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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린 협주곡, 4대만 알면 절반을 놓칩니다

    독주 한 대가 오케스트라 전부와 맞서는 순간들

    멘델스존부터 시벨리우스까지, 처음 듣는 사람의 순서로 바이올린 협주곡 열 곡을 풀었습니다. ‘4대 협주곡’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누군가는 거기서 빠졌는지도 함께 짚습니다.

  • 라흐마니노프 – 교향적 무곡 Op.45

    67세 망명자가 호로비츠에게 먼저 들려준 유언장

    라흐마니노프 마지막 악보에는 그가 직접 손으로 써넣은 글자가 있습니다. ‘할렐루야’. 평생 죽음의 선율 Dies Irae를 작품마다 박아온 작곡가가, 생의 마지막 교향곡 끝에서 그 주제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교향적 무곡 Op.45는 라흐마니노프의 고백이자 고별입니다. 그 결말은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거기에 도달하는지는 직접 들어봐야 압니다.

  • 바버 – 현을 위한 아다지오 Op.11

    대통령이 죽던 날 전국이 틀었던 7분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 미국 전역의 라디오 방송국들이 일제히 같은 곡을 틀었습니다.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는데 전국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겁니다. 26살 청년이 이탈리아에서 쓴 7분짜리 곡이 어쩌다 미국의 비공식 장송곡이 됐는지, 토스카니니가 악보를 받고 답장 대신 통째로 외워버린 이야기, 그리고 장례식에서도 클럽에서도 울려퍼지는 이 곡의 놀라운 이중생활까지 파헤칩니다.

  • 드보르작 –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53

    요아힘이 끝내 외면한 협주곡의 140년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은 이 곡을 끝내 무대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세 번의 개정, 헌정, 직접 찾아간 베를린 방문까지. 드보르작의 4년에 걸친 노력은 침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140년이 지난 지금, 요아힘이 외면한 바로 그 협주곡이 전 세계 바이올리니스트의 핵심 레퍼토리가 됐습니다. 보헤미아 민요 선율과 집시 춤곡이 뒤섞인 이 작품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악장별 감상 포인트와 추천 녹음까지 짚어 봤습니다.

  • 차이콥스키 – 교향곡 제1번 g단조 ‘겨울날의 환상’ Op.13

    신경쇠약까지 간 뒤에야 완성된 첫 교향곡

    26살의 차이콥스키는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부임하자마자 첫 교향곡을 쓰다가 무너졌습니다. 환각까지 보였고, 새벽마다 공포 상태로 잠에서 깼습니다. 겨우 완성해서 스승 안톤 루빈스타인에게 보였더니 돌아온 말은 ‘이대로는 연주하지 않겠다’였습니다.

  • 바흐 –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BWV 1007-1012

    200년간 연습곡 취급을 받은 첼로의 성경

    13살 카잘스가 바르셀로나 고물 악보 가게에서 꺼낸 낡은 악보. 그는 12년간 혼자 연습하고서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때까지 연습곡 취급이던 이 모음곡들이, 카잘스 덕분에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솔로 작품들”이 됐습니다. 원본 악보는 아직도 없습니다.

  •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C장조 Op.15

    출판사가 나중에 완성된 곡에 1번을 붙인 이유

    번호가 1번인데 먼저 완성된 곡은 2번이었습니다. 출판사 아르타리아는 더 세련된 C장조 협주곡에 1번을 붙였고 그 선택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스물네 살 베토벤이 빈 부르크테아터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며 자신을 증명한 이 협주곡에는 모차르트의 그림자와 훗날 황제 협주곡의 씨앗이 공존합니다. 초고부터 출판까지 거의 10년. 그 시간 동안 고치고 또 고친 흔적이 악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입문곡으로 지금도 1순위인 이유를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5번 C장조 K.503

    200년 동안 잊힌 협주곡이 최고작이 된 경위

    오전에는 피아노 협주곡 K.503. 오후에는 ‘프라하’ 교향곡 K.504. 서른 살 청년이 이틀치 작업을 하루 만에 해치운 거냐고요? 아닙니다. 두 작품 모두 그의 전 생애를 통틀어 최정점에 놓인 결과물이거든요. 그냥 그게 모차르트였습니다. 참고로 ‘프라하’ 교향곡도 당시 빈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12월 4일, 모차르트는 빈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음악을 두 편이나 써낸 셈입니다.

  • 차이콥스키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G장조 Op.44

    제자가 뜯어고쳐 58년을 잠든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1번의 그늘 뒤에, 차이콥스키 자신이 더 아꼈던 협주곡이 있습니다. 2악장엔 바이올린과 첼로가 피아노와 함께 삼중 협주곡처럼 펼쳐지는 구간이 등장합니다. 협주곡인데 피아노가 한참을 비켜서야 하는 이 구조가, 처음 듣는 귀엔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오래 들어온 이 협주곡이 차이콥스키 원래 설계와 다를 수 있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467

    완성 16시간 뒤 직접 무대에 오른 협주곡

    마지막 음표를 적은 게 초연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1785년 3월 9일 완성하고 다음 날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직접 독주 피아노를 맡아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달 전에 이미 K.466 d단조 협주곡도 써낸 직후였으니 그 속도가 믿기지 않을 겁니다. 급조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특히 2악장 안단테는 1967년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삽입된 뒤 전 세계 청중의 귀에 박혔습니다. 모차르트 27개 피아노 협주곡 중 입문 1순위로 꼽히는 이유가 이 한 곡 안에 전부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