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 아내의 언니 목소리에 맞춰 쓴 높은 F

초연 9주 뒤 죽은 작곡가의 3분짜리 복수극

197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금박을 입힌 음반을 한 장씩 챙겨 보이저 탐사선 두 대에 실어 태양계 밖으로 쏘아 올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지구를 대표할 음악으로 고른 곡 가운데 하나가 하필 어머니가 딸에게 칼을 쥐여주며 자라스트로를 죽이라 명령하는 노래였다는 사실이죠. 3분이 채 안 되는 길이의 이 살벌한 곡이 바로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입니다.

흔히 이 아리아는 ‘높은 F’와 화려한 ‘기교’라는 수식어를 달고 소개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모차르트는 이 3분짜리 곡을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에 맞춤옷처럼 재단해 썼거든요.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내 콘스탄체의 언니, 소프라노 요제파 호퍼였습니다. 모차르트는 처형인 요제파의 음역에 딱 맞춰 두 아리아를 완성했고, 안타깝게도 초연 무대가 올라간 지 9주 남짓 지났을 무렵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요제프 랑게가 그리다 만 모차르트 옆얼굴 초상
1782~83년 무렵 그린 것으로 알려진 요제프 랑게의 미완성 모차르트 초상. 랑게는 콘스탄체의 언니 알로이지아의 남편이었으며, 밤의 여왕 역을 처음 맡은 요제파 호퍼도 콘스탄체의 언니였습니다.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곡명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Die Zauberflöte K.620, 2막 14번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대본
에마누엘 시카네더
작곡 시기
1791년
위치
2막 · 밤의 여왕(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두 번째 아리아
조성 · 빠르기
D단조 · Allegro assai
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 5부
음역
F4 ~ F6 (두 옥타브)
초연
1791년 9월 30일, 빈 프라이하우스 극장(테아터 아우프 데어 비덴)
지휘 모차르트 · 밤의 여왕 요제파 호퍼
연주 시간
약 3분

이 곡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2막에서 밤의 여왕이 딸에게 복수를 명령하며 부르는 3분짜리 D단조 아리아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입니다.

딱 하나만 듣는다면: 후반부에서 여왕이 “들어라(Hört)”라고 세 번 외치는 대목을 들어보세요. 앞의 두 외침이 D와 F로 이어지기 때문에 귀는 세 번째 음으로 A를 예상하지만, 여왕은 A 대신 반음 높은 B♭을 갑자기 찍습니다.

음반: 조수미 · 게오르그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 · 데카(Decca, 1990년 녹음).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는 무슨 내용인가: 딸 손에 쥐여준 칼

문제의 장면은 2막에서 펼쳐집니다. 딸 파미나가 자라스트로의 신전에 포로처럼 붙들려 있는 와중에, 어머니인 밤의 여왕이 요란한 천둥을 대동하고 불쑥 나타나 다짜고짜 단검을 건넵니다. 그러고는 그 칼로 자라스트로를 찌르라고 명령하며, 만약 이 명을 따르지 않으면 더는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서슬 퍼런 선언을 날립니다.

살벌한 독일어 가사를 우리말로 풀면 뜻은 이렇습니다.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서 끓어오르고,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서 불타오른다. 네 손으로 자라스트로에게 죽음의 고통을 안기지 않는다면, 너는 더는 내 딸이 아니다.” 이걸로도 모자랐는지, 여왕은 명령을 거역할 경우 모녀의 인연마저 무참히 끊어버리겠다며 위협의 수위를 한껏 높입니다. “너는 영원히 내쳐지고, 영원히 버림받으며, 자연이 맺어 준 모든 인연도 영원히 끊어지리라. 네 손으로 자라스트로를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들어라, 복수의 신들이여, 어머니의 맹세를 들어라!”

연주회장 의자에 편히 앉아 이 곡만 쏙 빼서 듣다 보면, 핏빛 가득한 극적 상황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반짝이는 고음과 쏟아지는 박수갈채만 기억에 남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무대 위 현실은 꽤나 잔혹하죠. 파미나는 숨 막히는 어머니의 노래를 꼼짝없이 코앞에서 들어야만 하고, 광기 어린 노래가 끝난 뒤에도 그녀의 손에는 기어코 어머니가 건넨 칼이 덩그러니 남거든요. 음을 하나하나 날카롭게 끊어내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스타카토 고음은 이 기막힌 장면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퍼런 칼끝을 절로 연상시킵니다.

밤의 여왕이라는 그럴듯한 이름표도 한 번 짚어 볼 만합니다. 대본에는 무려 ‘별처럼 불타는 여왕(die sternflammende Königin)’이라는 화려한 표현이 등장하고, 실제로 1막에서 여왕은 별이 총총히 박힌 옥좌에 앉아 위풍당당하게 나타나거든요. 밤의 세계를 호령하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빼앗겼다며 눈물로 호소하던 비련의 어머니. 그런 그녀가 2막에 이르러서는 태세를 전환해 제 입으로 딸에게 살인을 사주합니다. 이 전혀 다른 두 모습의 기괴한 충돌이 가장 날카롭게 번뜩이는 순간이 바로 이 아리아인 셈이죠.

모차르트는 왜 아내의 언니를 위해 이 아리아를 썼나

1758년생인 요제파 호퍼는 베버 집안 네 자매 중 맏이였습니다. 이 집안의 가계도를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데, 둘째 알로이지아는 모차르트가 결혼 전에 흠모하며 마음을 두었던 가수였고, 셋째 콘스탄체는 1782년 기어이 모차르트와 백년가약을 맺었죠. 막내는 조피였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얽히고설킨 인연의 맏이, 요제파가 밤의 여왕이라는 막중한 역을 가장 처음 맡아 무대에 올랐습니다.

요제파는 1788년 7월 궁정 바이올리니스트 프란츠 데 파울라 호퍼와 결혼한 뒤부터 호퍼라는 성을 썼습니다. 1789년쯤에는 빈 외곽에 자리한 비덴 극장의 간판 소프라노로 맹활약했죠. 같은 해 이 극장에서 야심 차게 초연된 파울 브라니츠키의 오페라 〈오베론〉에서는 당당히 주역을 꿰찼거든요. 연구자들은 바로 이 작품이 거둔 눈부신 성공을 계기로 극장주 시카네더가 모차르트와 본격적인 협업의 손을 잡게 되었다고 봅니다. 공교롭게도 그해 모차르트는 요제파가 부를 아리아 한 곡(K.580)을 쓰며 악보에 아예 “호퍼 부인을 위해”라고 쾅 찍어 적어두기까지 했습니다.

요제파가 극단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는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시절의 작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요제파가 출산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던 1790년, 비덴 극장이 여러 작곡가를 끌어모아 만든 오페라 〈현자의돌〉에는 아찔하게 높은 음을 빠르게 오르내리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아리아가 단 한 곡도 자취를 감췄거든요. 연구자들은 이 기이한 공백의 이유를 요제파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요제파가 화려하게 복귀하자마자, 보란 듯이 〈마술피리〉에는 그녀 특유의 높은 음역과 기교를 한껏 살린 초고음 아리아 두 곡이 떡하니 자리를 잡게 됩니다.

당대 요제파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음악 사전 뉴 그로브는 당시 기록을 토대로 요제파가 매우 높은 음역을 자유롭게 구사했으나 음색이 다소 거칠고 무대 장악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살리에리는 요제파를 위해 다른 작곡가의 악보에 연필로 기교적 구절을 덧붙였으며 모차르트 외에도 다섯 명의 작곡가가 그의 목소리에 맞춰 곡을 썼습니다. 음색과 연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높은 음역과 기교는 여러 작곡가가 작품에 활용할 만큼 뚜렷한 강점이었습니다.

첫 남편 호퍼가 1796년 세상을 떠난 뒤 요제파는 이듬해 가수 제바스티안 마이어와 재혼했습니다. 마이어는 훗날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악역 피차로를 처음 부른 인물입니다. 요제파는 1798년 시카네더와 작곡가 페터 빈터가 합작한 〈마술피리〉 속편 〈미궁〉에서도 밤의 여왕을 맡았습니다. 모차르트 사후에도 이 배역을 유지하며 10년 가까이 밤의 여왕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요제파는 마흔셋이던 1801년 밤의 여왕 역에서 물러났습니다. 초연부터 10년간 이 배역을 소화한 그는 이후 음역이 낮은 메조소프라노 배역으로 활동하다 1805년 은퇴했으며 1819년 12월 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초연 가수 요제파의 높은 음역을 살려 밤의 여왕을 위한 두 아리아를 작곡했습니다. 두 곡에 등장하는 높은 F는 소프라노조차 내기 어려운 초고음으로 오늘날까지 해당 배역을 대표하는 고난도 음표로 꼽힙니다.

1791년 연극 연감에 실린 시카네더 극단 단원들의 판화
1791년 연극 연감에 실린 시카네더 극단의 모습입니다. 이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이 요제파 호퍼로 전해집니다. 그림은 밤의 여왕이 처음 무대에 오르기 몇 달 전에 제작되었습니다.

1791년 9월 30일 프라이하우스 극장 초연

초연은 당시 빈 성벽 바깥 비덴 지구에서 열렸습니다. 공연장은 슈타르헴베르크 가문 소유의 대형 건물군 프라이하우스 내부에 자리했습니다. 프라이하우스는 1647년 황제 칙령으로 면세 혜택을 받으며 ‘자유의 집’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상점과 주택이 밀집해 있던 이곳에 1787년 극장이 들어섰습니다.

극장 규모는 가로 30미터 세로 15미터였습니다. 객석 수를 기록한 사료가 없어 연구자들은 500명에서 1000명 사이로 추정합니다. 배우 겸 극작가 에마누엘 시카네더가 1789년 7월부터 극장 운영을 맡았습니다. 그는 동화 소재 오페라를 연이어 무대에 올렸으며 해당 연작은 1791년 가을 초연한 〈마술피리〉에서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1791년 9월 30일 밤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대본을 집필한 시카네더가 파파게노를 맡았고 베네딕트 샤크가 타미노를, 안나 고틀리프가 파미나를, 프란츠 크사버 게를이 자라스트로를 연기했습니다. 밤의 여왕을 노래한 요제파 호퍼는 모차르트 아내 콘스탄체의 언니로 모차르트에게는 처형이었습니다.

이 극장은 1801년까지만 운영되었습니다. 시카네더가 신축 극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건물주는 기존 극장을 허물고 주택을 지었습니다. 당시 지붕 기와는 인근 페르히톨츠도르프 교회로 옮겨져 현재까지 남아 있습니다. 극장 운영 14년간 350편의 작품이 첫선을 보였으며 그중 〈마술피리〉는 극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223회 공연되었습니다.

훗날 이 극장은 “나무 판잣집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해당 표현은 음악가 이그나츠 폰 자이프리트가 1840년 남긴 글에서 유래했으나 현대 연구자들은 실제 극장 모습과 거리가 먼 묘사로 판단합니다. 자이프리트는 밤의 여왕에 얽힌 전설도 함께 전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남긴 기록은 다른 사료와 대조해 신빙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1780년경 빈 프라이하우스 건물과 강 위 다리를 그린 회화
1780년경의 프라이하우스. 이 건물 단지 안의 극장에서 〈마술피리〉가 223회 공연되었으며 극장은 1801년 문을 닫았습니다.

객석에서 웃어대던 관객과 무대 뒤 글로켄슈필

모차르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초연 직후 공연장 분위기와 이를 지켜본 그의 반응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콘스탄체는 10월 둘째 주 동생 조피와 온천 도시 바덴에 머물렀고 모차르트는 빈에서 거의 매일 밤 자신의 오페라를 관람했습니다. 그는 10월 7일 자 편지에서 “극장은 여전히 꽉 찼다”고 전하며 앙코르를 받은 곡들을 열거한 뒤 “그런데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말없이 드러나는 찬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10월 8일 토요일 밤에 쓴 편지에는 아주 흥미진진한 일화가 등장하거든요. 그날 모차르트는 같은 관람석에 앉은 한 남자 때문에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2막의 엄숙한 장면이 흐르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웃어댔으니까요. 안타깝게도 그 남자의 이름은 지금 알 수 없습니다. 훗날 편지를 정리한 콘스탄체의 두 번째 남편 니센이 이름을 싹 지워 버렸거든요. 처음에는 모차르트도 가사를 짚어 주며 꾹 참았지만 결국 견디지 못했습니다. “저 사람을 파파게노라고 부르겠다”며 아예 자리를 옮겨버렸다고 편지에 적었죠. 파파게노가 극 중에서 아주 익살스러운 새잡이 캐릭터잖아요? 엄숙한 장면에서조차 웃음을 멈추지 못한 관객을 제대로 비꼬는 참으로 신랄한 별명이었습니다.

같은 편지를 보면 무대 뒤에서 벌어진 짓궂은 장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파파게노의 아리아에는 건반으로 작은 종을 울리는 글로켄슈필이 등장하죠. 그런데 실제 악기와 연주자는 관객 시야 밖인 무대 뒤에 숨어 있습니다. 그날 모차르트는 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려고 슬쩍 무대 뒤로 넘어갔거든요. 시카네더가 노래를 멈추는 타이밍에 모차르트가 뜬금없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해 버렸고 깜짝 놀란 시카네더는 휙 뒤를 돌아봤습니다. 다음 대목에서는 모차르트가 얄밉게도 일부러 연주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시카네더는 파파게노가 들고 있던 소품 종을 탕탕 두드리며 무대 뒤를 향해 “입 닥쳐”라고 외쳤고 객석에서는 그야말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모차르트는 “이 장난 덕에 파파게노가 저 악기를 직접 치는 게 아니란 걸 많은 사람이 처음 알았을 것”이라며 유쾌하게 기록했습니다.

편지 내용은 밤의 여왕 역을 맡았던 요제파 호퍼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모차르트는 다음 날 장모를 극장에 모시고 갈 계획이었거든요. 아내 콘스탄체의 언니이기도 한 요제파는 청력을 잃은 어머니가 줄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대본집을 미리 건네두었습니다. 이를 두고 모차르트는 “어머니는 오페라를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거라고 하겠지”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죠. 극장과 가족에 얽힌 소소한 일상을 늘어놓은 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작곡을 했다”고 슬쩍 덧붙였습니다. 훗날 편지에 주석을 단 편집자는 모차르트가 이때 몰두하던 곡을 바로 레퀴엠으로 짐작합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는 10월 14일 자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모차르트는 전날인 13일 밤에 살리에리와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발리에리를 자기 마차에 직접 태워 극장으로 이끌었죠. 살리에리는 서곡이 흐를 때부터 마지막 합창이 끝날 때까지 곡마다 연신 “브라보”와 “벨로”를 외쳤습니다. 두 사람은 심지어 이 작품을 두고 “가장 위대한 군주 앞에서 올릴 만한 진짜 대작”이라며 치켜세웠다고 합니다. 훗날 모차르트 독살설이라는 근거 없는 낭설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될 살리에리가 바로 그날 객석에서는 누구보다 열렬하게 찬사를 보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1791년 9월 30일 마술피리 초연 극장 전단
1791년 9월 30일 초연 전단. 대본을 쓴 시카네더가 파파게노로 직접 무대에 섰고 모차르트는 오케스트라 앞에 앉았습니다.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3분 안에서 벌어지는 일

조성은 d단조이고 빠르기는 ‘아주 빠르게(Allegro assai)’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막 아리아에서는 볼 수 없던 플루트와 트럼펫에 팀파니까지 단숨에 가세하거든요. 클라리넷과 트롬본 정도만 제외하면 오페라 전체에 쓰이는 악기가 거의 다 동원되는 셈입니다. 별다른 서주조차 없이 첫마디부터 현악기가 매섭게 몰아붙이면 여왕도 지체 없이 “지옥의 복수심이”라며 노래를 터뜨립니다. 곡이 시작된 지 단 1초 만에 끓어오르는 분노가 여과 없이 쏟아지는 파격적인 구성이죠.

d단조 특유의 어두운 음색은 아리아가 뿜어내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한층 짙게 깔아줍니다. 모차르트는 〈돈 조반니〉에서 석상이 저녁 식사에 찾아오는 오싹한 장면에 바로 이 조성을 썼거든요. 피아노 협주곡 20번 역시 d단조로 작곡했습니다. 생애 마지막 해 가을에 매달렸던 〈레퀴엠〉도 같은 조성으로 작업했죠. 이 작품들 모두 심판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팽팽한 긴장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묵직한 음악에 익숙한 청자라면 밤의 여왕이 d단조를 타고 분노를 터뜨리는 이 장면이 훨씬 더 섬뜩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감상자를 압도하는 첫 고비는 “너는 더는 내 딸이 아니다(nimmermehr)”라는 대목에서 찾아옵니다. 여왕은 가사조차 없이 오직 ‘아’ 모음만으로 고음을 짧게 끊어 치며 아찔하게 오르내리거든요. 이 화려한 스타카토 구절이 도달하는 최고음은 무려 F6입니다. 피아노의 가운데 도보다 두 옥타브나 높고 소프라노들이 흔히 ‘높은 도’라고 부르는 C6보다도 완전4도 위에 자리한 까마득한 음이죠. 심지어 이 음을 단 한 번 길게 뽑아내고 마는 게 아닙니다. 큰 폭으로 건너뛰면서도 거듭 날카롭고 정확하게 짚어내야만 하는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두 번째 고비는 “영원히 버림받고”라는 대목에서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앞서 지나갔던 아찔한 스타카토 구절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는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가 한층 더 묵직하고 강렬하게 여왕의 뒤를 받쳐주거든요. 마지막 세 마디에 이르면 여왕이 오케스트라의 거센 화음 사이를 매섭게 가르며 홀로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Hört, hört, hört)”라고 부르짖습니다.

음악학자 토머스 바우먼은 여기서 불리는 마지막 세 음의 진행에 주목합니다. 첫 두 음은 D와 F로 뛰어오르죠. d단조 화음에 익숙해진 귀라면 자연스레 세 번째 음으로 A가 나오겠거니 예상하기 마련이지만, 여왕은 보란 듯이 그보다 반음 높은 B♭을 찔러 넣습니다. 바우먼은 이렇게 기대를 배반하며 불쑥 튀어나오는 B♭이 소름 끼치는 효과를 자아낸다고 설명합니다. 이때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역시 일제히 G현의 높은 자리에서 여왕과 똑같은 B♭을 연주하며 소리의 질감을 한껏 두껍게 덧칠하거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음정 곁에 거칠어진 바이올린 음색이 찰싹 맞물리면서, 여왕이 던지는 마지막 경고는 한층 더 날카롭게 폐부를 찌릅니다.

🎧 감상 포인트: 여왕이 가사를 멈추고 ‘아’ 모음으로 짧은 고음을 이어 가는 첫 스타카토와 곡 끝머리에서 “들어라”를 세 번 외치는 대목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마지막 세 음에서는 예상과 어긋나는 세 번째 음이 유난히 날카롭게 들립니다. 디아나 담라우가 노래한 로열 오페라 하우스 실황은 첫 스타카토의 큰 도약과 마지막 세 음의 날카로운 대비를 또렷하게 들려줍니다.

곡의 전체 음역은 F4에서 F6까지, 자그마치 두 옥타브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악명 높은 진짜 이유는 최고음을 딱 한 번 내고 마는 게 아니라, 저 높은 음역대에서 계속 머물며 노래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리아의 선율 대부분이 A4에서 C6 사이라는 높은 구역에 떡하니 놓여 있거든요. 결국 소프라노는 3분이라는 시간 내내 호흡과 발성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잃지 않은 채, 틈틈이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몇 차례나 도약을 감행해야만 합니다.

구분아리아조성편성음역대략 길이
1막 4번‘오 떨지 마라, 내 사랑하는 아들아(O zittre nicht)’B♭장조 → g단조 → B♭장조오보에 2, 바순 2, 호른 2, 현D4 ~ F6약 5분
2막 14번〈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d단조플루트 2, 오보에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F4 ~ F6약 3분

1막의 눈물, 2막의 칼: 같은 여왕이 맞나

밤의 여왕이 이 오페라 전체를 통틀어 부르는 노래는 딱 두 곡뿐입니다. 1막에서는 그저 딸을 잃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로 등장해, 왕자 타미노에게 “떨지 마라, 내 아들아”라며 다독이고는 부디 딸을 구해 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하죠. 이 첫 번째 아리아 역시 까마득한 최고음 F6까지 올라가긴 하지만, 2막에서 부르는 노래와는 그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느릿한 G단조 선율에 짙은 슬픔을 담아 호소하다가 음악이 B♭장조로 넘어가면 간청하던 어조가 제법 단호해지는 정도거든요. 그런데 2막에 다시 나타난 밤의 여왕은 돌연 딸의 손에 칼을 쥐여주며 살인을 청부하는 인물로 돌변하고 맙니다.

같은 인물이 1막에서는 피해자로 보이지만 2막에서는 악당처럼 돌변하거든요. 이 급격한 변화를 두고 오래전부터 여러 해석이 나왔습니다. 시카네더가 대본을 쓰는 도중에 이야기의 방향을 뒤집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작품이 처음부터 시련을 통과해 지혜와 덕을 얻는 이야기로 짜였다는 해석도 있죠. 후자의 해석을 따르는 연구자들은 여왕이 애초부터 어둠을 대표했으며, 1막에서 흘린 눈물도 타미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연기였다고 봅니다.

이 작품 구석구석에 프리메이슨의 사상과 상징이 배어 있다는 해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모차르트와 시카네더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초판 대본을 인쇄했던 이그나츠 알베르티조차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거든요. 서곡 첫머리에서 의미심장하게 세 번 울리는 화음, 세 명의 시녀와 세 명의 소년, 그리고 세 개의 신전까지. 이 모든 설정이 프리메이슨에서 각별하게 여긴 숫자 3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해석되곤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밤의 여왕을 계몽에 맞서는 미신의 상징으로 풀이하거나, 프리메이슨을 금지했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혹은 가톨릭 교회를 가리키는 인물로 보는 견해까지 등장했습니다. 다만 연구자마다 내놓는 해석의 갈래가 워낙 다양해 어느 하나를 콕 집어 정답이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대본 자체를 들여다보면 여러 작품에서 가져온 소재들이 꽤나 다채롭게 뒤섞여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대본을 쓴 시카네더가 1731년 프랑스 소설 〈세토스의 생애〉에서 불과 물의 시련을 가져오고, 빌란트가 엮은 동화집 〈진니스탄〉에 실린 이야기에서 마법의 피리라는 소재와 제목의 실마리를 얻어왔다고 봅니다. 물론 연구자 피터 브랜스컴은 〈룰루, 또는 마술피리〉가 이 작품에 미친 영향력은 고작 제목을 빌려온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하죠. 이렇듯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결합한 흔적이 대본 곳곳에 남아 있다 보니, 일부 연구자들은 앞서 말한 여왕의 급격한 성격 변화 역시 이 짜깁기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물일 뿐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음악 평론가 스파이크 휴스는 1막 아리아에 등장하는 기교 구절을 두고 이렇게 적었거든요. “가수의 실력을 뽐내려는 게 아니라 여왕의 성격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모차르트에게 콜로라투라는 결의와 분노와 같은 말일 때가 많다.” 빠른 음표와 높은 음을 화려하게 엮어내는 콜로라투라 기교는 2막 아리아에 이르면 한층 더 격렬하게 끓어오릅니다. 선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숨 막히는 기교 구절이 몰아치면서 여왕의 날 선 분노 역시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죠.

사빈 드비엘 · 2018년 브뤼셀 라 모네 극장 실황 — 1막 아리아. 밤의 여왕이 딸을 구해 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입니다.
1791년 마술피리 초판 대본 속표지에 실린 파파게노 차림의 시카네더 판화
1791년 초판 대본 속표지, 새 깃털 옷을 입은 파파게노 차림의 시카네더. 판화를 찍은 알베르티도 프리메이슨 회원이었습니다.

죽어가던 작곡가가 들었다는 높은 F

모차르트는 1791년 12월 5일 새벽, 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마술피리〉가 초연된 지 66일, 그러니까 고작 9주 남짓 지났을 무렵이었죠. 당시 모차르트의 나이는 불과 서른다섯이었습니다. 오페라 공연은 그 뒤로도 죽 이어져 이듬해인 1792년 11월에는 극장이 100회 공연을 성대하게 기념했지만, 안타깝게도 작곡가 본인은 이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남겨진 아내 콘스탄체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3주 남짓 지난 12월 28일, 본의 궁정에 〈마술피리〉 필사 악보를 보내겠다는 편지를 부쳤습니다. 남편을 잃은 뒤 서둘러 그의 작품을 알리고 수입을 마련해 막막한 생계를 꾸려야만 했던 시기였거든요.

오페라 전곡의 악보가 정식으로 인쇄되어 세상에 나온 건 그로부터 23년이나 흐른 1814년의 일입니다. 당시 본의 출판업자 짐로크는 이 악보를 내면서 “모차르트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죠. 정식 악보가 나오기까지 20여 년 동안 밤의 여왕이 부르는 음악은 알음알음 필사본과 극장 사본을 통해서만 간신히 전해졌습니다. 연구자 피터 브랜스컴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각 극장이 악보 일부를 뭉텅 잘라 내거나 슬그머니 고친 판본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초연 때 요제파가 부른 음악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담은 악보는 그가 배역에서 물러나고도 한참 뒤에야 비로소 인쇄되어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모차르트가 맞이한 마지막 밤에도 밤의 여왕이 얽힌 일화가 하나 전해집니다. 죽기 전날 밤인 12월 4일, 병상에 누운 모차르트가 아내에게 이렇게 속삭였다는 이야기거든요. “조용, 조용! 지금 호퍼가 높은 F를 내고 있어. 이제 당신의 언니가 두 번째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을 부르는군. B♭을 얼마나 힘차게 내고 길게 끄는지,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어머니의 맹세를!’” 공교롭게도 바로 그 시각, 프라이하우스 극장에서는 한창 〈마술피리〉가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고 하죠.

💡 사실은요: 이 임종 장면은 여러 책과 해설에 사실처럼 실리지만, 현재 알려진 출처는 작곡가 이그나츠 폰 자이프리트가 1840년 대본 작가 트라이치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사건이 벌어진 지 49년 뒤에 쓰인 기록이며 자이프리트는 1791년 당시 열다섯 살이었습니다. 사건 당시의 기록이나 목격자 증언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사실로 확정하지 않고 ‘전해지는 일화’로 다룹니다. 다만 편지에 나오는 높은 F와 “들어라”의 B♭은 실제 악보와 정확히 맞습니다. 적어도 이 이야기를 전한 사람은 악보를 자세히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극적인 일화가 오래도록 살아남은 데에는 작곡가가 죽어 가는 방과 아내의 언니가 노래하는 극장을 같은 시각의 두 장면으로 엮어낸 구성이 단단히 한몫했을 겁니다. 진위와 별개로, 이 이야기는 밤의 여왕 아리아에서 유독 강한 인상을 남기는 높은 F와 “들어라” 대목에서 길게 버티는 B♭을 아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거든요. 1840년에 기록된 낡은 이야기가 2026년인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건, 이처럼 구체적인 음악적 세부와 극적인 장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모차르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 가운데에는 사실 이 일화보다 더 유명한 것도 있습니다. 10월 13일 밤 객석에서 “브라보”를 외치던 살리에리가 불과 7주 뒤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소문이죠. 모차르트 독살설은 뒤늦게 생겨나 영화로까지 이어졌고, 근거조차 불확실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굳어졌다는 점에서 밤의 여왕 임종 일화와 퍽 닮아 있습니다.

우주로 간 아리아: 1977년 보이저와 에다 모저

1977년 NASA는 보이저 1호와 2호를 발사하면서 각각 금도금한 구리 음반을 한 장씩 실어 보냈습니다. 행여나 외계 지성체가 음반을 발견할 경우를 대비해 지구의 인사말과 자연의 소리, 음악을 꾹꾹 눌러 담은 ‘골든 레코드’입니다. 흥미롭게도 여기에 실린 클래식 음악 가운데 오페라 발췌곡은 단 하나, 바로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뿐입니다. 1972년 8월 EMI에서 녹음한 음원으로, 소프라노 에다 모저가 노래하고 볼프강 자발리슈가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죠. 골든 레코드에는 이 음원 가운데 정확히 2분 55초 분량이 수록되었습니다.

골든 레코드는 지름 12인치의 금도금 구리 음반입니다. NASA 자료를 살펴보면, 수록 내용은 코넬 대학교의 칼 세이건이 이끈 위원회가 골랐거든요. 여기에는 사진 115장을 비롯해 파도·바람·천둥·새·고래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 여러 문화권과 시대의 음악, 그리고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담겼습니다. 흥미롭게도 음악 목록은 나라별로 정리되어 있는데, 밤의 여왕 아리아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곡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죠.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의 뛰어난 기교를 여과 없이 보여 주는 곡이자, 대중문화에서도 널리 알려진 오페라 선율 가운데 하나입니다. 살리에리의 시점으로 모차르트를 그려낸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밀로스 포먼 감독)에서는 소프라노 준 앤더슨의 목소리로 이 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편 20세기 전반 미국에서 불안정한 음정으로 유명해진 아마추어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도 이 곡을 무척 즐겨 불렀습니다.

보이저 골든 레코드의 도금된 커버, 재생 방법을 새긴 도형 기호
보이저 골든 레코드의 커버에는 음반 재생 방법이 그림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 이 그림을 해독해 음반을 재생한다면, 골든 레코드에 실린 유일한 오페라 발췌곡인 밤의 여왕 아리아도 듣게 됩니다.
에다 모저가 노래하고 자발리슈가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1972년 녹음한 음원입니다. 이 목소리를 담은 음반은 두 보이저 탐사선에 각각 실려, 지금도 태양권을 벗어난 성간 공간을 날고 있습니다.

조수미가 부른 ‘밤의 여왕’ 아리아와 국내 인지도

한국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 아리아를 부른 공연과 음반이 꾸준히 소개되어 왔습니다. 조수미는 1990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밤의 여왕 역으로 처음 출연했죠. 같은 해 게오르그 솔티가 빈 필하모닉과 함께 데카에서 〈마술피리〉 전곡을 녹음할 때도 이 배역을 맡았습니다. 당시 녹음은 1990년 5월과 12월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진행되었고, 이듬해인 1991년에 음반으로 발매됐습니다. 1993년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런던 코번트 가든에서도 밤의 여왕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어느덧 이 아리아는 조수미를 대표하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수미가 부른 음원은 2020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OST에도 수록될 정도였거든요. 여러 기사를 보면 카라얀이 조수미의 목소리를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목소리”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나오지만, 최초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카라얀은 죽기 몇 달 전 자신이 지휘할 공연의 한 배역에 조수미를 캐스팅했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끝내 같은 무대에 서지 못했죠.

뉴 그로브가 요제파 호퍼의 음색을 ‘거칠다’고 기록한 반면, 오늘날 남아 있는 조수미의 녹음에서는 ‘맑은’ 음색이 두드러집니다. 조수미는 가벼운 음색으로 음정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고음에서도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거든요. 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200년의 시차가 있어 실제 목소리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견줄 수 있는 자료라고는 호퍼의 목소리를 평가한 문헌과 조수미의 녹음뿐입니다. 어느 음색이 작품에 더 알맞은지는 악보만으로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악보에는 그저 음높이와 ‘아주 빠르게’라는 지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음색이 적혀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조수미가 밤의 여왕을 맡은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 마술피리 전곡 음반 커버
조수미가 밤의 여왕을 맡은 게오르그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의 〈마술피리〉 전곡 음반. 1990년 데카 녹음, 1991년 발매.
조수미 ·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 1990년 데카 녹음 음원. 스타카토 고음이 얼마나 가볍게 들리는지 들어 보세요.

악보와 함께 듣기

악보를 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영상입니다. 스타카토 고음이 오선 위 덧줄에 어떻게 적혔는지, 마지막 “들어라”에 붙은 B♭ 음표가 오선에서 어디에 놓이는지 살펴보세요.

무료 악보 도서관 IMSLP에는 〈마술피리〉 전곡 악보가 공개돼 있습니다.

어떤 여왕으로 시작할까

세 장 모두 오페라 전곡 녹음이며, 밤의 여왕을 맡은 가수를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 첫 감상 추천

조수미 · 게오르그 솔티 · 빈 필하모닉

Decca · 1990년 녹음

고음을 가볍고 정확하게 소화해 처음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더 사납고 위압적인 밤의 여왕을 듣고 싶다면 아래 두 녹음을 권합니다.

레퍼런스

루치아 포프 · 오토 클렘페러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EMI(현 Warner Classics) · 1964년 녹음

정확한 고음에 서늘한 살기까지 더해 밤의 여왕 해석의 기준으로 자주 꼽힙니다. 대사를 뺀 녹음이라 줄거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와일드카드

에다 모저 · 볼프강 자발리슈 ·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EMI(현 Warner Classics) · 1972년 녹음

보이저 골든 레코드에 실린 바로 그 녹음입니다. 반세기 전 음원이라 음질은 거칠지만 그 질감이 사납고 위압적인 여왕과 잘 어울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가사는 무슨 뜻인가요?

아리아는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른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밤의 여왕은 딸 파미나에게 단검을 건네며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명령하고 이를 거부하면 더는 딸로 여기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 아니라 어머니가 딸에게 살인을 강요하는 장면입니다.

최고음이 얼마나 높은 건가요?

최고음은 F6입니다. 피아노의 가운데 도(C4)보다 두 옥타브 넘게 높은 파 음이며 소프라노가 흔히 ‘높은 도’라고 부르는 C6보다 완전 4도 위입니다. 이 곡에서는 F6을 한 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스타카토로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전체 음역은 F4부터 F6까지 두 옥타브에 걸쳐 있습니다.

밤의 여왕은 1막에서도 아리아를 부르나요?

부릅니다. 1막의 4번 곡인 ‘오 떨지 마라, 내 사랑하는 아들아’에서 밤의 여왕은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호소하며 타미노에게 구출을 부탁합니다. 곡은 내림나장조로 시작해 느린 부분에서 사단조로 바뀐 뒤 다시 내림나장조로 돌아오며, 이 아리아도 F6까지 올라갑니다. 다만 흔히 ‘밤의 여왕 아리아’라고 하면 2막의 복수 아리아를 가리킵니다.

처음 부른 사람은 누구인가요?

1791년 9월 30일 빈 프라이하우스 극장에서 열린 초연에서는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의 언니인 요제파 호퍼가 이 역을 맡았습니다. 모차르트는 당시 서른셋이던 호퍼의 높은 음역을 잘 알았고 그 목소리에 맞춰 두 아리아를 썼습니다. 호퍼는 1801년까지 10년 동안 이 배역을 맡았습니다.

보이저 탐사선에 실린 게 정말인가요?

정말입니다. 1977년 NASA가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어 보낸 골든 레코드에 이 아리아가 수록되었습니다. 수록된 음원은 소프라노 에다 모저가 노래하고 볼프강 자발리슈가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1972년 EMI 녹음이며, 길이는 2분 55초입니다.

참고 자료

이어서 듣기 — d단조에서 밤의 오페라까지

이 아리아가 마음에 들었다면 아래 다섯 편도 이어서 읽고 들어보세요. 모차르트가 d단조로 짙은 긴장을 빚어낸 두 작품을 비롯해 그의 죽음을 둘러싼 독살설, 이 아리아로 잘 알려진 소프라노 조수미, 밤을 배경으로 목숨이 걸린 수수께끼가 펼쳐지는 오페라를 다룬 글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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