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 – 마탄의 사수 서곡

악마가 만든 총알과 9분짜리 예고편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
(Carl Maria von Weber, 1786~1826)
작품명
마탄의 사수 서곡 (Der Freischütz Ouvertüre, Op. 77, J. 277)
조성
c단조 → C장조
작곡 연도
1817~1821년
악장 구성
단악장 (서곡)
Adagio (c minor) → Allegro (c minor → C major)

느리게 (c단조) → 빠르게 (c단조 → C장조)
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 팀파니 · 현악5부
초연
1821년 6월 18일, 베를린 샤우슈필하우스 (Schauspielhaus Berlin), 베버 지휘

총성이 울렸습니다. 마탄(魔彈), 악마가 만든 총알. 그 총알을 손에 쥔 청년은 자기가 무엇을 잃었는지 아직 모릅니다. 1821년 6월 18일 베를린. 막이 오르기 전, 오케스트라가 이 이야기를 통째로 먼저 들려주었습니다. 불과 9분 안에.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은 본편 오페라 전체의 요약본입니다. 악당이 나오고, 주인공이 흔들리고, 사랑이 결국 이기는 이야기. 클라리넷, 호른, 현악기들이 번갈아 가며 이 사실을 미리 예고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서곡이 초연 당일 청중보다 먼저 결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죠.

1821년 베를린 초연 전야: 국가적 기대와 한 작곡가의 압박

베버가 이 오페라를 쓰기 시작한 건 1817년의 일입니다. 당시 독일은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국민 정서가 들끓던 시절이었습니다. ‘독일다운 것’에 대한 갈망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시기. 오페라 무대는 이탈리아인들이 장악하고 있었죠. 베버는 바로 그 틈을 노렸습니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 작곡가

문제는 경쟁자였습니다. 베를린 왕립극장에는 가스파로 스폰티니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까지 정복한 오페라계의 실세. 베버의 신작이 그 앞에서 초연된다는 건, 독일 민족 오페라의 첫 진검 승부나 다름없었죠. 실패는 한 작곡가만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독일 오페라’라는 개념 자체가 조롱거리가 될 판이었거든요.

초연 날, 공연장은 청중으로 가득 찼습니다. 서곡이 끝나자마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앙코르 요청까지 쏟아졌습니다. 오페라 역사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더군요. 공연이 끝났을 때 청중의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적이었습니다. 베버 본인은 그날 일기에 단 한 마디만 남겼다고 합니다. “하느님께 감사한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초연 당해에 빈,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뮌헨 등 독일 전역으로 공연이 퍼져나갔습니다. 1824년에는 런던에서 무려 4개 극장이 동시에 각자의 버전을 올렸고, 파리에서도 공연이 열렸습니다. 그야말로 무적의 국제적 성공. 하지만 바로 그 성공이 베버에게는 독이었습니다.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컸던 까닭입니다. 베버는 이후 ‘오이리안테'(1823)와 ‘오베론'(1826)을 썼지만 ‘마탄의 사수’만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더군요. 결국 1826년, 초연으로부터 불과 5년 만에 세상을 떠납니다. 향년 39세. 지금 이 서곡을 듣는 많은 이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음악을 마주할 겁니다.

베버는 마탄의 사수 초연 당시 이미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폐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드레스덴에서 오페라 감독으로 일하며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네요. 이탈리아 오페라가 지배하는 극장에서 독일 오페라를 만들려는 그의 투쟁은, 스스로의 몸을 태워가며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초연이 성공했을 때 그는 서른네 살이었습니다.

마탄의 사수 오페라 이야기: 9분 예고편의 모든 것

서곡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오페라 줄거리를 알아야겠습니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 초상화

독일 숲속 사냥꾼 막스는 내일 사냥 시합에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장인이 될 사람이 “시합에서 이기면 딸 아가테와의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스는 최근 이상하게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총알이 빗나갑니다. 슬럼프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노릇.

여기에 악당 카스파르가 등장합니다. 그는 이미 사미엘, 즉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물이죠. 그런데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미엘은 ‘새로운 영혼’을 데려오면 계약을 연장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카스파르가 노리는 건 바로 막스이죠.

카스파르는 막스에게 제안합니다. “오늘 밤 볼프스 글렌에서 마법 총알을 만들자. 그 총알이면 내일 시합에서 틀림없이 이길 거야.” 막스는 갈등하다 결국 그를 따라나섭니다. 달빛 아래 계곡에서 악마를 부르는 의식이 벌어졌습니다. 마법 총알은 일곱 발. 처음 여섯 발은 막스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지만, 일곱 번째는 사미엘이 결정합니다. 막스는 이 사실을 모릅니다. 카스파르는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결말에서 아가테의 순수함이 막스를 구원합니다. 일곱 번째 총알이 아가테를 향하는 순간,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습니다. 총알은 오히려 카스파르를 향합니다. 사미엘이 마침내 사냥감을 거두어 가는 셈입니다. 막스는 처벌을 받지만, 결국 아가테와 함께하게 되고요.

서곡은 바로 이 이야기를 9분 안에 압축합니다. 호른이 숲을 만들고, 감7화음이 사미엘을 부르고, c단조가 막스의 불안을 그리며, C장조가 아가테의 승리를 예고합니다. 오페라를 아는 사람에게는 복선과 예고로 가득한 풍경이고,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감각만으로 이야기를 느끼게 하는 9분입니다.

서곡 구조 분석: 두 세계의 9분 전쟁

서곡의 핵심 구조는 두 조성의 대결입니다. c단조와 C장조. 알파벳 하나 차이일 뿐이지만, 소리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마탄의 사수 공연 장면

시작부터 강렬합니다. 현악기 전체가 C장조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뒤, 갑작스러운 정적. 그 자리를 메우는 건 네 개의 호른입니다. 사냥꾼들의 호른. 숲속 사냥꾼을 떠올리게 하는 고요하고 귀족적인 소리입니다. 이것이 이 오페라의 배경인 독일의 숲, 사냥꾼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분위기가 뒤집힙니다. 현악기들이 불안한 트레몰로(빠르게 떠는 연주 기법)를 시작하고, 그 위에 감7화음이 얹히죠. 감7화음은 네 개의 음이 동시에 울릴 때 가장 강렬하게 해결을 갈망하게 만드는 화음입니다.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긴장감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것이 바로 사미엘의 테마입니다. 오페라 전체에서 악마가 등장할 때마다 이 화음이 울려 퍼지거든요.

베버는 이 특정 화음을 사미엘의 ‘서명’처럼 사용했습니다. 청중이 들을 때마다 ‘악마가 가까이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설계한 겁니다. 오늘날 영화 음악에서 악당의 테마를 만드는 방식, 공포 영화를 볼 때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유가 모두 여기서 시작됩니다. 베버가 1821년에 이미 해냈던 혁신입니다.

빠른 부분이 시작되면, c단조 테마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막스의 테마. 이 선율은 막스가 1막에서 부르는 아리아에서 가져왔습니다. 불안하고, 절박하고, 어둡습니다. 총을 쏠 때마다 빗나가는 청년의 심리가 음악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현악기들은 멈추지 못하는 불안감을 자아냅니다. 오케스트라 전체가 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연주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C장조 테마가 나옵니다. 바로 아가테의 테마입니다. 목관악기들이 먼저 노래하고, 저음 현악기들이 무언가 의심하듯 대답합니다. 이 ‘질문과 대답’ 구조가 중요합니다. 마치 아가테가 “사랑이 이길 거야”라고 말하는데, 바이올린들이 “정말?”이라고 되묻는 것 같지 않습니까? 확신과 의심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아가테는 사랑을 믿지만, 음악은 아직 완전한 확신을 주지 않습니다.

서곡은 c단조로 오랫동안 긴장감을 쌓아 올리다가, 마지막에 폭발적으로 C장조로 전환합니다. 이것이 오페라 결말의 예고입니다. 사랑이 악마를 이기고, 아가테가 막스를 구하며, 빛이 어둠을 쫓아내는 결말. 서곡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구조가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었죠. 이전 오페라 서곡들은 그저 ‘분위기 전환용 전주곡’에 불과했습니다. 베버는 서곡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인물과 감정을 음악 주제로 미리 소개하는 ‘드라마틱 서곡’이라는 개념을 창조한 겁니다. 이후 바그너가 이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라이트모티프(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대응하는 음악 주제)’ 기법으로 완성했습니다. 베버가 없었다면 바그너도 없었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비교를 하나 해볼까요? 이 서곡이 나오기 3년 전인 1818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이 나왔습니다. 로시니의 서곡은 쾌활하고 가볍습니다. 오페라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저 ‘자, 재미있는 공연이 시작됩니다’라고 알려주는 역할이었습니다. 반면 베버의 서곡은 오페라 내부의 인물, 갈등, 해결까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이 차이가 이탈리아 오페라와 독일 낭만 오페라의 근본적 차이를 보여줍니다. 하나는 오락을 위해, 다른 하나는 심리와 이야기를 위해 음악을 쓰는 셈입니다.

호른 편성의 혁명: 오케스트라의 색깔을 바꾼 남자

베버는 이 오페라에서 호른을 네 개나 씁니다. 당시 표준이었던 두 개의 두 배였습니다. 그리고 그 호른을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다룹니다.

늑대의 계곡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자연 풍경

왜 호른이었을까요? 이 오페라는 독일 숲속 사냥꾼들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사냥꾼들이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던 악기가 바로 호른이었습니다. 베버는 그 소리 자체를 무대 위로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청중은 무대를 보는 게 아니라 실제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서곡 도입부의 호른 코랄을 들어보십시오. 네 개의 호른이 겹겹이 쌓이며 만드는 화음은 웅장하면서도 고요합니다. 독일 숲의 이른 아침 같은 소리. 이 소리를 처음 들었던 1821년 베를린 청중들은 무언가 낯설고 새로운 것을 만났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습니다. 이 호른 코랄은 오케스트라 서곡 역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가 됩니다.

주목할 부분은 또 있죠. 베버는 클라리넷 저음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당시 클라리넷은 주로 밝고 높은 음역대에서 쓰였습니다. 베버는 저음 클라리넷에서 나오는 어둡고 우울한 소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마력과 어둠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것 또한 당시 청중에게는 낯선 시도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클라리넷을 어두운 음악에서 자주 듣는 건 베버 이후에 생긴 관습입니다.

음악으로 ‘장소’를 만든다는 발상. 바로 이것이 이후 낭만주의 음악의 핵심이죠. 말러가 알프스 초원을 오케스트라로 그리고, 시벨리우스가 핀란드 설원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드뷔시가 바다 소리를 재현한 것 모두 이 방향의 연장선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베버가 독일 숲을 호른으로 빚어낸 그 순간이었거든요.

멘델스존이 ‘마탄의 사수’ 초연을 관람한 해가 1821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열두 살의 멘델스존은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썼습니다. 그 서곡 시작 부분의 목관악기 음색, 요정의 분위기, 빛과 어둠의 대비, 모두 베버에게서 받은 영향이더군요. 소년 멘델스존이 받은 그 충격이 음악 역사에 그렇게 새겨진 겁니다.

볼프스 글렌의 밤: 공포 음악의 원형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2막의 ‘볼프스 글렌(Wolf’s Glen, 늑대의 계곡)’입니다. 카스파르와 막스가 자정에 계곡에서 사미엘을 소환해 마법 총알을 주조하는 장면이죠.

마탄의 사수 오페라 — 오토카르 왕자 장면

당시 청중이 이 장면에 그야말로 충격을 받은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대 효과(불꽃, 연기, 유령 같은 조명)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가 소름 끼쳤기 때문이었거든요. 클라리넷 저음이 천천히 하강하고, 팀파니가 불규칙하게 울리며, 현악기들이 활대를 현의 꼬리 쪽에서 켜 으스스한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오케스트라로 귀신 소리를 만든 겁니다.

이 장면이 음악사에서 중요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전 오페라에서 ‘악마’나 ‘초자연적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은 주로 무대 장치에 의존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그저 빠르고 시끄럽게 만드는 정도였습니다. 베버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특정 화음(감7화음), 특정 음색(클라리넷 저음, 활대 위치 변경), 특정 리듬 패턴을 ‘악의 테마’로 고정시켰습니다. 그 조합이 나올 때마다 몸이 반응하도록 설계한 겁니다.

볼프스 글렌 장면에 대해 당시 한 비평가는 ‘음악이 무대를 잡아먹었다’고 묘사했습니다. 무대 장치 없이 음악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이전의 무대 장치 의존적 공포 연출에서, 음악 자체가 공포를 만드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그 비평가는 목격하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날 공포 영화 음악의 문법, 저음 현악기의 긴장된 트레몰로, 목관악기의 불길한 저음, 갑작스러운 정적 후의 충격은 바로 이 볼프스 글렌 장면에 그 뿌리를 둡니다. 베버는 1821년에 이미 영화 음악을 만든 셈입니다. 다만 영화가 없었을 뿐입니다.

서곡에서 감7화음이 처음 나오는 순간, 우리는 잠시 숨을 멈추게 됩니다. 왜 이토록 불안한 소리가 나는지 이유를 모르면서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그것이 바로 베버의 설계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장면을 가리켜 ‘오페라 최초의 공포 장면’이라 불렀습니다. 그전에도 마술이나 악마가 등장하는 오페라는 있었죠.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도 석상이 지옥에서 올라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음악 자체가 공포의 도구가 된 것은 베버가 처음 체계적으로 설계했습니다. 공포를 음악으로 만드는 방법론이 여기서 시작된 셈입니다.

바그너가 베버에게 진 빚

이 오페라가 없었다면 바그너도 지금과는 달랐을 겁니다.

베버 시대의 역사적 문서

바그너의 핵심 기법 중 하나인 ‘라이트모티프(Leitmotif)’는 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고정된 음악 주제를 붙이고,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해당 테마를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반지’ 사이클에서 지크프리트가 나올 때마다 영웅 테마가 울리고, 보탄이 등장할 때마다 그의 테마가 깔리는 식입니다. 이 기법이 바그너의 발명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원형은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 있죠.

베버는 사미엘에게 감7화음을, 막스에게 c단조 테마를, 아가테에게는 C장조 코랄을 붙인 겁니다. 그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암시될 때마다 해당 테마가 울렸습니다. 바그너는 이 방식을 한층 발전시켜 더욱 정교한 라이트모티프 시스템을 만들어냈죠. 바그너 본인도 베버를 자신의 선구자로 명시적으로 인정했고요.

베버가 ‘마탄의 사수’로 보여준 가능성들, 드라마틱 서곡, 음악적 상징 체계, 오케스트라를 통한 심리 묘사, 자연 풍경 표현 등은 모두 이후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문법이 됐습니다. ‘마탄의 사수’가 없었다면 ‘탄호이저’도, ‘로엔그린’도, ‘니벨룽의 반지’도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긴 사슬의 첫 고리가 바로 1821년 베를린 샤우슈필하우스의 초연입니다.

베를리오즈, 차이콥스키, 제니 린드: 뜻밖의 연결고리

파리 오페라에는 규칙이 하나 있었죠. 대사를 말하는 오페라(징슈필, Singspiel)를 올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마탄의 사수’는 노래와 말이 번갈아 나오는 형식이라 파리 규정에 걸렸습니다.

결국 1841년, 베를리오즈가 직접 나섰습니다. 대사 부분을 노래로 바꾼 파리 버전을 편곡한 건데, 그가 이 오페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른 편곡가가 망칠까 봐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당시 파리 오페라는 발레 장면이 의무였기에 베버의 다른 작품 ‘무도에의 권유’ 오케스트라 버전도 삽입했죠.

그런데 차이콥스키는 볼쇼이 극장 버전을 보고 베를리오즈의 편곡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완전히 맞지 않는다”, “취향이 없다”, “어리석다”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파리에서 베버의 원본 공연을 보고는 “1막에서 눈물이 촉촉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오페라를 두고 이토록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제니 린드가 처음 성공을 거둔 무대도 이 오페라였죠. 1838년, 당시 18세였던 제니 린드가 스톡홀름 왕립 오페라에서 아가테 역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19세기 최고의 성악가 중 한 명이 됐습니다.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으로 유럽과 미국 전역을 휩쓴 그녀의 시작이 바로 아가테였습니다.

서곡 또한 오페라와 별개로 독립적인 콘서트 레퍼토리가 됐습니다. 오페라 전체가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서곡만 연주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이는 베버 이전에는 드문 일이었죠. 서곡은 그저 ‘오페라 본편의 서막’이었지, 독립 작품으로 대우받지는 못했으니까요.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이 그 관습을 바꾼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오페라 서곡들을 따로 즐기는 것도 이 흐름에서 비롯됐습니다.

서른아홉 살의 죽음: ‘마탄의 사수’ 이후 5년의 기록

1821년 6월 베를린, 초연의 성공. 그다음 베버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마탄의 사수’ 이후 베버는 독일 오페라계의 영웅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영광이 너무나 커서 문제였습니다. 이후 작품들은 이 기준을 넘어서기 어려웠더군요. 2년 뒤 ‘오이리안테'(1823)를 내놓았지만 반응은 엇갈렸거든요. 줄거리가 너무 복잡했고, 음악은 ‘마탄의 사수’보다 화려하게 팽창했지만 대중성을 잃었습니다. 베버 자신도 이 작품에 자신이 없었죠.

결정타는 몸이었습니다. 베버는 젊은 시절부터 폐결핵을 앓았습니다. 오페라를 쓰고 지휘하고 여행을 다니며 스스로를 혹사시켰습니다. 의사들은 휴식을 권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오페라 ‘오베론'(1826)을 완성하려 병든 몸을 이끌고 런던까지 갔던 겁니다. 오베론 초연은 1826년 4월,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베버는 두 달 뒤인 6월, 런던의 한 숙소에서 홀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향년 39세. 초연의 대성공이 이른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림자가 이 오페라에는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가 더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1826년이면 바그너는 13세, 슈만은 16세, 리스트는 15세였습니다. 만약 베버가 30년만 더 살았다면, 낭만주의 음악의 지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겁니다. ‘마탄의 사수’를 듣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찾아옵니다. 이 서곡의 마지막 C장조 함성이, 어쩌면 베버 자신이 들을 수 있었던 최후의 승전가처럼 느껴집니다.

이 서곡이 지금도 연주되는 이유

클래식 음악에서 오래 살아남는 서곡들에는 공통점이 있죠. 오페라 전체를 몰라도 그 자체로 완결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죠. ‘마탄의 사수’ 서곡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거든요.

‘마탄의 사수’ 오페라 전체를 무대에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일어 가수가 필요하고, 3막짜리 공연 시간도 길며, 독일 낭만 오페라 전문 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페라 전체 공연은 드문 편입니다. 하지만 서곡은 다릅니다. 어떤 오케스트라든, 어떤 프로그램에든 9분짜리 이 곡 하나는 넣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 서곡은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좋아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른 주자에게는 도입부 코랄이 하이라이트고, 현악 주자에게는 빠른 부분의 기교적인 악구가 도전이자 보람이거든요. 지휘자에게도 템포 조절의 자유도가 높아 해석의 폭이 넓습니다. 클라이버처럼 긴박하게 몰아칠 수도, 카라얀처럼 여유롭게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청중 입장에서도 이 서곡은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클래식을 처음 듣는 사람도 도입부 호른 소리에서 아름다움을, 빠른 부분에서 흥분을, 마지막에 시원하게 터지는 카타르시스를 맛봅니다. 오페라 줄거리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작곡가 이름을 몰라도 그만입니다. 그냥 들으면 됩니다.

그것이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서곡이 콘서트홀에서 살아 숨 쉬는 이유입니다. 좋은 음악은 설명이 필요 없는 법이니까요.

‘마탄의 사수’ 서곡이 오케스트라 입문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말러 교향곡 6번이나 브루크너 교향곡 8번처럼, 듣는 사람이 어느 정도 클래식에 익숙해야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처음 듣는 사람이 그냥 들어도 충분합니다. 호른이 나오면 아름답고, 감7화음이 나오면 불안하며, 마지막에 폭발하면 시원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베버는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처음 듣는다면: 이것만 알고 들으세요

‘마탄의 사수’ 서곡은 9분짜리 단악장이지만, 그 안에 두 개의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호른 코랄 구간. 시작하자마자 현악기 폭발 이후 찾아오는 호른 합창. 바로 ‘평화로운 독일 숲’입니다. 조용히 앉아서 이 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값진 순간입니다.

둘째, 감7화음 트레몰로. 그 직후 현악기들이 떨리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구간이 옵니다. 악마가 등장하는 소리. 19세기 공포 음악의 원형이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막스 테마 vs 아가테 테마. 빠른 부분이 시작되면 어두운 c단조와 밝은 C장조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어둠과 빛, 절망과 희망이 싸우는 셈입니다. 마지막에 C장조가 이기는 순간의 쾌감을 놓치지 마십시오.

넷째, 마지막 폭발. 서곡의 결말에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C장조로 함성처럼 터져 나옵니다. 이것은 음악이 “사랑이 이겼다”고 외치는 순간입니다. 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만을 위해서라도 한 번 들어볼 만합니다.

오페라 전체를 볼 시간이 없다면, 이 서곡만 들어도 이야기의 핵심이 몸으로 느껴질 겁니다. 그것이 베버가 이 서곡을 쓴 이유. 그리고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서곡이 오케스트라 콘서트장에서 꾸준히 연주되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만 더. 이 서곡은 연속으로 듣지 말고, 혼자 조용한 곳에서 이어폰으로 들어보십시오. 도입부 호른 코랄에서 눈을 감으면, 1821년 베를린 청중이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느꼈을 감정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을 겁니다.

추천 녹음

카를로스 클라이버 /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1973, EMI)

이 서곡의 기준점이 되는 녹음입니다. 클라이버의 리허설 영상도 여러 편 남아 있는데, 오케스트라를 몰아붙이는 방식이 공연 못지않게 전설적입니다. 감7화음이 나오는 순간의 섬뜩함, 막스 테마의 절박함, C장조로 폭발하는 순간의 시원함까지, 모든 것이 교과서처럼 담긴 녹음인 셈이죠. 클라이버는 이 오페라 전체를 녹음했는데, 서곡은 그 전집에서 발췌한 버전입니다. 악보 영상도 공개되어 있어 처음 듣는 분들이 구조를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75, EMI)

카라얀의 해석은 매끈하고 화려합니다. 클라이버가 날카롭고 긴박하다면, 카라얀은 웅혼하고 품위 있습니다. 호른 코랄 부분에서 베를린 필의 음색이 완벽하게 살아납니다. 클라이버 버전이 ‘숲속의 추격전’이라면, 카라얀 버전은 ‘숲속의 왕궁’입니다. 두 버전을 연속으로 비교해 들어보면 같은 악보가 얼마나 다르게 들릴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요제프 카일베르트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50년대)

독일 정통 스타일의 베버 해석입니다. 클라이버나 카라얀보다 덜 알려졌지만,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서 이 음악의 뼈대를 가장 충실하게 보여줍니다. 화려함보다는 이야기의 무게감을 먼저 전달합니다. 특히 볼프스 글렌 분위기를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재현하는지가 명확하게 들립니다. 독일 베버 해석의 정통적인 기준이 되는 녹음입니다.

악보와 함께 듣기

악보를 보며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클라이버 지휘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연주를 악보와 함께 따라가며 들으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악보 원본은 IMSLP에서 무료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마탄의 사수 악보 보기 (IMSLP))

자주 묻는 질문

마탄의 사수 서곡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마탄의 사수 서곡은 오페라 전체의 주요 음악 주제들을 미리 들려주는 드라마틱 서곡입니다. 느린 도입부에서는 호른 코랄과 악마 사미엘의 감7화음 테마가 등장하고, 빠른 주요부에서는 주인공 막스의 불안한 c단조 테마와 아가테의 밝은 C장조 테마가 대결합니다. 결국 C장조가 승리하면서 ‘사랑이 악을 이긴다’는 오페라 결말을 예고합니다. 9분 안에 오페라 전체의 감정 지형도를 압축해 보여주는 구성입니다.

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에서 왜 중요한가요?

마탄의 사수는 독일 최초의 낭만주의 오페라로 평가받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지배하던 당시 무대에서 독일어, 독일 민간 전설, 독일 숲의 자연을 음악으로 살려냈습니다. 특히 특정 인물에 고정 음악 주제를 붙이는 기법은 이후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 시스템으로 이어졌습니다. 1821년 초연 직후 전 유럽으로 퍼지며 독일 오페라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증명한 작품으로, 낭만주의 음악 운동의 실질적인 출발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마탄의 사수 서곡의 연주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마탄의 사수 서곡은 단악장 구성으로, 지휘자에 따라 약 8~10분입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 버전은 약 9분, 카라얀 버전은 약 10분 전후로 연주됩니다. 느린 도입부(Adagio)가 약 2~3분, 빠른 주요부(Allegro)가 약 6~7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콘서트 프로그램에서 독립 오케스트라 소품으로 자주 연주되며, 공연 시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점이 인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탄의 사수 서곡에 등장하는 주요 음악 주제는 무엇인가요?

크게 네 가지 주제가 등장합니다. 첫째, 호른 코랄, 4개의 호른이 연주하는 사냥꾼의 테마로, 평화로운 독일 숲을 표현합니다. 둘째, 사미엘(악마)의 감7화음, 현악기 트레몰로 위에 얹히는 불안한 화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효과를 냅니다. 셋째, 막스 테마, c단조로 연주되는 주인공의 불안하고 어두운 심리 묘사입니다. 넷째, 아가테 테마, C장조로 울리는 밝고 희망적인 선율로, 목관악기가 먼저 노래하고 저음 현악기가 응답하는 대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탄의 사수 서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인가요?

청취자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는 순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도입부에서 갑작스러운 정적 후 호른 4중주가 울려 퍼지는 장면입니다. 위협적인 강타 뒤에 찾아오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대비가 오페라 전체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만들어냅니다. 다른 하나는 곡의 절정부에서 c단조가 C장조로 폭발적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이 전환은, 악마를 이기고 사랑이 승리한다는 오페라의 결말을 오케스트라 전체가 함성처럼 외치는 순간으로 느껴집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저작권 안내 · 클래식노트의 모든 글은 무단 전재, 복제, 재배포, 무단 번역을 금지합니다. 짧은 인용은 출처 표기와 원문 링크를 포함한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협업·재사용 문의는 별도로 연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