼저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바리톤 피셔-디스카우, 소프라노 슈바르츠코프의 독창도 전설적입니다.
존 엘리엇 가디너 / 오르케스트르 레볼루시오네르 에 로만티크, 몬테베르디 합창단 (1990, Philips)
시대 악기 편성으로 연주한 녹음입니다. 오케스트라 음색이 가볍고 투명합니다. 합창의 각 성부가 명확하게 들리는 게 장점입니다. 현대 오케스트라 연주에 익숙한 분이라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지몬 래틀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2, Warner Classics)
현대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색과 함께 래틀 특유의 섬세하고 유연한 음악 만들기가 인상적입니다. 6악장 바리톤 솔로와 합창의 균형이 탁월합니다. 아래 영상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악보와 함께 듣기
IMSLP에서 브람스 독일 레퀴엠의 총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악보를 보며 들으면 브람스가 각 악장에서 어떤 구조적 선택을 했는지 눈으로 따라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브람스 독일 레퀴엠이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로 쓰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람스 독일 레퀴엠은 몇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독일 레퀴엠은 정말 브람스 어머니를 위해 작곡한 건가요?
독일 레퀴엠 연주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독일 레퀴엠 초연은 왜 실패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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