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자
-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 출생
- 1989년, 경기 안양
- 수학
- 커티스 음악원(시모어 립킨) · 줄리아드(로버트 맥도널드) · 매네스(리처드 구드) · 하노버(베른트 괴츠케)
- 레이블
- GENUIN · 데카 골드 · 데카
- 주요 이력
- 2017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한국인 최초)
2013 센다이 · 2014 방돔 프라이즈 · 2015 저먼 피아노 어워드 1위
Keynote Artist Management 소속
2017년 6월,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스물여덟 살의 선우예권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드보르자크 피아노 오중주를 차례로 연주했습니다. 결과는 우승. 1962년 대회가 생긴 이래 한국인이 이 콩쿠르 정상에 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우승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행운이 아니에요. 그 앞에 이미 네 개의 국제 콩쿠르 1위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예정 공연
- 2026.9.6.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제주아트센터, 제주
- 2026.9.19.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선우예권 &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
- 2026.9.20.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부천아트센터, 경기
- 2026.9.22.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예술의전당, 서울
공연 일정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출처: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www.kopis.or.kr)다섯 번의 1위로 쌓은 길
출발은 2012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였습니다. 1위에 관객상과 실내악상까지 한꺼번에 가져갔습니다. 이어 2013년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2014년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방돔 프라이즈,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거의 해마다 우승을 보탰고, 2017년 반 클라이번까지 다섯 번의 1위가 쌓였습니다. 대회마다 심사위원도 청중도 달랐는데 이름은 번번이 맨 위에 있었습니다.
여덟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열다섯 살에 서울에서 독주회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데뷔했고,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커티스 음악원에서 시모어 립킨에게 배웠고 라흐마니노프 프라이즈를 받으며 졸업했습니다. 줄리아드에서 로버트 맥도널드에게 석사를 마쳤고, 매네스 음악원에서 리처드 구드에게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았습니다. 그 뒤에도 독일 하노버에서 베른트 괴츠케에게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여러 콩쿠르를 이기고 난 뒤에도 그는 계속 배우는 쪽을 골랐습니다. 스승들 가운데 특히 리처드 구드라는 이름이 시선을 끕니다. 화려한 비르투오소보다 실내악과 독일 고전의 깊이로 이야기되는 피아니스트라는 점이, 우승 뒤에도 이어진 배움의 방향을 짐작하게 합니다.
우승 다음 날부터의 일
우승 직후 결선 실황을 담은 음반 Cliburn Gold 2017이 데카 골드 레이블로 나왔고, 빌보드 트래디셔널 클래시컬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라벨의 ‘라 발스’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1931년 개정판이 이 음반의 중심입니다. 무대는 뉴욕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 휴스턴 심포니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선택입니다. 2020년 데카에서 낸 첫 스튜디오 앨범의 주인공은 라흐마니노프가 아니라 모차르트였습니다. 피아노 소나타 8번과 10번, 환상곡 K.475와 K.397, 론도 K.511을 담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로 우승한 피아니스트가 정식 데뷔반으로 가장 숨을 곳 없는 작곡가를 골랐다는 얘기죠. 라흐마니노프는 탄생 150주년이던 2023년에야 Rachmaninoff, A Reflection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협주곡이 아니라 코렐리 주제 변주곡과 쇼팽 주제 변주곡을 두 축으로 세웠습니다. 반 클라이번 우승의 인상을 반복하기보다 음반마다 다른 레퍼토리로 자신을 다시 시험해 온 흐름이에요.
2026년 5월에 나온 세 번째 데카 앨범은 리스트입니다. 발매 인터뷰에서 그는 “한때 리스트는 제게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였어요. 현재는 저와 소리의 색채감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초절기교의 화려함 너머에 있는 인간성과 서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본인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사랑의 꿈과 위안 같은 서정 소품이 헝가리 랩소디 2번 같은 화려한 곡과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앨범 듣는 순서
처음 듣는 분께는 Cliburn Gold 2017의 ‘라 발스’를 권합니다. 우승을 만든 바로 그 무대의 소리인 데다, 이 연주자의 장점이 한 곡에 압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뮤직웹 인터내셔널은 이 트랙을 두고 “수정 같은 명료함으로 연주하며 라벨의 여러 내성부를 아름답게 켜켜이 드러냈다”라고 썼습니다. 관현악곡을 피아노 한 대로 옮긴 이 곡은 소리가 뭉개지기 쉬운데, 성부 하나하나가 분리된 채로 소용돌이가 커집니다.
다음은 Rachmaninoff, A Reflection 차례입니다. 코렐리 주제 변주곡부터 들어보세요. 변주곡은 같은 주제가 스무 번 모습을 바꾸는 형식이라 연주자가 각 변주의 성격을 얼마나 선명하게 갈라내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협주곡의 화력 대신 설계로 승부하는 라흐마니노프라는 점에서, 이 연주자가 우승 이후 어디로 갔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반입니다.
심화 단계는 Mozart입니다. 환상곡 K.475는 모차르트가 어둡고 즉흥적인 얼굴을 드러내는 곡인데, 꾸밈이 통하지 않는 이 음악에서 소리의 결이 고스란히 들립니다. 쇼팽 전주곡 전곡을 담은 우승 전 GENUIN 앨범 Crossing Spheres까지 가면, 쇼팽 전주곡에서 모차르트까지 이어진 궤적을 거꾸로 확인할 수 있어요.
어떤 연주인가
평단이 그를 말할 때 꺼내는 단어들이 서로 닮았습니다. 뮤직웹 인터내셔널은 “사려 깊고 진지한 음악가이며, 굉장한 테크닉을 갖췄다”라고 정리했고, 시카고 트리뷴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천둥을 칠 수 있는, 총체적인 기술 무기고를 갖춘 피아니스트”라고 썼습니다. 인터내셔널 피아노가 고른 말은 “한결같이 일관된 탁월함”이었습니다. 세 평을 나란히 놓아 보면 그의 테크닉은 과시보다 음악 안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본인의 언어는 더 구체적입니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를 “맑은 와인잔, 비눗방울, 유리와 같은 투명한 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큰 소리로 몰아붙일 줄 아는 연주자가 정작 가장 오래 붙드는 건 투명한 음색이에요. 뮤직웹이 짚은 “윤이 나는 아름다운 음색”도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라 발스의 소용돌이에서 내성부가 묻히지 않는 것도, 모차르트 환상곡에서 소리의 결이 또렷하게 남는 것도 결국 그 투명한 터치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