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관현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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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48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140년째 무대에 서 있는 곡
1880년, 차이콥스키는 대포 16발짜리 서곡과 현악 세레나데를 같은 해 같은 책상에서 썼습니다. 전자는 의뢰작이었고, 후자는 아무도 주문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공개 초연에서 2악장 왈츠가 앙코르를 받았고, 스승 안톤 루빈스타인은 ‘차이콥스키 최고작’이라 했습니다. 그 선언이 나온 이유가 뭔지, 관악기 한 개 없이 어떻게 그 소리를 만들었는지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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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에그몬트 서곡 Op.84
처형이 승리가 되는 8분짜리 혁명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한 빈, 1809년의 일입니다. 베토벤은 창문을 베개로 틀어막고 처형당한 네덜란드 귀족 에그몬트의 이야기에 몰두했더군요. 곡의 첫 화음은 스페인 춤곡 사라반드의 리듬입니다. 에그몬트를 억압한 스페인 왕국의 존재감을 세 번의 강타로 새겨놓은 것이죠. f단조의 억압에서 시작해 처형의 침묵을 거쳐 F장조 팡파르가 터지는 순간, 서곡 한 곡에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긴 이유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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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돈 조반니 K.527
전날 밤 통째로 쓴 서곡이 400년을 버텼다
1787년 10월 28일, 프라하. 모차르트의 신작 오페라는 바로 다음 날이 초연인데 서곡이 통째로 없었습니다. 콘스탄체가 잠 못 들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차르트는 밤새 펜을 놀렸습니다. 새벽에 건넨 악보는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죠. 2막짜리 오페라에 담긴 건 유혹과 처벌, 용서와 정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오페라는 24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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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 독일 레퀴엠 Op.45
팀파니 주자 한 명이 뒤집어놓은 초연의 결말
1867년 12월, 빈 초연에서 팀파니 주자 한 명이 악보를 무시하고 북을 두들겨 공연을 망쳤습니다. 청중은 웃었고, 비평가는 혹평을 쏟아냈죠. 그런데 불과 5개월 뒤 브레멘 대성당에서 이 곡은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이합니다. 클라라 슈만이 눈물을 흘렸고, 브람스는 하룻밤 사이에 유럽 음악계의 중심인물이 됐습니다. 팀파니 한 방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극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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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Op.46
억지로 쓴 음악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역설
1874년 여름, 그리그는 입센의 편지를 받고 친구에게 이렇게 썼습니다. ‘이 희곡은 너무 다루기 어렵다. 도무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몇 달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죠. 결국 마지못해 시작했지만, 완성하고 나서도 초연을 본 그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연주 준비도,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싫어했던 음악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관현악 소품 중 하나입니다. 그리그가 정말 싫어했던 게 뭔지 알면 이 음악이 다르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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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 – 마탄의 사수 서곡
악마가 만든 총알과 9분짜리 예고편
1821년 6월 18일 베를린. 이탈리아가 지배하던 오페라 무대에서 독일인 작곡가 하나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호른 네 개가 독일 숲의 공기를 만들고, 감7화음 하나로 악마를 소환하며, c단조에서 C장조로 폭발하는 구조는 바그너 라이트모티프의 원형이 됩니다. 정작 이 성공의 주인공은 5년을 채 살지 못했습니다. 그 5년의 기록을 알면 서곡의 마지막 C장조가 다르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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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교향곡 제38번 D장조 ‘프라하’ K.504
빈에 외면받은 모차르트, 프라하가 불러낸 교향곡
1787년 1월, 모차르트는 빈이 아닌 프라하로 향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이 빈에서는 6회 만에 막을 내렸지만, 프라하에서는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거든요. 그 환호에 이끌려 방문한 모차르트가 현지 초연을 위해 들고 간 것이 바로 이 교향곡 38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프라하 극장 감독은 새 오페라를 의뢰했습니다. 그 오페라가 《돈 조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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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 – 재즈 모음곡 2번 — 왈츠
잘못된 이름표를 달고 세계를 정복한 왈츠
귓가에 나른하게 감기는 색소폰의 선율, 뒤이어 펼쳐지는 현악기의 풍성한 화음.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왈츠 2번’은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정도죠. 영화, 광고, 아이스쇼, 심지어는 휴대폰 벨소리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관능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깃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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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 현악 사중주 Op.20 No.5 ‘태양’
마흔 살의 하이든이 푸가를 꺼내든 이유
1772년 에스테르하자 궁정. 빈에서 150킬로 떨어진 헝가리 습지, 하이든은 여섯 곡의 현악 사중주를 완성했습니다. 그 중 세 곡은 마지막 악장을 론도도 알레그로도 아닌, 바흐 시대의 푸가로 끝냈습니다. 당시로선 이미 구식이라 여기던 형식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No.5는 처음부터 끝까지 f단조로 마칩니다. ‘태양 사중주’ 세트에서 유일하게 빛이 없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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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 어미 거위 모음곡
라벨이 사랑한 두 아이, 정작 무대에 서지 못한 사연
1910년 초연 무대에 선 건 열한 살과 열네 살 소녀였습니다. 라벨이 이 음악을 바친 두 아이, 미미와 장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피아노 이중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로 다시 태어나고, 발레로까지 확장된 이 모음곡이 왜 그토록 꿈결 같은 소리를 내는지. 그 출발점은 여섯 살, 일곱 살 아이의 손가락이 닿을 만큼 쉬운 건반 위의 동화 한 편이었습니다. 어른의 귀로 들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