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흐마니노프가 자기 Op.1을 두 번 죽인 이야기 — 피아노 협주곡 1번 f#단조

    사촌이 집에서 치던 그리그, 트렁크에 남겨진 협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f#단조 Op.1 — 18세에 쓰고 44세에 거의 새로 쓴 유일한 협주곡입니다. 사촌 질로티가 집에서 치던 그리그 차용 의혹, 1909년 미국 데뷔에서 1번을 두고 떠난 사연, 그리고 추천 연주와 악보까지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 만들어진 신화의 다섯 가지 균열

    만들어진 신화의 다섯 균열

    1804년 베토벤은 펜촉으로 종이를 뚫으며 ‘Bonaparte’를 지웠다. 그런데 1806년 출판 표지에는 살아 있는 나폴레옹을 이미 과거형으로 묻어둔 한 줄이 박혔다. 영웅 교향곡은 처음부터 캐논이 아니었다 — 캐논이 된 것이다.

  •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Op.36 — 친구 14명 도촬, 100년 안 풀린 농담

    친구 14명 도촬과 100년의 농담

    1934년 엘가는 입을 다문 채 죽었습니다. 1899년 곡 한가운데 묻어둔 농담을 35년 동안 한 번도 풀지 않은 채로요. 그리고 100년 동안 음악학자 여섯 명이 자기 답이 정답이라며 책을 한 권씩 썼습니다. 〈Auld Lang Syne〉부터 원주율 π까지.

  • 차이콥스키가 박수를 강요한 가짜 finale — 비창이 ‘슬픈 곡’이라는 130년의 오해

    박수 트랩과 130년의 오역

    비창은 슬픈 곡이 아니라 청중을 속이는 곡입니다. 차이콥스키가 130년 전에 의도한 가짜 finale, 4단계 번역 사고 ‘Pathétique’, 조카 봅 다비도프에게 보낸 편지, 초연 폭망과 죽음이 만든 명곡까지 — 비창 신화 전면 해체.

  • 바흐 B단조 미사 BWV 232 — 죽기 전 짜깁기한 2시간짜리 취업 청탁서

    청탁서·짜깁기·109년 침묵

    ‘미사 in B단조’라는 제목은 바흐가 죽고 95년 뒤 출판사가 멋대로 붙인 이름이다. 27곡 중 B단조는 5곡뿐. 그리고 이건 이 곡이 가진 거짓말 중 가장 작은 것이다.

  •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 작품 68 — 21년 신화의 해체와 클라라의 생일 카드

    21년의 신화와 클라라의 생일 카드

    ’21년의 고심으로 빚어낸 베토벤의 10번’ — 한국어 클래식 블로그의 만장일치 신화를 해체합니다. 1악장 도입부는 막판 몇 달 작업이었고, ‘베토벤의 10번’은 뷜로의 반(反)바그너 정치 카드였으며, 4악장 알프호른 주제는 클라라 슈만의 49세 생일 카드였습니다.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18 — 최면에 걸려 쓴 플라시보 협주곡

    최면에 걸려 쓴 플라시보 협주곡

    달 박사는 정신과 의사라기보다 최면 치료에 나선 의사이자 아마추어 비올리스트였다. 1번 교향곡 참패 후 침체에 빠진 라흐마니노프에게 이 곡이 입힌 부활 서사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원전을 들여다보면 3단 구조는 흔들린다.

  •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Op.30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40분

    라흐마니노프는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에게 이 협주곡을 바쳤습니다. 호프만이 초연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호프만은 악보를 들여다보고 한 마디만 남겼습니다. “이 곡은 나한테 안 맞아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협주곡이 헌정받은 자리에서 거절당한 겁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였습니다. 훗날 호로비츠는 말했습니다. “내가 이 곡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어디서 어긋났고 어디서 다시 살아났는지, 이 협주곡은 그 과정 자체입니다.

  • 라흐마니노프 – 전주곡 c♯단조 Op.3 No.2

    싫어도 앙코르마다 쳐야 했던 자신의 곡

    19살 라흐마니노프가 며칠 만에 써낸 2분짜리 소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초연 직후부터 어느 공연장에서나 앙코르로 요구됐고, 그는 죽을 때까지 이 곡을 수천 번 연주해야 했습니다. 저작권 계약을 허술하게 맺어 가장 유명한 곡으로 인세를 거의 받지 못했고, 나중에는 이 곡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청중이 이 2분짜리에서 끝내 놓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62마디 안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 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

    3년간 한 음표도 못 쓴 사람이 내놓은 답

    1897년 초연 참패로 3년간 침묵에 빠진 라흐마니노프가 독일 드레스덴 망명 생활 중 완성한 이 교향곡은, 100년 넘게 연주되는 낭만주의 마지막 대교향곡입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이 60분짜리 교향곡의 절반이 잘려나간 채 음반으로 팔렸고, 지금도 오래된 음반에는 축약본이 섞여 있습니다. 3악장 아다지오의 클라리넷 선율이 기억에 남으면, 다시 처음부터 들을 이유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