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

3년간 한 음표도 못 쓴 사람이 내놓은 답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1873–1943)
작품명
교향곡 2번 e단조 Op.27
(Symphony No. 2 in E minor, Op. 27)
작곡 연도
1906년 10월–1907년 4월
악장 구성
4악장
I. Largo – Allegro moderato (E minor)
II. Allegro molto (A minor)
III. Adagio (A major)
IV. Allegro vivace (E major)

1악장 느리게 – 보통 빠르게
2악장 매우 빠르게
3악장 느리게
4악장 생기 있게 빠르게
편성
플루트 3(제3주자 피콜로 겸), 오보에 3(제3주자 잉글리시혼 겸), A·B♭ 클라리넷 2, A·B♭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소고, 베이스드럼, 심벌즈, 글로켄슈필, 현악 5부
초연
1908년 1월 26일, 마린스키 극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작곡가 직접 지휘
헌정
세르게이 타네예프 (Sergei Taneyev)

1897년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귀족 여성 교육원의 연주회장에 스물네 살 라흐마니노프가 앉아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그의 교향곡 1번이 연주되고 있었는데, 지휘봉을 든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는 취기가 상당했고, 오케스트라는 예행연습도 변변히 못 한 상태였습니다. 초연은 처참했습니다. 청중은 귀를 막았고, 다음 날 나온 비평은 지금도 음악사에서 가장 잔혹한 리뷰 중 하나로 꼽힙니다.

작곡가 체사르 퀴는 이렇게 썼습니다. “만약 지옥에 음악원이 있어서 재능 있는 학생이 ‘이집트 7대 재앙’을 묘사하는 교향곡을 쓴다면, 틀림없이 이런 작품이 나올 겁니다. 지옥에 사는 존재들이라면 매우 즐길 만할 것 같습니다.”

이 리뷰가 얼마나 타격이 컸냐면, 라흐마니노프는 그날 이후 수년간 의뢰를 받아도 쓰지 못했고, 받은 작품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스물넷에 교향곡을 발표한 젊은 작곡가에게는 회복 불능의 충격이었습니다. 실제로 교향곡 1번의 악보는 그 뒤 라흐마니노프 사후까지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시는 꺼내보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 뒤 3년 동안 라흐마니노프는 단 한 음표도 쓰지 못했습니다.

드레스덴의 방 — 교향곡이 태어나기까지

자기 작품이 공개적으로 조롱받는 경험은 누구에게도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라흐마니노프에게는 더 심했습니다. 원래 자신감이 약했던 그는 그 재앙 이후 창작 우울증에 깊이 빠졌고,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를 찾아가 수개월간 최면 암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달 박사가 매번 반복해서 들려준 말은 이랬습니다. “당신은 피아노 협주곡을 쓰게 될 겁니다. 그것은 아주 훌륭할 겁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자필 악보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쓴 교향곡 2번 자필 악보 첫 페이지. 1906~1907년 드레스덴에서 작성됨.

터무니없는 주문 같았지만, 효과가 있었습니다. 1901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나왔고, 청중은 열광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다시 작곡가로서의 자신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교향곡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여전히 가슴이 조여들었습니다.

볼쇼이 극장 지휘자로 두 시즌을 보내면서 그는 점점 확신했습니다. 작곡가로 살고 싶다면 공연 일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요. 1906년, 그는 아내와 갓 태어난 딸을 데리고 독일 드레스덴으로 이주합니다. 모스크바의 소음과 정치적 소란(러시아 제1혁명의 여파가 아직 진행 중이었습니다)에서 벗어나, 오직 쓰기 위해.

드레스덴에서의 3년은 라흐마니노프에게 어색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이 도시를 즐기지 않았더군요. 독일어도 거의 못 했고, 날씨도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여름에는 아내 쪽 가족의 영지 이바노프카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계절은 그 방 안에 틀어박혀 썼습니다. 교향곡 2번과 교향시 ‘죽음의 섬’이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작곡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1907년 4월,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교향곡을 마치면 하늘에 맹세코 다시는 쓰지 않겠습니다. 저주받을 것들. 교향곡은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고, 쓰고 싶지도 않습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작업이 너무 힘들고 느립니다. 이 속도라면 6개월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 썼습니다.

첫 번째 초고를 완성했을 때 라흐마니노프 스스로 “이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최악”이라고 불렀습니다. 몇 달을 더 고쳐 쓰고 1907년 후반에 다시 평가했을 때, 그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1908년 1월 2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이 열렸습니다. 11년 전의 악몽이 재연될 것 같았지만, 그날 밤은 달랐습니다. 청중은 기립했고, 비평가들은 라흐마니노프를 “차이콥스키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불렀습니다. 모스크바 2차 연주 뒤 비평가 율리 엥겔은 이렇게 썼습니다. “4악장을 듣고 나서 시계를 보니 65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일반 관객에게는 약간 길 수 있지만,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운가!” 그는 이 작품으로 글링카 상을 한 번 더 받았습니다.

60분의 감동 — 그런데 왜 35분짜리 음반이 있을까

이 곡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모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교향곡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초상 사진 1910년대
1910년대 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초연(1908) 직후의 시기로, 그의 명성이 회복된 시점이다.

곡이 너무 길었기 때문입니다. 완전하게 연주하면 약 60분입니다. 1940~50년대 지휘자들은 ‘실용적 판단’을 내려 반복 구간과 느린 악절을 대폭 잘라냈습니다. 어떤 버전은 35분에 불과했습니다. 오케스트라도, 음반사도, 청중도 암묵적으로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레코드 한 면에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안드레 프레빈이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처음 녹음할 때 음반사에서 삭제를 요구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다 1970년대부터 지휘자들이 하나씩 원본 악보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앙드레 프레빈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973년에 녹음한 EMI 음반이 이 흐름을 바꾼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힙니다. “삭제된 부분들이 없으면 곡의 논리 자체가 깨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연주가 원본 악보를 씁니다. 60분짜리가 정상이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합니다. 이 교향곡이 “낭만주의 음악의 과잉”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가 바로 그 길이인데, 정작 그 길이를 제대로 듣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것이요.

모토 주제 — 이 교향곡을 하나로 묶는 실

이 교향곡에는 ‘모토 주제’라는 핵심 선율이 있습니다. 1악장 첫머리, 현악기들이 어두운 저음에서 느리게 올라오는 그 첫 선율이 바로 그겁니다. 짧지 않습니다. 스물두 개 음표로 이루어진 이 선율은 이후 4악장 전체에 걸쳐 변형되고 발전하면서 반복 등장합니다.

1악장에서는 무겁고 불안합니다. 2악장에서는 날카롭게 변형됩니다. 3악장에서는 서정적으로 녹아들고, 4악장에서는 당당하고 확신에 차게 돌아오죠. 같은 재료인데, 등장할 때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추리소설에서 복선이 결말에서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요.

이 기법은 19세기 낭만주의 교향곡의 전통입니다.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에서 ‘idée fixe'(고정 선율)를 사용한 것, 브람스가 교향곡 전체를 하나의 주제 소재에서 뽑아낸 것과 맥락이 통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기법을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나는 교향곡을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이 교향곡은 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증명합니다.

악장별 감상 가이드

> 💡 처음 듣는다면: 3악장 아다지오의 클라리넷 독주 선율을 먼저 기억해두세요. 이 선율이 이 교향곡의 심장입니다. 1악장에서 어두운 도입부가 얼마나 긴지 주목하세요. 그 인내가 3악장에서 보상받습니다. 4악장은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1악장 — 망설임 끝에 터지는 것

1악장은 속임수입니다. 첫 5분은 느리고 어둡습니다. 지시어는 ‘Largo’, 즉 ‘넓게, 느리게’입니다. 현악기가 낮은 음에서 무거운 선율을 내려놓고, 잠시 뒤 이것이 이 교향곡 전체를 관통하는 모토 주제로 발전합니다. 듣는 사람은 “이게 뭐가 시작인 거지?”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잉글리시혼 독주가 등장합니다. 이 짧은 순간이 기어를 바꿉니다. 알레그로 모데라토로 전환된 뒤, 현악기들이 부드러운 피치카토(손으로 줄을 튕기는 주법)를 연주하는 동안 상성부 현악기가 단순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을 내놓습니다. G-Bm-Em 화음 진행이 반복되며 점점 열기가 올라갑니다.

1악장에서 주목할 점은 이중성입니다. 어두운 도입부와 밝은 주제부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서로를 뒤집습니다. 추리소설이라면, 작가가 3장마다 반전을 넣는 셈입니다. 완전한 연주로 들으면 약 22~25분, 반복 구간을 생략하면 18분 정도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2악장 — 내달리는 스케르초의 역설

2악장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현악기가 앞뒤로 쏜살같이 달리는 스케르초(Scherzo, 해학 악장)입니다. 템포가 빠르고 날카롭습니다. 알레그로 몰토, 즉 “매우 빠르게”라는 지시어 그대로입니다.

시작 직후 바이올린들이 예상치 못한 빠른 음형을 쏟아냅니다. 가볍고 짓궂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호른이 낮게 깔리면서 분위기가 잠깐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모토 주제가 변형돼 등장합니다. 그러다 다시 달립니다. 1악장의 진지함에서 180도 방향을 튼 것처럼 느껴지지만, 공통된 선율 소재가 숨어 있는 겁니다.

약 12분. 전체 중 가장 짧은 악장이지만,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은 구간입니다. 빽빽합니다. 3악장의 정지 전, 마지막으로 숨 가쁘게 달리는 느낌입니다. 이 악장을 ‘불필요하게 빠른 간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3악장의 고요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3악장 — 클라리넷이 혼자 남는 순간

이게 이 교향곡의 전부입니다. 3악장 아다지오(Adagio, 느리게).

조용히 시작됩니다. 현악기들이 A장조의 화음을 부드럽게 깔아놓으면, 클라리넷 한 대가 홀로 걸어나옵니다. 선율이 시작됩니다. 길고, 호흡이 늘어지고, 어딘가 그리운 것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선율입니다. 이 선율이 이 교향곡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부분입니다. 영화와 광고에 수십 차례 쓰였고, 처음 듣는 사람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고 느끼는 그 선율입니다.

클라리넷 독주가 끝나면 현악기들이 이 선율을 이어받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볼륨이 커집니다. 오보에가 들어오고, 목관악기 전체가 합류합니다. 그러다 현악기들이 이 선율을 풀 오케스트라로 폭발시키는 순간이 옵니다. 약 34분을 달려온 뒤에 터지는 이 순간 때문에, 사람들은 이 교향곡 앞에서 눈물을 닦습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이 악장이 끝나도 박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침묵이 박수보다 더 진한 반응일 때가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자신은 이 악장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너무 감상적이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작곡가가 제 작품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부분을 스스로 불편해했다는 이 아이러니, 꽤 라흐마니노프답습니다.

4악장 — 어둠에서 빛으로, 그러나 가볍지 않게

4악장은 빠릅니다. 알레그로 비바체. 생기 있게, 활기차게. 조성은 E장조입니다. 출발했던 e단조에서 같은 E이되 장조로 전환됩니다. 어두운 시작이 밝은 결말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낭만주의 서사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쁜 것만은 아닙니다. 4악장에서도 1악장의 모토 주제가 돌아옵니다. 이 주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무겁고 불안했지만, 여기서는 당당하고 확신에 차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드레스덴에서 3년을 보내며 다시 쓴 자기 자신처럼요. 코다에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전력으로 달립니다. 끝나고 나면 박수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옵니다.

전체 4악장 구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겁니다. 1악장이 e단조에서 시작해서 E장조로 끝나고, 4악장이 다시 E장조로 확정됩니다. 4악장이 단순한 ‘즐거운 마무리’가 아니라 1악장에서 열린 질문에 답하는 구조입니다. 60분을 가로질러 처음과 끝이 대화하는 겁니다.

교향곡 형식의 마지막 거목 — 음악사 안에서의 위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 나온 1908년은 음악사에서 흥미로운 시점입니다. 말러가 교향곡 7번을 완성한 해이고, 쇤베르크가 조성 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2년 뒤 ‘불새’로 세상을 뒤집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맥락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마지막 대형 낭만주의 교향곡’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차이콥스키가 1893년 사망한 뒤, 러시아 낭만주의 오케스트라 전통을 이어받아 완성도 높게 구현한 최후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브람스 사후 독일 낭만주의가 막을 내린 것처럼,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낭만주의의 유산을 정리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 곡이 단순한 복고는 아닙니다. 모토 주제를 4악장에 걸쳐 발전시키는 사이클적 구조는 19세기 독일 교향곡 전통에서 이어받은 것이지만, 화성 처리 방식과 선율의 성격은 라흐마니노프만의 겁니다. 특히 3악장 아다지오의 화성 언어는 당시 기준으로도 매우 풍성하고 정교합니다.

실은 라흐마니노프 자신은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지 음악에서 아름다움과 감동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그의 고집이었고, 동시에 그를 살아남게 한 힘이었습니다.

지휘자들이 이 곡 앞에서 달라지는 이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지휘자에게 특별한 과제를 줍니다. 이 곡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2005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2005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핵심 레퍼토리다.

속도 선택만 봐도 그렇습니다. 3악장 아다지오를 얼마나 느리게 당길 것인가. 어떤 지휘자는 13분에 끝내고, 어떤 지휘자는 18분을 씁니다. 5분 차이는 이 악장의 성격 자체를 바꿉니다. 너무 빠르면 감정이 흘러가지 않고, 너무 느리면 구조가 무너집니다. 그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각 지휘자의 해석입니다.

또 다른 쟁점은 1악장 반복입니다. 악보에는 반복 기호가 있지만, 이를 지킬 경우 1악장만 25분 가까이 됩니다. 지키면 구조가 균형 잡히고, 생략하면 전체 비율이 달라집니다. 어느 쪽이 옳다는 답은 없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교향곡은 지휘자들이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같은 오케스트라가 다른 지휘자 아래서 연주하면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지금도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됩니다.

처음 듣는다면 — 이것만 알고 들으세요

3악장만 먼저 들어도 됩니다. 3악장 아다지오(약 15~16분)는 단독으로도 완전한 음악입니다. 클라리넷 선율이 기억에 남으면, 처음부터 다시 들으시면 됩니다.

1악장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처음 5분이 느리고 어둡게 느껴져도 버티세요. 알레그로로 바뀌는 순간부터 보상이 시작됩니다.

삭제본 음반을 조심하세요. 오래된 음반(1970년 이전)은 잘려나간 버전일 수 있습니다. 현대 지휘자의 녹음은 거의 원본 악보를 씁니다.

이 곡을 ‘달달한 낭만주의’라고 무시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20세기 전위 음악 지지자들은 라흐마니노프를 시대착오적이라고 봤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공공연히 그를 구식이라 했고, 프로코피예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논쟁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 곡이 100년 넘게 연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낭만주의 ‘마지막 거인’ — 왜 지금도 중요한가

라흐마니노프는 어색한 위치에 있는 작곡가입니다. 음악사 교과서에서 그는 언제나 “20세기 초에 태어났지만, 19세기 낭만주의의 문법으로 쓴 사람”으로 설명됩니다. 그의 동시대인들이 조성 음악을 해체하고 새로운 언어를 모색할 때, 그는 여전히 긴 선율과 풍성한 화성을 썼습니다.

이것이 비판의 근거였습니다.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예프는 공공연히 그를 구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청중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지금도 흘리는 겁니다.

이 교향곡 2번이 특히 그렇습니다. 2악장의 스케르초를 들으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3악장 아다지오가 시작되면 표정이 바뀝니다. 이 선율은 방어가 안 됩니다. ‘감상적’이라는 비판 자체가 이 선율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사람의 감정에 접근하는지를 반증하는 말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변화가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클래식 음악 청중의 젊은 층에서 라흐마니노프 인기가 다시 올랐습니다. 영화 음악과 게임 음악이 낭만주의 화성법을 다시 차용하면서, 라흐마니노프의 귀를 자극하는 방식이 낯설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비평가들은 이를 ‘복권’이라고 부릅니다. 오랫동안 ‘감상적’이라 무시되던 작곡가가 다시 재평가받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날 이 곡이 현역으로 연주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 번째,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하면 청중이 옵니다. 두 번째, 지휘자들이 이 곡을 통해 자신의 해석을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세 번째, 매년 새로운 청취자가 3악장 아다지오를 처음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 세 번째 청취자가 계속 존재하는 한, 이 교향곡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조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바노프카 영지도, 그 기억도, 드레스덴의 방도 모두 그대로 놔두고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교향곡 2번을 쓰던 그 시절이 그에게는 러시아 땅에서 작곡가로 살 수 있었던 마지막 황금기였습니다. 3악장을 들으면서 그 상실을 생각하면, 이 선율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추천 녹음

앙드레 프레빈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1973, EMI)

삭제본이 지배하던 시절에 완전 원본 악보로 녹음한 음반입니다. 속도 선택과 세부 표현이 균형 잡혀 있고, 3악장의 클라리넷 독주가 압도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권합니다.

에프게니 스베틀라노프 / 소련 국립 교향악단 (1971)

러시아 색채가 짙게 깔린 연주입니다. 서양 지휘자들의 연주가 선율의 아름다움을 앞세운다면, 스베틀라노프는 이 곡에 담긴 러시아적 비애를 꺼냅니다. 두 번째로 들을 음반으로 권합니다.

마리스 얀손스 / 오슬로 필하모닉 (1989, EMI)

젊고 생기 있는 연주입니다. 4악장 피날레의 에너지가 특히 뛰어납니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면서도 감정을 잃지 않습니다.

악보와 함께 듣기

악보를 보며 감상할 수 있어요.

악보 원본은 IMSLP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어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악보 보기 (IMSLP)

자주 묻는 질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왜 만들어졌나요?

1897년 교향곡 1번이 처참하게 실패한 후 라흐마니노프는 수년간 창작 활동을 멈췄습니다.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의 최면 치료를 통해 회복한 뒤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1906년 드레스덴으로 이주해 모스크바의 소란에서 벗어나 집중적으로 작업한 결과가 교향곡 2번입니다. 1908년 1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초연에서 청중과 비평가 모두가 열광했고, 라흐마니노프는 “차이콥스키의 진정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3악장 아다지오는 클라리넷의 길고 서정적인 독주 선율로 시작됩니다. 이 선율은 점차 현악기에서 오케스트라 전체로 이어지며 절정에 이릅니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낭만적 서정성이 가장 농축된 악장으로, 영화와 광고에서도 수십 차례 쓰일 만큼 기억에 남습니다. 흥미롭게도 라흐마니노프 자신은 이 악장이 너무 감상적이라며 불편해했다고 전해집니다. 작곡가가 가장 유명해진 부분을 정작 자신이 좋아하지 않았다는 아이러니가 이 악장에 얽혀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연주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완전한 원본 악보로 연주하면 약 55~65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는 1악장과 4악장을 대폭 삭제한 버전이 유행해 35~45분짜리 연주가 많았습니다. 1970년대부터 지휘자들이 원본 악보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현재는 거의 모든 연주가 완전한 버전을 사용합니다. 오래된 음반을 구입할 때는 삭제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추천 음반은 무엇인가요?

처음 듣는 분께는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1973, EMI) 음반을 권합니다. 삭제본이 일반적이던 시절에 완전 원본 악보로 녹음했으며, 3악장의 클라리넷 독주가 특히 뛰어납니다. 러시아 색채를 원하는 분께는 에프게니 스베틀라노프와 소련 국립 교향악단 버전(1971)이 적합합니다. 마리스 얀손스와 오슬로 필하모닉(1989, EMI)은 생기 있고 정확한 해석으로 또 다른 매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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