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곡

서곡, 교향시, 모음곡처럼 교향곡 밖의 관현악 명곡을 다룹니다. 짧은 곡에도 긴 사연이 있습니다.

  • 슈만 – 만프레드 서곡, Op.115

    슈만 – 만프레드 서곡, Op.115

    자기혐오에 불타던 슈만의 12분

    바이런의 만프레드는 죄의식에 시달리면서도 구원도 속죄도 거부하는 남자입니다. 슈만은 이 주인공에게서 자기 자신을 봤거든요. 어두운 내면 전부를 12분짜리 서곡에 쏟아냈습니다. 슈만 본인이 ‘내 모든 서곡 중 가장 강렬하다’고 말한 곡인데, 그 자기혐오의 끈적함이 음표 사이사이에 배어 있습니다.

  • 스메타나 – 나의 조국

    스메타나 – 나의 조국

    여섯 교향시가 하나로 묶이는 80분의 대원환

    스메타나 《나의 조국》은 블타바(몰다우)를 비롯한 여섯 편의 교향시 연작입니다. 비셰흐라드 성채, 샤르카 전설, 후스 전쟁까지 체코의 역사와 자연을 80분에 담았죠. 귀가 먹은 작곡가가 침묵 속에서 완성한 이 대작의 6곡 구성과 감상 순서, 명연을 정리했습니다.

  • 스메타나 – 블타바

    스메타나 – 블타바

    두 귀를 잃고 써 내려간 강의 일생

    1874년, 완전히 귀가 먹은 스메타나가 18일 만에 체코의 강을 그려냈습니다. 산속 두 줄기 시냇물에서 시작해 프라하를 관통하고 엘베강으로 흘러드는 12분의 여정이거든요. 그런데 이 주선율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이스라엘 국가 하티크바와 뿌리가 같은 멜로디입니다.

  • 홀스트 – 행성, Op.32

    홀스트 – 행성, Op.32

    별점이 아니라 인간의 일곱 가지 기분

    천문학이 아니라 점성술입니다. 1913년 스페인 여행에서 점성술에 빠진 홀스트가 7개 행성의 성격을 음악으로 그렸거든요. 화성은 전쟁, 금성은 평화, 목성은 환희. 초연은 친구가 송별 선물로 빌려준 홀에서 열렸는데, 악단원들은 2시간 전에야 악보를 받았습니다. 지구도 명왕성도 빠져 있는데,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요절한 친구의 유작전, 스무날 만에 쓴 추모곡

    ‘강력한 다섯’이 와해된 뒤 홀로 남은 무소르그스키가 있었습니다. 1874년, 39세에 세상을 떠난 건축가 친구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를 보고 20일 만에 피아노 모음곡을 완성했거든요. 10곡의 그림 사이사이를 ‘프롬나드’라는 걸음걸이 선율이 연결합니다. 죽은 친구에게 보낸 음악 편지인데,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이 원곡을 넘어섰습니다.

  • 레스피기 – 로마의 소나무

    레스피기 – 로마의 소나무

    네 그루 소나무로 건너는 로마 2천 년

    1924년 로마 초연, 오케스트라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축음기였거든요. 나이팅게일 녹음을 악보에 지정한 최초의 관현악곡입니다. 레스피기는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5개월간 관현악법을 배웠는데, 그 가르침이 ‘로마 3부작’ 전체를 관통합니다. 소나무 사이로 로마의 역사가 울려 퍼지는 22분의 스펙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