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교향곡 제38번 D장조 ‘프라하’ K.504

빈에 외면받은 모차르트, 프라하가 불러낸 교향곡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곡명
교향곡 제38번 D장조 ‘프라하’ K.504
작곡 연도
1786년 (12월 6일 완성)
악장
3악장
I. Adagio – Allegro (D장조, 4/4)
II. Andante (G장조, 6/8)
III. Finale: Presto (D장조, 2/4)
1악장. 느리게 – 빠르게
2악장. 느리게 걸으며
3악장. 피날레: 매우 빠르게
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악 5부
연주 시간
약 30분
초연
1787년 1월 19일, 프라하 국립극장(노스티츠 극장), 모차르트 지휘

1787년 1월, 프라하 관객들이 한 교향곡을 처음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곡인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곡처럼 박수가 쏟아졌거든요. 바로 몇 주 전, 같은 도시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선풍을 일으킨 덕분이었습니다.

빈에서는 고작 여섯 번 공연하고 막을 내린 그 오페라가 프라하에서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지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거리와 카페, 무도회장 곳곳에서 피가로의 선율이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프라하 사람들은 나를 이해한다”는 말이 오래도록 모차르트의 것으로 전해질 만큼, 두 도시의 온도 차는 뚜렷했습니다.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초연된 교향곡이 바로 ‘프라하’입니다. 1786년 12월에 완성해 이듬해 1월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한 작품으로,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가운데 유일하게 미뉴에트 없는 3악장 구성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지요.

빈이 외면한 걸 프라하가 알아본 사연

1786년의 모차르트는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황제 요제프 2세의 지원으로 빈 무대에 올랐지만 귀족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어요. 신분 낮은 하인이 귀족 나리를 골탕 먹이는 이야기를 왜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었습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초상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1787년 프라하를 찾을 무렵 그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지만, 빈 귀족 사회의 지지는 흔들리고 있었다.

프라하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당시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사람들은 제국의 변방에서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고 있었어요. 권력에 맞서는 피가로의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남다르게 들렸을 테지요. 그저 흥겨운 오페라가 아니라 자기들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모차르트는 그 열기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1787년 1월,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 프라하로 향하면서 이 교향곡의 악보를 챙겨 갔지요. 자필 악보에 1786년 12월 6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으니, 프라하로 떠나기 불과 몇 주 전에 완성한 새 작품이었습니다.

초연은 1787년 1월 19일,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봉을 잡았고 청중은 열광했습니다. 이 방문의 성공에 힘입어 프라하 국립극장 감독 파스콸레 본디니가 새 오페라를 의뢰했고,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바로 그해 가을의 《돈 조반니》입니다.

프라하의 환대가 없었다면 《돈 조반니》도 다른 모습이었을지 모릅니다. 빈 귀족들이 《피가로》를 외면할 때 프라하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그 박수가 모차르트에게 다음 걸작으로 가는 발판이 되어 주었으니까요.

미뉴에트 없는 교향곡 — 3악장 구성의 의미

모차르트의 교향곡 중에서 이 곡이 유독 도드라지는 까닭이 하나 있습니다. 악장이 셋뿐이라는 점이지요. 당시 교향곡은 보통 ‘빠름–느림–미뉴에트(춤곡)–빠름’의 네 악장 구성이 표준이었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38번 K.504 자필 악보 첫 페이지
모차르트가 직접 쓴 교향곡 38번 자필 악보. 1786년 12월 6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어, 프라하 방문 불과 몇 주 전에 완성됐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은 ‘프라하’라는 이름을 모차르트가 직접 붙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1784년부터 손수 적어 둔 작품 목록에는 그저 “교향곡, 1786년 12월 6일”이라고만 기록돼 있어요. 프라하 초연 뒤 큰 사랑을 받으면서 후대 사람들이 자연스레 도시 이름을 별명으로 붙인 겁니다. 별명 하나에도 이 곡과 도시의 각별한 관계가 묻어나지요.

그런데 이 ‘프라하’ 교향곡에는 미뉴에트가 없습니다.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 중 3악장 구성은 이 곡이 유일한데, 과연 의도한 선택이었을까요, 아니면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생략한 걸까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프라하 여행을 앞두고 서둘러 완성하느라 빼놓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미뉴에트 없이도 완결되는 구조를 노렸다는 주장도 맞섭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단서는 청중입니다. 프라하에서는 이탈리아풍의 3악장 교향곡이 오래 사랑받았고, 이곳에서 활동한 체코 작곡가 요제프 미슬리베체크 같은 이들이 그 형식을 즐겨 썼거든요. 모차르트가 프라하 관객의 취향에 맞춰 3악장을 택했으리라 보는 견해가 여기서 나옵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분명합니다. 미뉴에트가 빠진 자리에 더 팽팽한 긴장이 들어찼어요. 1악장의 웅장한 서주부터 3악장 피날레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내달리는 느낌이지요.

재미있게도 이 선택 덕분에 ‘프라하’는 훗날 교향곡 형식이 어디로 갈지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미뉴에트를 스케르초로 바꾸고 네 악장에 새 의미를 불어넣은 건 베토벤이지만, 미뉴에트 자체를 과감히 들어낸 선례는 모차르트가 먼저 보여줬으니까요. 물론 그게 의도한 실험이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입니다.

악장별 감상 — 38번을 귀로 따라가기

1악장 — 느린 서주가 만드는 긴장

1악장은 ‘Adagio–Allegro’, 느린 서주 뒤에 빠른 본론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당시 교향곡에서 이렇게 긴 서주는 흔치 않았어요. 하이든도 후기 교향곡에서 쓰긴 했지만, 이 ‘프라하’의 서주는 성격 자체가 사뭇 다릅니다.

프라하 에스타테스 극장 외관
프라하 에스타테스 극장(Stavovské divadlo). 교향곡 38번이 1787년 1월 19일 초연된 곳으로, 같은 해 가을 《돈 조반니》도 이곳에서 세계 초연됐다.

서주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현악기가 낮은 D음을 깔아주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반음계가 섞여들며 방향을 잡지 못하는 느낌을 주거든요. 분명 D장조인데도 장조 특유의 밝음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낯선 도시로 향하는 길처럼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시간이지요.

그 긴 서주가 풀리며 알레그로가 시작되는 순간이 이 곡의 백미입니다. 현악기가 경쾌하게 첫 주제를 던지는데, 서주의 음울함이 한순간에 걷히는 그 느낌! 불안에서 확신으로, 망설임에서 결정으로 건너가는 이 대비야말로 1악장의 핵심이라 할 만합니다.

알레그로의 전개는 제법 복잡합니다. 모차르트는 여러 주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얽히고설키며 대화하게 만들거든요. 대위법, 즉 여러 선율이 저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전체 화성을 이루는 기법을 여기서 마음껏 펼칩니다. 특히 발전부에서 낮은 현악기가 반음씩 내려가며 자아내는 불안감, 그리고 그 끝에서 갑자기 밝게 터지는 순간은 처음 들으면 “어?” 하고 놀라게 되는 대목이지요. 바흐의 대위법을 깊이 파고들던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2악장 — 각 악기가 말을 거는 Andante

2악장 안단테는 G장조로 펼쳐집니다. 1악장의 강렬함에서 한발 물러선 듯하지만, 모차르트는 여기서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사로잡아요. 현악기가 부드럽게 주제를 꺼내는 모습이 마치 천천히 걸으며(Andante)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곧이어 오보에가 스며들고 플루트가 대화를 거들며, 호른이 배경을 은은하게 채워 줍니다. 이 곡의 편성에 클라리넷이 없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클라리넷을 그토록 아끼던 모차르트가 왜 뺐을까요? 프라하 오케스트라 사정에 맞춰 오보에 중심으로 목관을 짠 것으로 보입니다.

클라리넷 없이도 이만큼 풍부한 음색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모차르트 관현악법의 유연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중간부에서 잠시 단조로 기울며 그늘이 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그늘을 뚫고 다시 G장조의 온기로 돌아올 때의 감동이 각별하지요. 조용히 시작해 조용히 막을 내리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는 무척 풍성합니다. 교향곡이 단순히 소리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말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악장이에요.

3악장 — 미뉴에트 없이 달리는 피날레

Presto, 그야말로 ‘매우 빠르게’입니다. 미뉴에트가 없는 만큼 3악장이 그 무게를 어느 정도 떠안지만, 프레스토는 미뉴에트처럼 우아하게 춤추는 대신 숨 가쁘게 뛰어다니지요.

첫 주제가 현악기에서 시작되는데 거의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빠른 16분음표가 쉴 새 없이 앞으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이 악장의 생명이거든요. 흥미로운 건 이 피날레가 그저 ‘신나게 끝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발전부에서 모차르트는 1악장에서 썼던 대위법을 다시 꺼내 듭니다.

서로 다른 선율이 복잡하게 얽히다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구조는, 이 교향곡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됐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입니다. 특히 조용히 흐르다 갑자기 오케스트라 전체가 포르티시모(ff)로 터지는 부분을 눈여겨보세요.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모차르트 특유의 유머인데, 초연 당시 프라하 관객이 왜 그토록 열광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피날레가 끝나고 나면 교향곡 전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느껴질 거예요. 1악장 서주의 불안, 알레그로의 확신, 2악장의 성찰, 그리고 3악장의 폭발까지. 미뉴에트 없이도 이토록 완결된 마무리라니요.

바흐의 그림자 — 대위법적 사고의 도달점

이 교향곡을 더 깊이 들으려면 1782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 시기 빈의 귀족 고트프리트 판 슈비텐 남작의 집에서는 매주 바흐와 헨델의 음악이 연주됐어요. 모차르트가 그 자리에 단골로 드나들었고, 거기서 받은 충격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차르트가 직접 “바흐를 알고 나서 새 세계를 발견했다”고 말한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그 이후 작품에서 대위법적 짜임새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요. 1785년의 ‘하이든 4중주’, 1786년의 피아노 협주곡들, 그리고 마침내 이 ‘프라하’ 교향곡까지, 옛 거장들을 공부한 흔적이 서서히 자기 언어로 녹아드는 과정이 보입니다. 1악장 서주의 반음계적 진행과 발전부의 복잡한 성부 짜임새는 바로 그 공부가 맺은 결실이라고 할 만합니다.

바르바라 크라프트 작 모차르트 초상화 1819년
바르바라 크라프트가 1819년에 그린 모차르트 초상.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과 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돼, 비교적 신뢰할 만한 초상으로 꼽힌다.

3악장의 진짜 묘미 — 대위법과 깜짝 등장

3악장 피날레를 들을 때 한 가지만 기억해 두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중간 발전부에서 여러 선율이 한꺼번에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지점이 있어요. 전문 용어로는 대위법이라 하는데, 쉽게 말하면 저마다 다른 멜로디를 부르는 성부들이 동시에 노래하며 엉켜드는 구간입니다. 처음엔 복잡하게 들리지만 귀가 익으면 각 파트가 서로 쫓고 쫓기는 게 들리지요.

그 복잡한 구간이 끝나고 갑자기 오케스트라 전체가 포르티시모로 터지는 순간이 옵니다. 예고가 없어요. 조용히 가다가 쾅 터집니다. 모차르트 특유의 장난인데, 초연 당시 프라하 청중이 환호한 것도 이런 순간들 덕분이었을 겁니다.

모차르트 시절 빈 청중과 프라하 청중이 정확히 어떻게 달랐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피가로의 결혼》을 향한 반응의 차이를 보면, 프라하 관객은 형식보다 내용에 더 솔직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지요. 이 3악장에 숨겨둔 장난과 놀라움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초연 현장을 상상해 보는 것도 이 곡을 듣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다른 연주로 비교해 듣는 것도 좋습니다. 같은 악보가 지휘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아래는 막심 에멜리아니체프가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한 발췌 영상으로, 짧지만 이 곡의 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엿보기에 좋습니다.

막심 에멜리아니체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발췌). 빠르고 투명한 시대 감각으로 1악장 서주의 긴장을 또렷이 살린 연주.

클라리넷 없이 만들어낸 색채

이 교향곡을 같은 시기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과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클라리넷이 없다는 점이에요.

모차르트는 클라리넷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그 따뜻한 음색을 즐겨 썼지요. 그런데 이 교향곡에서는 플루트와 오보에, 바순만 씁니다. 편성에 클라리넷이 들어가지 않아요.

아마도 프라하 오케스트라 사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당시 오케스트라가 클라리넷 연주자를 늘 갖추고 있던 건 아니었거든요. 모차르트는 있는 편성에 맞춰 곡을 썼습니다. 그런데 클라리넷이 없어도 이 곡의 목관은 충분히 풍부합니다. 오보에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메우면서 빈틈이 없고, 오히려 클라리넷 없는 투명한 음색이 이 곡에 독특한 개성을 줍니다.

같은 1788년에 쓴 교향곡 39번 E♭장조는 정반대로 오보에 없이 클라리넷을 씁니다. 두 곡을 잇따라 들어 보면 한 작곡가가 편성을 얼마나 자유롭게 다루는지 실감하게 되지요.

어떤 연주로 들을까 — 명연 가이드

‘프라하’는 녹음이 무척 많은 곡입니다. 처음이라면 성격이 또렷이 갈리는 세 갈래로 접근해 보길 권합니다.

카를 뵘 · 베를린 필하모닉(DG). 묵직하고 따뜻한 전통적 해석입니다. 서주의 무게감과 현악의 두툼한 울림을 좋아한다면 가장 편안한 출발점이에요. 다만 요즘 귀에는 다소 느긋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찰스 매케라스 · 프라하 체임버 오케스트라(텔라크). 곡의 고향에서 태어난 명반입니다. 편성을 가볍게 줄여 성부가 또렷하게 들리고, 대위법의 짜임새를 따라가기에 그만이지요. 투명한 소리를 원하는 분께 권합니다.

트레버 피노크 · 잉글리시 콘서트(아르히프). 시대 악기 연주로, 거친 듯 생생한 질감과 빠른 추진력이 매력입니다. 18세기 초연 현장의 공기를 상상하고 싶다면 이 쪽이 좋습니다.

처음 듣는다면 — 이것만 알고 들으세요

무엇보다 1악장 서주를 놓치지 마세요. 교향곡을 틀어 두고 본론이 나올 때부터 집중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 곡에서만큼은 그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 1~2분의 불안하고 느린 서주야말로 이 곡의 열쇠거든요. 서주가 끝나고 빠른 본론이 시작될 때의 짜릿한 대비를 겪어야 이 곡의 첫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 초연 포스터 1786년
《피가로의 결혼》 초연 포스터(1786년). 빈에서 여섯 번 공연된 이 오페라가 프라하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그것이 모차르트의 프라하 방문으로 이어졌다.

악장이 세 개뿐이라는 사실도 기억하세요. 보통의 교향곡처럼 네 악장을 기다리다 당황할 일이 없습니다. 1악장, 2악장, 3악장, 딱 세 번의 호흡으로 끝나는 간결한 구조니까요.

3악장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 보세요. 빠른 피날레라 그냥 흘려듣기 쉽지만, 중간에 선율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이게 뭐지?” 하는 순간을 지나면 찾아오는 해소의 쾌감, 그걸 한 번 듣고 나면 이 악장이 전혀 다르게 들릴 거예요.

전체 연주 시간은 약 30분으로 길지 않습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듣기에 딱 좋은 길이지요. 교향곡 40번이나 《돈 조반니》를 들은 뒤 이 곡을 다시 들어 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입니다. 특히 1악장 서주의 어두운 색채와 《돈 조반니》 서곡의 강렬함을 견줘 보면, 같은 도시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난 두 작품의 공통된 공기가 느껴질 거예요.

이 교향곡이 주피터보다 먼저 들려야 하는 이유

모차르트의 마지막 세 교향곡, 39번과 40번 그리고 41번 ‘주피터’는 클래식 입문자라면 누구나 만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세 곡에 앞서 38번 ‘프라하’를 먼저 들어 두면 뭔가가 달라집니다.

38번은 마지막 세 곡보다 규모가 작고 덜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 이후 교향곡들에서 활짝 피어날 요소들이 먼저 담겨 있어요. 1악장 서주의 어두운 긴장감, 대위법적 발전, 피날레의 에너지가 그렇습니다. 38번을 들은 뒤 ‘주피터’의 마지막 악장을 들으면, 38번 피날레가 ‘주피터’ 피날레의 전신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있지요.

물론 이건 결과를 다 알고 난 뒤에 갖다 붙이는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1786년의 모차르트는 앞으로 2년 안에 교향곡을 세 편 더 쓰게 되리라는 걸 알 수 없었으니까요. 이 교향곡은 그 자체로 완결된 작품이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듣는 이 곡의 실체입니다. 교향곡이라는 형식이 어떻게 자라 왔는지 궁금하다면, 38번은 그 변화의 길목을 보여 주는 좋은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프라하 교향곡이 지금도 연주되는 이유

연주 현장에서 38번은 생각보다 사랑받는 곡입니다. 많은 지휘자가 이 곡을 즐겨 무대에 올리는데, 그 까닭은 아마 1악장 서주에 있을 거예요.

그 느리고 반음계적인 서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곡 전체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둡고 무겁게 끌고 갈 수도, 긴장을 머금은 채 담담하게 펼칠 수도 있지요.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점에서 이 곡은 지휘자에게 매력적인 무대입니다.

《돈 조반니》와의 연결고리도 이 곡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돈 조반니》 서곡을 여는 그 유명한 D단조 화음, 죽음과 위협을 암시하는 어두운 분위기가 ‘프라하’ 교향곡 1악장 서주와 묘하게 통하거든요. 두 작품이 같은 도시,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만은 아닌 듯합니다. 빈이 외면했지만 프라하가 알아본 작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교향곡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더해지지요. 인정받지 못한 천재라는 낡은 서사가 아니라, 도시와 예술가가 서로를 알아본 기적 같은 공명의 기록입니다.

모차르트와 프라하, 그 못다 한 인연

‘프라하’ 교향곡은 모차르트와 이 도시가 맺은 깊은 인연의 시작점이었습니다. 1787년 1월의 환대에 보답하듯, 그해 가을 모차르트는 같은 극장에서 《돈 조반니》를 세계 초연했어요. 프라하가 의뢰하고, 프라하가 처음 들은 오페라였지요.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791년 9월, 모차르트는 레오폴트 2세의 보헤미아 국왕 대관식을 위해 다시 프라하를 찾아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초연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석 달 전의 일이었어요. 빈에서 점점 잊혀 가던 시기에도 프라하만큼은 끝까지 그를 불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1791년 12월 5일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자, 프라하는 누구보다 깊이 슬퍼했습니다. 12월 14일, 말라 스트라나의 성 니콜라스 성당에서 그를 기리는 추모 미사가 열렸는데, 100명이 넘는 연주자가 한 푼도 받지 않고 음악을 바쳤고 4천 명이 넘는 시민이 성당과 그 둘레 거리를 가득 메웠다고 전합니다. 빈이 끝내 외면한 천재를, 프라하는 그렇게 배웅했습니다. ‘프라하’라는 별명 하나에 이토록 긴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악보와 함께 듣기

악보를 보며 감상하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추천합니다. 전곡 연주와 함께 악보가 흘러가서, 어느 대목에서 어떤 성부가 움직이는지 눈으로 따라가기에 좋습니다.

교향곡 38번 전곡을 악보와 함께 따라가는 영상. 1악장 서주의 반음계 진행과 3악장 발전부의 대위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본 악보를 직접 살펴보고 싶다면 IMSLP의 교향곡 38번 K.504 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모차르트 교향곡 38번을 왜 ‘프라하’ 교향곡이라고 부르나요?

1787년 1월 프라하에서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해 초연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프라하는 《피가로의 결혼》의 큰 성공으로 모차르트를 열렬히 환영하던 도시였고, 그 방문 중에 이 교향곡이 처음 연주됐습니다. 도시 이름이 그대로 별명으로 굳었지요.

교향곡 38번에 미뉴에트 악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중 유일하게 3악장 구성이며, 미뉴에트가 빠져 있습니다. 프라하 여행을 앞두고 서둘러 완성하느라 생략했다는 설과, 이탈리아풍 3악장 교향곡을 즐기던 프라하 청중의 취향에 맞췄다는 설이 함께 거론됩니다. 어느 쪽이든 미뉴에트가 빠진 덕에 곡 전체가 더 압축적이고 긴장감 있게 들립니다.

교향곡 38번은 어떤 악기로 편성되어 있나요?

플루트 2, 오보에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그리고 현악 5부로 편성됩니다. 모차르트가 아끼던 클라리넷이 빠져 있는 점이 특징인데, 프라하 오케스트라 사정에 맞춘 선택으로 보입니다. 오보에 중심의 투명한 목관 음색이 이 곡의 개성입니다.

프라하 교향곡의 1악장 서주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D장조 곡인데도 느리고 반음계적인 서주가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 긴 서주는 빠른 알레그로와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돈 조반니》 서곡의 어두운 색채와도 통합니다. 지휘자마다 해석이 크게 갈려 곡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교향곡 38번과 《돈 조반니》는 어떤 관계인가요?

둘 다 프라하와 깊이 얽혀 있습니다. 38번 초연을 위한 1787년 프라하 방문 중에 프라하 국립극장 감독 본디니가 모차르트에게 새 오페라를 의뢰했고, 그렇게 그해 가을 같은 극장에서 《돈 조반니》가 초연됐습니다. 1악장 서주의 어두운 긴장이 《돈 조반니》 서곡과 통한다는 점에서도 두 작품은 짝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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