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리오즈 – 환상교향곡, Op.14

    짝사랑에 미쳐 아편을 삼키고 꿈에서 그녀를 죽였다

    1827년 파리, 셰익스피어 공연에서 아일랜드 여배우를 본 베를리오즈는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아편을 먹고 환각 속에서 그녀를 죽이는 장면까지 상상했거든요. 그 망상 전체를 5악장짜리 교향곡에 쏟아냈습니다. ‘이데 픽스’라 이름 붙인 한 선율이 매 악장에서 모습을 바꾸며 따라다니는 구조는 당시 누구도 시도한 적 없었습니다.

  • 스메타나 – 나의 조국

    귀먹은 작곡가가 들려준 80분의 조국

    1874년 완전히 귀가 먹은 스메타나가 소리 없는 세계에서 여섯 편의 교향시를 썼습니다. 블타바 강의 물결, 중세 비셰흐라드의 성벽, 타보르 전사들의 행군. 체코라는 나라의 초상화를 80분에 담은 겁니다. 전곡 초연은 1882년 프라하에서였는데, 그때 스메타나는 이미 청각뿐 아니라 정신까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 스메타나 – 블타바

    이스라엘 국가와 뿌리가 같은 멜로디

    1874년, 완전히 귀가 먹은 스메타나가 18일 만에 체코의 강을 그려냈습니다. 산속 두 줄기 시냇물에서 시작해 프라하를 관통하고 엘베강으로 흘러드는 12분의 여정이거든요. 그런데 이 주선율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이스라엘 국가 하티크바와 뿌리가 같은 멜로디입니다.

  • 홀스트 – 행성, Op.32

    점성술에 꽂혀 7개의 행성을 그렸다

    천문학이 아니라 점성술입니다. 1913년 스페인 여행에서 점성술에 빠진 홀스트가 7개 행성의 성격을 음악으로 그렸거든요. 화성은 전쟁, 금성은 평화, 목성은 환희. 초연은 친구가 송별 선물로 빌려준 홀에서 열렸는데, 악단원들은 2시간 전에야 악보를 받았습니다. 지구도 명왕성도 빠져 있는데,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친구의 유작 전시회를 보고 써내려간 음악

    ‘강력한 다섯’이 와해된 뒤 홀로 남은 무소르그스키가 있었습니다. 1874년, 39세에 세상을 떠난 건축가 친구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를 보고 20일 만에 피아노 모음곡을 완성했거든요. 10곡의 그림 사이사이를 ‘프롬나드’라는 걸음걸이 선율이 연결합니다. 죽은 친구에게 보낸 음악 편지인데,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이 원곡을 넘어섰습니다.

  • 레스피기 – 로마의 소나무

    악보에 축음기 재생을 지시한 최초의 작곡가

    1924년 로마 초연, 오케스트라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축음기였거든요. 나이팅게일 녹음을 악보에 지정한 최초의 관현악곡입니다. 레스피기는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5개월간 관현악법을 배웠는데, 그 가르침이 ‘로마 3부작’ 전체를 관통합니다. 소나무 사이로 로마의 역사가 울려 퍼지는 22분의 스펙터클입니다.

  • 브루크너 – 교향곡 제4번 E♭장조 ‘낭만적’

    세 번 고쳐 쓴 끝에 빈이 보낸 첫 박수

    1877년, 자기 교향곡을 직접 지휘하던 한 남자가 텅 비어가는 객석을 마주했습니다. 마지막 화음이 울렸을 때 홀에 남은 청중은 고작 스물다섯 명. 빈 음악계가 형체도 없는 소음이라 비웃던 늦깎이, 안톤 브루크너였습니다. 그런데 4년 뒤, 같은 도시가 그의 교향곡 4번 ‘낭만적’에 환호를 보냅니다. 그 짧은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새벽안개를 뚫고 울리는 1악장 호른 독주에 그 답의 절반이 담겨 있습니다.

  • 말러 –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짝사랑에서 탄생한 연가곡, 교향곡 1번의 씨앗

    카셀 극장의 소프라노 요한나 리히터에게 차인 24살 부지휘자 말러가 있었습니다. 남의 시를 빌리는 대신 자기 감정을 직접 가사로 쓰고 곡을 붙였습니다. 실연의 고통이 네 곡의 가곡에 담겨 있는데, 이 선율이 훗날 교향곡 1번 거인의 씨앗이 됩니다. 실패한 짝사랑이 교향곡의 기초가 된 셈입니다. 2곡과 4곡의 선율이 그대로 교향곡 1번에 재사용되며, 연가곡은 말러 교향곡 세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 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음악 한 곡에 객석이 난장판이 됐다

    바순이 소프라노 음역에서 낑낑대자 웃음이 터졌습니다. 발레리나가 발끝 대신 무릎을 구부리자 야유가 쏟아졌고, 모자가 날아가고 귀부인이 뺨을 때렸거든요. 1913년 5월 29일 파리 샹젤리제 극장, 경찰이 출동한 음악회였습니다. 그런데 이 폭동을 일으킨 곡이 1년도 안 돼서 걸작으로 뒤집힌 과정이 더 놀랍습니다.

  • 파가니니 전설의 진실: 악마와의 계약인가, 아니면 천재의 고독인가?

    저게 사람이면 악마랑 계약한 거다

    도박으로 바이올린까지 잃은 사내가 귀부인의 저택에서 3년간 은둔했습니다. 그 사이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주법을 만들어냈거든요. 무대에 복귀하자 유럽이 뒤집혔습니다. 죽은 뒤에도 교회가 매장을 거부해 시신이 36년을 떠돌았습니다.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의 진짜 이유, 마르판 증후군 가설까지 추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