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2년 3월 23일, 런던 하노버 스퀘어 룸스. 촛불이 켜진 홀 안에 600여 명의 청중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당시 런던 음악계를 주름잡던 요한 페터 살로몬이 기획한 정기 연주회 시리즈의 무대였고, 오케스트라 앞에는 예순 살의 하이든이 직접 앉아 있었습니다. 에스테르하지 궁정에서 30년 가까이 갇혀 지내다 마침내 세계 최대의 도시로 나온 이 노작곡가를, 런던 시민들은 첫날부터 열광적으로 맞아들였습니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한 신문은 하이든을 “음악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렀을 정도였죠.
2악장이 시작됐습니다. 현악기들이 피아니시모로, 고요하고 단순한 주제를 내놓습니다. 박자는 느긋하고, 선율은 민요처럼 귀에 익습니다. 앞줄에 앉은 귀부인들은 부채질을 멈추고 눈을 지그시 감았을 겁니다. 뒷줄의 신사들은 몸을 살짝 뒤로 기댔을 테고요. 홀 전체가 음악에 흡수되어, 어딘가 나른한 오후의 정적 속으로 미끄러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풀 오케스트라가 ff로 터졌습니다. 팀파니 한 방이 홀 전체를 뒤흔들었거든요. 졸던 사람은 자리에서 튀어올랐고, 조용히 앉아 있던 부인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으며, 부채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잠시 후, 홀 전체에 웃음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죠. 하이든은 지휘대 앞에서 빙긋 웃고 있었습니다. ‘놀람’이라는 별명은 그 밤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이었겠죠.
- 작곡가
-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1732–1809) - 곡명
- 교향곡 94번 G장조 Hob.I:94 ‘놀람’
- 작곡 시기
- 1791년
- 악장
- 4악장
I. Adagio cantabile – Vivace assai (G장조)
II. Andante (C장조)
III. Menuetto. Allegro molto (G장조)
IV. Finale. Allegro di molto (G장조)
1악장. 느리게 – 매우 빠르게
2악장. 느리게
3악장. 미뉴에트. 매우 빠르게
4악장. 피날레. 매우 빠르게 - 편성
- 플루트, 오보에 2, 파곳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악
- 초연
- 1792년 3월 23일, 런던 하노버 스퀘어 룸스
하이든, 런던으로 가다 — 작곡 배경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이 처음 런던 땅을 밟은 것은 1791년 1월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쉰여덟. 오늘날 기준으로도 젊다 하기 어려운 나이인데, 당시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년에 접어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런던 방문은 은퇴가 아니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진짜 자유였죠.
30년 가까이 헝가리 에스테르하지 궁정에서 악장으로 일하면서, 하이든은 사실상 궁정의 음악적 하인에 가까운 신분이었습니다. 제복을 입고, 공작의 명령에 따라 작품을 써야 했으며, 허락 없이 궁정을 떠날 수도 없었습니다. 대우는 좋았고 창작 환경도 안정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하이든이 쌓아온 명성은 정작 본인이 직접 마주한 청중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빈, 파리, 런던의 음악 팬들은 하이든의 이름을 알고 그의 악보를 손에 넣었지만, 그를 직접 보거나 대화를 나눈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1790년, 하이든을 오랫동안 묶어두었던 고용주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공작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후임자는 음악에 관심이 없었고, 오케스트라를 해산했죠. 하이든은 연금을 받으며 사실상 자유로운 몸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런던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흥행사 요한 페터 살로몬이 빈에 나타났습니다. 살로몬은 런던에서 12회의 정기 연주회를 기획하면서, 하이든에게 직접 새 교향곡을 써달라는 조건으로 초청장을 내밀었습니다. 하이든은 수락했고요.
훗날 하이든이 직접 회고한 바에 따르면, 그가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린 것은 군중의 열광이었습니다.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음악회장마다 초만원이었거든요. 그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적기도 했습니다. “런던에서 나는 매일 밤 파티에 초대되고, 귀족들의 집에 드나들고, 국왕과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나라는 내게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유로운 청중,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음악회, 경쟁하는 연주자들, 그리고 작곡가를 공개적으로 칭송하는 문화. 하이든에게 런던은 일종의 계시였습니다.
교향곡 94번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1791년에 작곡되어, 1792년 3월에 초연됐습니다. 런던 방문 중 만들어진 두 번째 세트 교향곡들(Hob.I:99–104) 이전, 첫 번째 방문(1791–1792) 시절에 완성된 여섯 곡 중 하나입니다. 살로몬이 기획한 첫 런던 시즌을 위해 쓴 작품으로서, 하이든이 런던 청중의 취향과 기대를 정확히 파악한 뒤 내놓은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서 웃는지, 어떤 순간에 집중하는지—하이든은 그것을 알았습니다. 2악장의 그 유명한 화음은 순수한 장난기에서 나온 것이지만, 동시에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1악장: Adagio cantabile — Vivace assai
하이든의 교향곡 중에서도 1악장 도입부를 이렇게 쓴 경우는 드뭅니다. 빠른 소나타 형식으로 곧장 돌입하는 대신, 하이든은 느린 서주(Adagio cantabile)로 청중을 먼저 잡아당깁니다. G장조로 시작하지만, 서주는 처음부터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풍깁니다. 현악기들이 낮게 움직이고, 목관이 희미하게 응답하는 동안, 음악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채 그저 흘러갑니다. 밝은 G장조인데도 이 느린 도입부는 어쩐지 무게감이 있습니다. 마치 무대 막이 오르기 전의 정적처럼, 청중을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 셈이죠.
서주가 끝나면 Vivace assai가 시작됩니다. 이 전환은 단순한 빠르기 변화가 아닙니다. 기다리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순간이거든요. 제1주제는 G장조로 짧고 경쾌하게 도약합니다. 하이든 특유의 유머가 이미 여기서 고개를 내밉니다. 주제 자체가 단순하고 명료한 만큼, 하이든은 그것을 가지고 얼마든지 뒤집고 변형할 여지를 남겨둡니다.
발전부는 이 기대를 충실히 이행합니다. 제1주제가 해체되고, 조성이 이리저리 바뀌고, 음향의 밀도가 계속 변합니다. 피아노와 포르테가 번갈아 나타나고, 현악과 관악이 서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하이든의 발전부는 단순히 긴장을 늘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짧은 극, 이야기가 있는 여행입니다. 재현부에서 제1주제가 돌아올 때, 청중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선 반가움을 느끼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1악장은 연주회의 문을 여는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지나치게 어둡지 않고,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습니다. 청중을 음악 안으로 끌어들이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만드는 악장이기도 합니다.
2악장: Andante — ‘놀람’의 핵심
이 악장이 없었다면, 교향곡 94번은 런던 교향곡 중 하나로 존경받을 뿐, 별명까지 얻지는 못했을 겁니다. 2악장은 C장조, 빠르기는 Andante. 주제와 변주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주제가 처음 등장하는 방식은 의도적으로 무해합니다. 현악기들이 피아노(p)로, 거의 속삭이듯 단순한 선율을 내놓습니다. 리듬은 규칙적이고, 화성은 예측 가능하죠. 이 주제를 들으면서 청중은 자연스럽게 긴장을 풉니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옆 사람에게 귓속말을 시작했을 겁니다. 연주자들조차 지극히 절제된 음량으로 연주하고 있었으니, 홀의 소음이 음악을 간신히 이기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주제가 한 번 완결되는 그 순간, 전 오케스트라가 포르티시모(ff)로 단 하나의 화음을 내지릅니다. C장조의 화음에 팀파니가 겹쳐 터집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놀람’의 순간입니다. 이 화음은 딱 한 박자만 지속되고 곧 사라지지만, 그 짧은 충격으로 홀 전체의 분위기가 뒤바뀝니다. 이후 음악은 아무렇지 않게 주제를 이어갑니다. 하이든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하는 것처럼. 청중은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단순하지만 완벽한 장치 하나가, 이 작품을 역사에 새겨놓은 셈이니까요.
변주들은 각각 뚜렷한 성격을 지닙니다. 첫 번째 변주는 선율을 꾸미고, 두 번째 변주는 단조(c단조)로 색을 바꿉니다. 갑자기 어두워진 음악은 청중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깁니다. 앞서의 장난스러운 fortissimo와는 다른 종류의 놀람이죠. 세 번째 변주는 목관이 주제를 이어받고, 네 번째 변주는 포르테로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코다에서 음악은 다시 조용해지고, 마지막에 팀파니가 한 번 더 등장하며 악장 전체를 마무리합니다. 처음의 그 놀람을 상기시키듯, 그러나 이번엔 결말로서.
하이든이 이 장치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음악 구조 자체가 그 증거거든요. 이 화음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주제와 변주 형식의 논리 안에서 정확히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놀람은 충격이면서, 동시에 잘 짜인 음악적 진술인 셈이죠. 다만 하이든이 왜 하필 이 순간에 이런 충격을 심었는지 — 그 진짜 이유를 두고는 오랫동안 엉뚱한 전설이 따라다녔습니다.
놀람의 진짜 이유 — 졸던 청중을 깨우려던 게 아니었다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온 런던의 귀부인들이 2악장의 나른한 선율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자, 하이든이 짓궂게 그들을 깨우려 그 화음을 끼워 넣었다는 거죠.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작 하이든 본인은 이 설명을 부정했습니다.
만년의 하이든을 곁에서 지켜본 전기 작가 게오르크 그리징거가 남긴 기록을 보면, 하이든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의도는 청중을 깨우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청중을 놀라게 하려는 것이었다. 런던에서 나보다 먼저 연주회를 연 내 제자 이그나츠 플레옐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졸음이 아니라 경쟁이 그 화음의 진짜 표적이었던 셈입니다.
1792년 런던의 음악 시장은 격전지였거든요. 하이든을 불러들인 살로몬의 연주회 맞은편에는 ‘프로페셔널 콘서트’라는 경쟁 단체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간판으로 내세운 작곡가가 바로 플레옐 — 한때 하이든의 제자였던 사람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같은 도시, 같은 시즌에 정면으로 맞붙은 거죠. 청중과 비평가들은 누가 더 새롭고 더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하이든에게 94번은 그 승부에 던진 한 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한 수는 적중했습니다. 초연 직후 런던의 한 신문은 2악장의 그 순간을,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잠들었던 양치기 처녀가 느닷없는 총성에 화들짝 깨어나는 장면에 빗대며 그 효과를 극찬했고요. 그리징거의 기록에도 “예상치 못한 팀파니 일격에서 열광이 절정에 달했다”는 구절이 남아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경쟁자였던 플레옐조차 이 장치에 박수를 보냈다는 점입니다. 졸던 귀부인 이야기는 훗날 살이 붙은 전설이지만, 하이든이 진짜로 겨눈 청중은 깨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를 저울질하던 런던 전체였던 거죠.
3악장: Menuetto. Allegro molto
하이든 시대의 미뉴에트는 원래 궁정 무도회에서 추던 춤이었습니다. 우아하고 절도 있는 3박자의 춤이죠. 그런데 하이든의 미뉴에트는 그 틀을 자주 비틀거나 흔들어놓습니다. 교향곡 94번의 3악장 역시 전통적인 미뉴에트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서 하이든만의 리듬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Allegro molto라는 지시어가 이미 범상치 않습니다. 미뉴에트치고는 꽤 빠른 템포거든요. 실제 연주에서 이 악장은 상쾌하고 추진력 있게 들립니다. 지나치게 궁정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소박하지도 않습니다. 하이든이 런던 청중을 위해 조율한, 세련되면서도 활기찬 미뉴에트입니다.
트리오 부분에서는 분위기가 한 켜 부드러워집니다. 오보에와 파곳이 주도하는 색채는 홀의 공기를 잠시 다른 곳으로 데려갑니다. 마치 무도회장 안에서 잠깐 테라스로 나온 것처럼—바깥 공기를 한 번 마시고 다시 들어오는 느낌이죠. 미뉴에트가 돌아오면 그 활기가 더욱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이 악장의 묘미는 예상 가능성 속에 있습니다. 미뉴에트—트리오—미뉴에트라는 구조는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하이든은 그 예측 가능한 틀 안에서도 조금씩 비틀고, 예상보다 조금 길거나 짧은 프레이즈를 배치하면서 청중을 미묘하게 흔들어놓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거나, 아직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결말에 다가와 있는 그런 감각. 하이든의 미뉴에트가 항상 지닌 장점이기도 합니다.
4악장: Finale. Allegro di molto
4악장은 G장조, 론도-소나타 형식. 빠르기는 Allegro di molto. 이 악장의 첫 번째 인상은 ‘달린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멈출 생각이 없는 것처럼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현악기들이 제시하는 주제는 짧고 단호하며, 전체 악장 내내 이 추진력을 잃지 않습니다.
론도 형식은 주제가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하이든은 주제가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옷을 입히거나, 다른 조성에서 등장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진입시킵니다. 청중은 주제를 기다리게 되고, 돌아왔을 때 반가움을 느끼는 동시에 “이번엔 또 어떻게 나타날까”라는 기대를 품게 됩니다.
중간부에서는 조성이 이동하고 분위기가 잠시 어두워집니다. 그러나 이 악장에서 하이든은 어둠보다 명랑을 선택합니다. 무겁게 머물지 않고 다시 밝은 G장조로 돌아오는 속도가 빠르고요. 마치 구름이 잠깐 해를 가렸다가 곧 사라지는 것처럼요. 이 선택은 런던 청중이 연주회 마지막에 무엇을 원하는지 하이든이 정확히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었을 테니까요.
코다에서 음악은 더 빨라지고 더 강해지면서 마무리됩니다. 오케스트라 전체가 힘을 모아 G장조로 마지막 화음을 내리꽂을 때, 연주회장은 그날 밤 내내 쌓인 에너지를 한꺼번에 토해냅니다. 박수가 터지는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죠. 4악장은 하이든이 의도한 결말이자, 청중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앞에서 놀라게 하고, 여기서는 날아오르게 만드는 것—그것이 94번의 구조입니다.
왜 지금도 94번인가
교향곡 94번이 230년 이상 레퍼토리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히 그 ‘놀람’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화음 하나로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였다면 진작에 음악사의 각주로 밀려났을 겁니다.
이 작품이 지금도 연주되는 더 깊은 이유는, 하이든이 교향곡이라는 형식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가 이 작품 안에 선명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큰 홀에서 많은 청중을 상대로 하는 음악은, 그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언제 조용히 말하고, 언제 크게 외쳐야 하는지. 언제 청중의 예상대로 가고, 언제 반대로 가야 하는지. 하이든은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고, 94번은 그 지식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니까요.
또 한 가지. 이 교향곡은 하이든이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자유 속에서 쓴 음악입니다. 궁정의 취향이 아닌, 공개 시장의 청중을 위해,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한 음악이죠. 그 자유가 이 곡 전체에 배어 있는 셈이죠. 1악장의 서주가 주는 묵직한 기다림도, 2악장의 유쾌한 충격도, 3악장의 날렵한 미뉴에트도, 4악장의 달려나가는 피날레도—모두 하이든이 진심으로 선택한 것들입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영웅적이고,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완벽하다면, 하이든의 교향곡은 인간적입니다. 장난기와 엄숙함이 섞여 있고, 예측 가능성 속에 뜻밖의 변화가 숨어 있거든요. 94번은 그 인간적인 면모가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오케스트라와 청중 사이에 오가는 눈빛 교환 같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 작품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그것을 듣는 청중 사이에는 여전히 하이든이 1792년에 맺어둔 그 약속이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94번은 이상적인 출발점입니다. 30분 안팎의 연주 시간 동안 교향곡 형식의 기본 구조를 전부 경험하고, 중간에 웃음까지 터지니까요. 이미 클래식에 익숙한 분이라면, 94번을 다시 들을 때 하이든의 구조 설계 방식—그 정밀하면서도 여유로운 솜씨—을 새롭게 보게 됩니다. 어떤 방향에서 들어도 이 작품은 무언가를 돌려주는 법이니까요.
추천 녹음
프란스 브뤼헨 / 18세기 오케스트라 (Orchestra of the 18th Century)
고음악 연주의 기준점이 되는 음반입니다. 당시 사용되던 악기와 주법을 복원한 이 연주는 1792년 하노버 스퀘어 룸스의 소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 있습니다. 현악기의 밀도가 현대 오케스트라보다 얇고, 목관의 음색이 더 날카롭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오히려 하이든의 음악을 더 투명하게 드러냅니다. ‘놀람’의 순간도 현대 연주보다 더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느낌이고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 콘체르투스 무지쿠스 빈 (Concentus Musicus Wien)
아르농쿠르의 하이든은 언제나 극적입니다. 각 악장에 뚜렷한 성격을 부여하고, 프레이즈마다 명확한 의도를 심어놓습니다. 1악장 서주의 음영이 특히 선명하고, 2악장 변주들의 대비가 강합니다. 고음악 계보이면서도 낭만주의적인 표현 의지가 강하게 배어 있어, 브뤼헨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해석을 보여주죠. 두 음반을 나란히 놓고 들으면 같은 악보가 얼마나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 빈 필하모닉 (Wiener Philharmoniker)
앞서 ‘놀람의 진짜 이유’ 절에서 본 실황 영상이 바로 이 연주입니다. 번스타인의 하이든은 현대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량을 충분히 살립니다. 2악장의 놀람 화음은 이 연주에서 가장 크게, 가장 드라마틱하게 터지고요. 그러나 단순히 크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번스타인 특유의 박력과 따뜻함이 전 악장에 고루 녹아 있어, 처음 94번을 접하는 청중에게 강한 첫인상을 줍니다. 4악장 피날레의 추진력은 이 연주가 특히 돋보이는 대목이죠.
안탈 도라티 / 필하모니아 훙가리카 (Philharmonia Hungarica)
1970년대에 완성된 하이든 교향곡 전집의 일환으로 녹음된 음반입니다. 104곡 전체를 녹음한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하이든 교향곡 전집의 기본 참고 음반으로 꼽힙니다. 도라티의 해석은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습니다. 대신 각 작품의 구조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하이든의 음악적 논리를 충실히 따라갑니다. 94번 단독 음반을 원한다면 앞의 세 음반이 더 개성 있지만, 하이든 교향곡 전체를 탐험할 계획이라면 도라티는 빠질 수 없는 기준점입니다.
악보와 함께 듣기
악보를 보며 감상하실 수 있는 영상입니다.
악보 원본은 IMSLP에서 무료로 열람 가능합니다. → 교향곡 94번 악보 보기 (IMSLP)
자주 묻는 질문
하이든 교향곡 94번이 왜 ‘놀람’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나요?
정말 졸던 청중을 깨우려고 그 화음을 넣은 건가요?
2악장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게 음악적으로 무슨 의미인가요?
교향곡 94번은 언제, 어떤 배경에서 작곡되었나요?
전체 구성과 각 악장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추천 음반과 지휘자는 누가 있나요?
런던 교향곡들 중에서 94번은 어떤 위치인가요?
하이든이 연 문 너머로
94번에서 들은 장난기와 구조 감각은 하이든의 다른 작품으로, 그리고 그가 길을 닦아준 후배들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함께 들으면 좋은 글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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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ClassicNote의 하이든 교향곡 시리즈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