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자
- 임윤찬 (피아니스트)
- 출생
- 2004년 3월 20일, 경기도 시흥
- 수학
- 예원학교 · 한국예술종합학교 · 뉴잉글랜드 음악원(손민수)
- 레이블
- 데카 클래식스(2023~)
- 주요 이력
- 2022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금메달(대회 최연소)
2024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드 2관왕 - 공식 사이트
- yunchanlimofficial.com
2022년 6월 17일, 포트워스의 배스 퍼포먼스 홀. 열여덟 살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마지막 화음에서 손을 떼자 지휘대에 선 마린 알솝이 눈가를 닦았습니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무대였습니다.
그날 이후 임윤찬의 이름 앞에는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이 늘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쌓인 음반을 순서대로 들어보면 그 수식어가 감당하는 구간은 생각보다 좁죠. 이 페이지가 붙드는 건 우승 이후에 나온 음반 다섯 장, 그리고 그걸 어떤 순서로 들을 것인가입니다.
다가오는 공연
시흥에서 예원까지
임윤찬은 2004년 3월 20일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났습니다. 피아노를 시작한 건 일곱 살. 신동 이야기에 흔히 등장하는 세 살, 네 살보다는 늦은 출발입니다.
여덟 살에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예원학교를 2020년 2월에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로 진학했습니다.
여기서 만난 스승이 피아니스트 손민수입니다. 두 사람의 사제 관계는 학교를 옮긴 뒤에도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임윤찬의 커리어를 따라가다 보면 이 이름이 계속 나옵니다.
국제 무대 기록은 2018년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2위로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아직 국내에서도 이름이 크게 돌지 않던 시기입니다.
분기점은 이듬해였습니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 당시 만 열다섯 살이었습니다.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입니다.
2022년 포트워스
2022년 6월,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만 열여덟 살. 대회 역사상 가장 어린 우승자였습니다.
받아 간 건 금메달만이 아니었습니다. 청중이 뽑는 상(칼라 앤 켈리 톰프슨 청중상, 상금 2,500달러)과 신작 최고연주상(베벌리 테일러 스미스상, 5,000달러)을 함께 가져갔습니다. 대회 수상자 명단에 셋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금메달 부상은 상금 10만 달러, 그리고 3년치 커리어 매니지먼트였습니다. 열여덟 살에게 3년 뒤까지의 일정표가 생긴 셈입니다.
결선 무대는 2022년 6월 17일 배스 퍼포먼스 홀이었습니다. 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 협연은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는 마린 알솝이었습니다.
반 클라이번 결선 실황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
연주가 끝난 뒤 알솝이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지휘자가 무대 위에서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는 장면은 흔치 않습니다.
알솝은 이 대회 심사위원장이기도 했습니다. 결선이 끝난 뒤 그가 남긴 말입니다. “이렇게 벅차고 마음을 사로잡는 연주를 함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윤찬은 깊은 음악성과 어마어마한 기교를 억지 없이 한 몸에 지닌, 보기 드문 연주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이제 겨우 열여덟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경외심마저 듭니다. 앞날에 큰 희망을 봅니다.” 클래식 FM에 실린 발언입니다.
정작 본인 쪽에서 화제가 된 건 다른 문장이었습니다. 우승 뒤 인터뷰에서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살고 싶다”던 과거 발언이 다시 돌았는데, 본인은 문자 그대로 산에 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도 오래 회자된 쪽은 그 문장이었습니다.
데카 이후
우승 이듬해, 콩쿠르 실황이 음반으로 나왔습니다. 2023년 7월 7일 스타인웨이 앤 선즈에서 발매된 ‘Live from the Cliburn – Liszt: Transcendental Etudes’.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을 콩쿠르 무대에서 친 기록입니다.
같은 해 9월에는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으로 편입했습니다. 손민수와의 사제 관계는 그곳에서도 이어집니다.
2023년 10월 데카 클래식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19일, 데카 데뷔 스튜디오 앨범 ‘Chopin: Études, Opp. 10 & 25’가 나왔습니다.
이 앨범이 상을 끌고 왔습니다. 2024년 10월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드에서 피아노 부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인이 이 부문을 가져간 건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정경화가 1990년과 1994년에 바이올린 부문을, 장한나가 2003년에 첼로 부문을 받은 적은 있었고요.
같은 시상식에서 올해의 젊은 연주자상도 함께 받았습니다. 이쪽은 앨범이 아니라 그때까지의 활동 전체에 주는 상이거든요. 심사평은 이랬습니다. “젊은 피아니스트가 이토록 빠르게 이만한 인상을 남기는 일은 드물다. 콩쿠르에서의 성공과 데뷔 스튜디오 음반이 임윤찬이 남다른 재능임을 확인해준다.” 코리아헤럴드가 전한 그라모폰 심사평입니다.
정작 본인이 낸 소감은 상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 목소리의 음색은 아마 제가 태어나 처음 만난 음악이었을 겁니다. 그것부터 시작해 제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겪고 배운 모든 것이 제 음악에 짜여 들어갑니다.”
이듬해 성적은 더 셌습니다. 2025년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에서 이 앨범이 신인 부문과 기악 부문, 그리고 올해의 음반을 한꺼번에 가져갔습니다. 편집장 샬럿 스미스는 수상자 발표문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 20년 역사에서 한 연주자가 음반 한 장으로 상 세 개를 들고 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인 부문 수상자가 올해의 음반까지 가져간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본인 소감은 짧았습니다. “2024년에 뛰어난 음반이 워낙 많이 나와서 이런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늘 마음이 하는 말과 머리가 시키는 일을 하나로 맞추려 애씁니다.”
같은 앨범으로 프랑스 디아파종 도르 올해의 상 ‘젊은 재능’ 부문도 받았습니다.
2026년 6월에는 독일 오푸스 클라시크에서 올해의 기악 연주자로 뽑혔습니다. 그해 2월에 나온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이 근거였습니다. 응모된 음반과 기획 약 680건 가운데 뽑힌 결과였고요. 같은 부문에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호른 연주자 자라 윌리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이 부문을 가져간 건 2년 연속입니다. 전해 수상자가 조성진이었고요. 코리아타임스가 전했습니다.
국내 무대에도 흔적이 남았습니다. 2026년 7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70주년 특별연주회에 협연자로 올랐고, 같은 무대에 손민수가 함께 섰습니다.
앨범 듣는 순서
우승 뒤 나온 음반이 다섯 장입니다. 발매 순서와 듣기 좋은 순서는 다릅니다. 콩쿠르 실황부터 집으면 손가락 속도에 귀가 먼저 쏠려서, 정작 이 연주자가 소리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뒤로 밀립니다. 아래 순서로 들어보세요.
첫 장은 쇼팽 에튀드(2024)입니다. 다섯 장 중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건 이 앨범뿐이라, 무대의 긴장이 걷힌 상태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 곡 길이가 짧아서 아무 데서나 끊고 다시 붙일 수 있으니까요. 쇼팽의 피아노 작품 전체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 궁금해지면 쇼팽 피아노 작품 가이드로 넘어가면 됩니다.
쇼팽 〈에튀드 Op.25-1〉 ‘에올리안 하프’ 공식 영상
가디언의 앤드루 클레먼츠는 이 음반을 두고 “짜릿한 연주다. 기교는 눈부실 만큼 완벽하고, 그 기교를 밀고 가는 음악적 충동은 종종 놀랄 만큼 독창적이다”라고 썼습니다.
두 번째는 라흐마니노프 3번 실황(2025)입니다. 2025년 5월 16일 데카에서 나왔고, 내용물은 3년 전 포트워스 결선 그 무대입니다. 앞 섹션을 읽고 오면 소리가 다르게 들리니까요. 순서를 여기 둔 이유도 그것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자체가 처음이라면 더 널리 알려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를 먼저 짚고 오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필자가 이 실황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그가 하는 모든 것에 밴 확신과 침착함”이라며, “이 장대한 협주곡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 한 번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한다”고 적었습니다.
세 번째는 차이콥스키 〈사계〉(2025)입니다. 2025년 8월 22일 발매, 예후디 메뉴인 스쿨(서리) 실황이고 데카에서 낸 세 번째 음반입니다. 열두 달을 한 곡씩 그린 소품집인데, 임윤찬은 이 12곡을 한 사람의 생애 마지막 해를 그린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큰 곡 두 장을 지난 뒤 호흡을 내려놓는 자리로 맞습니다.
다만 이 음반은 평이 갈립니다. 가디언은 “임윤찬이 이 작품을 우울하게 본 탓에 몇몇 곡의 템포가 느리게 들린다. 처지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무게를 싣기에는 충분히 느리다”고 봤습니다. 열두 달을 생애 마지막 해로 본 시선이 그대로 속도에 드러난 셈입니다. 그 무게를 반길지 답답해할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갈립니다.
네 번째가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2023)입니다. 데카 계약 이전에 나온 음반이라 레이블도 스타인웨이 앤 선즈입니다. 기교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앨범이라 뒤로 미뤘습니다. 이걸 먼저 들으면 ‘빠르다’는 인상이 나머지를 전부 덮어버립니다.
마지막은 골드베르크 변주곡(2026)입니다. 2026년 2월 6일 데카 발매, 2025년 카네기홀 실황이고 데카 계약 이후 네 번째 앨범입니다. 아리아 하나로 열어 서른 개 변주를 지나 같은 아리아로 닫는 구조라, 앞의 네 장과는 필요한 시간 자체가 다릅니다. 시간을 통으로 비워두고 들어보세요. 곡의 뼈대를 먼저 훑고 싶다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해설이 있습니다.
임윤찬 본인은 데카 보도자료에서 이 곡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리아에서 우리가 처음 눈을 뜨고, 깊이 인간적인 서른 개의 변주를 지나, 마지막 아리아에서 눈을 조용히 감는, 음악으로 겪는 한 생애.” (원문 영어, 번역)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카네기홀 실황
가디언의 에리카 질은 이 음반에서 “긴 25번 변주는 뭉클하게 들려주되, 다른 몇몇 연주처럼 심연을 정면으로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는 대목을 짚었습니다.
쇼팽에서 출발해 라흐마니노프 3번과 차이콥스키 〈사계〉, 리스트 초절기교를 지나 골드베르크로 닫는 동선입니다. 다섯 장 중 딱 한 장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첫 장이 그대로 답입니다. 그라모폰과 BBC 뮤직 매거진, 디아파종 도르가 나란히 집어 든 것도 그 앨범입니다. BBC의 존 앨리슨은 한 줄로 요약했습니다. “기어이 듣게 만드는 놀라운 성취다.”
어떤 연주인가
임윤찬 연주를 두고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속도입니다. 그런데 다섯 장을 붙여서 들으면 순서가 뒤바뀝니다. 속도는 결과예요.
쇼팽 에튀드 Op.25-1이 가장 알아듣기 쉬운 증거입니다. 오른손 선율 아래로 아르페지오가 쉬지 않고 도는 곡인데, 임윤찬은 그 아르페지오를 배경으로 눌러두지 않습니다. 안쪽 성부가 계속 들리고, 정작 위에 얹힌 선율 쪽은 힘을 뺍니다. 곡이 얌전해지는 대신 안이 복잡해집니다.
라흐마니노프 3번 실황은 반대편 증거입니다. 몰아붙일 자리에서는 확실히 몰아붙입니다. 다만 1악장 첫 주제가 나오는 대목은 장식이 거의 없습니다. 큰 곡을 만나면 오히려 손을 덜 대는 쪽으로 갑니다.
BBC 뮤직 매거진의 폴 라일리도 이 음반에서 “끝없는 색채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뚜렷한 시선”을 봤습니다. 속도가 아니라 색을 먼저 본 거예요.
차이콥스키 〈사계〉는 세 번째 증거입니다. 여기서는 큰 소리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작은 소리 안쪽을 여러 층으로 갈라놓는 데 시간을 씁니다. 소품집이 심심해지기 딱 좋은 편성인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은 예외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여기서는 손이 확실히 앞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가장 빠른 대목에서도 왼손 밑음이 뭉개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킵니다. 속도를 올려도 소리의 층이 무너지지 않는 쪽이지, 속도 자체를 목표로 세운 쪽은 아닙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는 또 다른 얼굴이 나옵니다. BBC 뮤직 매거진은 “임윤찬의 접근을 떠받치는 건 장난기”라며, “바흐가 부린 작곡 재간 중 가장 알기 어려운 대목까지 그 장난기가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고 봤습니다.
물론 취향이 갈릴 지점입니다. 피아노가 앞으로 밀고 나와 홀을 채우는 연주를 좋아한다면 이쪽 소리는 답답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듣고 싶은 쪽이라면 다섯 장이 전부 걸립니다.
디스코그래피
정규 발매 음반만 발매순으로 추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