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3번〉 — 산은 안 봐도 된다던 작곡가의 100분짜리 여름

1악장 뒤 휴식을 넣은 여섯 악장, 오두막의 두 여름

이 곡은: 말러의 〈교향곡 3번〉은 1895~96년 두 여름에 걸쳐 완성된 여섯 악장짜리 교향곡으로, 알토 독창과 합창이 들어가며 연주 시간은 약 100분입니다.

딱 하나만 듣는다면: 3악장 중반, 빠른 춤곡이 멈추고 무대 밖에서 포스트호른(우편나팔) 독주가 홀로 남는 대목입니다.

추천 음반: 리카르도 샤이 ·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 데카(2003)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1860~1911)
곡명
교향곡 3번 d단조
(Symphony No. 3 in D minor)
작곡 기간
1895 ~ 1896 (스케치 1893년부터)
악장
6악장 (1부: 1악장 / 2부: 2~6악장)
I. Kräftig. Entschieden (d단조 → F장조)
II.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A장조)
III. Comodo. Scherzando. Ohne Hast (c단조 → C장조)
IV. Sehr langsam. Misterioso (D장조)
V. Lust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F장조)
VI. Langsam. Ruhevoll. Empfunden (D장조)

1악장. 힘차게, 단호하게
2악장. 미뉴에트 빠르기로, 아주 절제해서
3악장. 편안하게, 스케르초풍으로, 서두르지 말고
4악장. 아주 느리게, 신비롭게
5악장. 즐거운 빠르기로, 표현은 당돌하게
6악장. 느리게, 평온하게, 느낌을 담아
편성
플루트 4(피콜로 겸함), 오보에 4(잉글리시호른 겸함), 클라리넷 4(베이스클라리넷 겸함), 바순 4(콘트라바순 겸함), 호른 8, 트럼펫 4, 트롬본 4, 튜바, 무대 밖 포스트호른, 팀파니 2조, 심벌즈, 큰북, 작은북, 트라이앵글, 탐탐, 글로켄슈필, 튜블러벨, 회초리, 하프 2, 현 5부
알토 독창, 여성 합창, 어린이 합창
초연
1902년 6월 9일, 독일 크레펠트 시립홀
작곡가 지휘 / 크레펠트 시립악단·쾰른 귀르체니히 관현악단 연합, 알토 루이제 겔러볼터
연주 시간
약 95~110분

1896년 7월, 열아홉 살 브루노 발터가 오스트리아 아터제 호숫가의 마을 슈타인바흐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함부르크 극장에서 말러 밑에서 일하던 청년 지휘자였습니다. 발터가 호수 위로 솟은 횔렌게비르게 절벽을 올려다보자 마중 나온 말러가 말했습니다. “볼 필요 없어. 저건 내가 이미 다 작곡했으니까.”

말러가 그 절벽에서 끌어낸 거대한 음악은 1악장만 35분 안팎으로 이어지며, 그 뒤로 다섯 악장이 더 붙어 전곡 길이는 100분에 이릅니다. 오늘날 표준 레퍼토리에서도 손꼽히게 긴 교향곡인 말러 〈교향곡 3번〉(Symphony No. 3 in D minor)입니다.

이 곡을 소개하는 글에는 으레 ‘자연을 찬미하는 교향곡’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꽃과 동물과 천사가 악장 제목에 등장하니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같은 해 여름 말러가 친구에게 남긴 말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이건 거의 음악이기를 그만뒀어. 자연의 소리나 다름없지.” 그는 예쁜 꽃밭을 묘사하기보다, 겁이 날 만큼 거대한 자연의 힘을 음악으로 끌어오려 했습니다. 그 여름의 오두막이 그 출발점입니다.

1896년의 구스타프 말러 초상 사진
1896년의 말러. 겨울에는 함부르크 오페라를 지휘하고, 여름이면 호숫가 오두막에 머물던 서른여섯 살이다.

슈타인바흐 오두막, 여섯 악장을 쓴 두 번의 여름

말러의 본업은 지휘였습니다. 1890년대 중반에 그는 함부르크 시립극장의 수석 지휘자로 일했으며, 시즌 중에는 작곡할 시간을 거의 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말러에게 여름은 사실상 유일한 작곡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호숫가 마을 슈타인바흐 암 아터제에 위치한 여관에 머물며, 호숫가 풀밭에 지은 방 하나짜리 오두막에서 오전 내내 곡을 썼습니다. 곁에는 여동생 유스티네와 친구이자 비올리스트인 나탈리 바우어레히너가 있었습니다. 바우어레히너는 이 시기 말러의 말을 일기에 남겼고, 이 곡이 태어난 과정 역시 대부분 그 기록을 통해 전해집니다.

말러는 1895년 여름에 2악장부터 6악장까지 모두 다섯 악장을 썼습니다. 바우어레히너의 기록에 따르면, 말러는 슈타인바흐에 도착한 첫날 오후에 꽃과 풀로 둘러싸인 오두막 창밖을 내다보다가 2악장을 단숨에 스케치했다고 합니다. 이 교향곡은 거대한 1악장이 아니라, 목장의 꽃을 떠올리게 하는 2악장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셈입니다.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이 곡은 이미 다섯 악장짜리 윤곽을 갖추었지만, 정작 1악장은 아직 없었습니다.

아터제 호숫가에 있는 말러의 작곡 오두막
호숫가 풀밭에 자리한 말러의 작곡 오두막. 말러는 이 방 하나에서 두 번의 여름 동안 교향곡 3번의 여섯 악장을 써 나갔다. 사진 Furukama · CC BY-SA 3.0

1악장은 이듬해 여름에야 쓰였습니다. 1896년 여름에 슈타인바흐로 돌아온 말러는 1악장 스케치를 함부르크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함부르크에 있는 친구 헤르만 벤에게 스케치를 보내 달라고 편지를 썼지만, 벤 역시 마침 발트해 휴양지에 가 있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벤은 함부르크로 돌아가 말러의 집 악보 더미를 뒤져 스케치를 찾아 부쳐 주었고, 말러는 7월 11일에 1악장이 거의 완성되었다는 뜻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실제 완성일은 7월 26일로 전해지기에, 이때의 편지는 완성 직전의 진척 상황을 알린 보고에 가까웠습니다.

바우어레히너는 당시 일기에 “교향곡 한 곡 길이의 1악장이 6주 만에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젊은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슈타인바흐를 찾아와, 새 교향곡 첫 악장을 산과 절벽이 밀려오는 듯한 음악이라고 설명하는 말러의 이야기를 들은 시점도 바로 이 6주 사이였습니다. 당시 연인이던 함부르크 극장의 소프라노 안나 폰 밀덴부르크에게 보낸 편지에도 작품 규모를 향한 말러의 확신이 뚜렷하게 묻어납니다. “내 교향곡은 세상이 아직 들어본 적 없는 무언가가 될 거요. 자연 전체가 그 안에서 목소리를 얻고, 깊이 감춰진 것들을 이야기하지.” 서른여섯 살의 말러는 이 작품이 보통 교향곡보다 훨씬 길고 넓은 형식이 되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교향곡 3번〉의 제목이 1898년 출판 전에 사라진 이유

밀덴부르크는 말러가 이 곡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상대였습니다. 1896년 6월 편지에서 말러는 1악장을 앞뒤로 나누어 설명하며 앞쪽에는 ‘바위산이 내게 말하는 것’, 뒤쪽에는 ‘여름이 행진해 들어온다’라는 제목을 나란히 붙였습니다. 발터 앞에서 가리켰던 절벽은 이렇게 앞쪽 제목 속에 고스란히 들어갔습니다.

소프라노 안나 폰 밀덴부르크의 초상 사진
소프라노 안나 폰 밀덴부르크. 말러가 “세상이 아직 들어본 적 없는 것”이라고 적은 편지를 보낸 상대다.

곡 전체의 제목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철학자 니체의 책 제목을 그대로 빌려 ‘즐거운 학문’이라고 했다가, 이후 ‘여름 아침의 꿈’으로 고쳤고, 평론가 막스 마르샬크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여름 한낮의 꿈’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와 니체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제목은 작품 자체보다 빌려 온 이름을 앞세울 우려가 있었습니다. 말러가 결국 곡 전체의 제목을 포기했다고 전해지는 이유도 이러한 부담과 맞닿아 있습니다.

편지 속 악장 제목은 차츰 하나의 체계로 굳어졌습니다. 1악장은 “판이 깨어난다. 여름이 행진해 들어온다”였고, 여기서 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염소 다리를 한 숲의 신입니다. 이어 2악장에는 ‘목장의 꽃이 내게 말하는 것’, 3악장에는 ‘숲의 동물이 내게 말하는 것’, 4악장에는 ‘인간이 내게 말하는 것’, 5악장에는 ‘천사가 내게 말하는 것’, 6악장에는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원래는 7악장 ‘아이가 내게 말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독일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의 시로 쓴 노래 ‘천상의 삶’이었는데, 말러는 이 악장을 떼어내어 다음 교향곡인 〈교향곡 4번〉의 마지막 악장으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1898년 빈의 출판사 바인베르거에서 악보가 출판될 때, 이 제목들은 전부 빠졌습니다.[1] 말러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뒤에 어떤 체험이 있는지 먼저 설명해 줘야 하는 음악이라면 아무 가치가 없다.”[4] 제목은 작곡 과정에서 말러가 기댄 발판이었지, 청중에게 미리 건넬 해설문은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정식 악보에는 빠르기말만 남았고, 꽃과 동물과 천사는 편지와 초기 구상 속에만 머물게 되었습니다.

💡 사실은요: ‘여름 아침의 꿈’이나 ‘판이 깨어난다’ 같은 제목을 이 곡의 공식 제목처럼 적은 해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말러는 1898년 출판 전에 곡 제목과 악장 제목을 모두 지웠고, 정식 악보에는 빠르기말만 남았습니다. 오늘날 해설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런 제목들은 공식 제목이 아니라, 말러가 편지와 초기 원고에 남긴 구상 단계의 제목입니다.[2]

말러 〈교향곡 3번〉 1악장 35분, 호른 여덟 대의 1부

초연 때는 1악장이 끝난 뒤 휴식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말러 본인이 악보에서 1악장을 ‘1부’, 나머지 다섯 악장을 ‘2부’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1악장 하나만 30분에서 40분에 달해, 베토벤 교향곡 5번 전곡을 감상하는 시간과 맞먹습니다.

1악장: 호른 여덟 대의 행진

첫머리에서는 호른 여덟 대가 같은 선율을 힘껏 불며 곡을 엽니다. 관현악단에서 호른은 보통 네 대 안팎으로 쓰이지만, 이 곡은 여덟 대를 배치하여 첫 소절부터 음향의 두께가 다릅니다. 이내 낮은 현과 타악기가 무거운 박자를 깔고, 트롬본은 장송 행진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을 연주합니다. 말러가 남긴 구상대로라면 이 대목은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목신 판이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입니다. 봄과 여름이 다가오기 전, 아직 겨울의 무게가 남아 있는 출발점입니다.

이 어두운 출발 뒤에 본격적으로 행진이 시작됩니다. 작은북과 피콜로가 군악대 같은 리듬을 만들고, 말러는 마르샬크에게 이 대목을 ‘바쿠스의 행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술의 신을 따르는 취한 무리가 여름을 끌고 들어오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D단조로 시작한 악장은 F장조로 맺히며, 곡 전체는 마지막 6악장에서 D장조에 이릅니다. 단조를 그늘진 쪽, 장조를 밝게 열린 쪽이라고 본다면, 이 교향곡은 D라는 중심음을 붙든 채 어둠에서 빛 쪽으로 100분 동안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여정입니다.

바우어레히너의 일기에는 이런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름이 힘과 우월함을 다 갖추고 곧 지휘권을 쥔다.”[3] 1악장은 바로 그 지휘권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처럼 들립니다. 겨울의 장송 행진과 여름의 군악대가 번갈아 밀고 당기다가, 마침내 여름 쪽의 힘이 음악 전체를 앞으로 몰고 나아갑니다. 몰아붙였다가 멈칫하고, 다시 밀고 나아가는 35분 안팎의 거대한 첫 악장입니다.

🎧 1악장의 첫 소절: 호른 여덟 대가 한꺼번에 치고 들어오는 1악장 도입부에서 이 곡의 압도적인 음향을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1악장. 무대 위에 호른 여덟 대가 어떻게 배치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꽃과 동물이 말을 거는 2악장과 3악장

2부는 훨씬 작은 소리로 시작합니다. 1악장에서 대편성 악단이 일제히 울렸다면, 2악장에서는 오보에가 먼저 선율을 꺼내 듭니다.

2악장: 목장의 꽃, 첫날 오후의 스케치

오보에가 미뉴에트 리듬으로 가볍게 시작하면 현악기가 그 뒤를 받쳐 줍니다. 미뉴에트는 18세기 궁정 춤곡에서 비롯된 3박자 리듬입니다. 1악장의 거대한 울림과 달리 편성이 갑자기 실내악처럼 작아지면서, 슈타인바흐에서 맞이한 첫날 오후의 창밖 풍경이 곁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슈가 1896년 11월 9일 베를린에서 이 악장만 떼어 ‘꽃 소품’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연주했을 정도로, 이 악장은 교향곡 내에서도 독립된 소품처럼 들립니다.

중간에는 바람이 한 차례 스쳐 갑니다. 템포가 빨라지고 현악기가 잘게 흔들리며 2악장의 차분한 분위기가 잠시 흐트러지지만, 음악은 곧장 미뉴에트로 되돌아옵니다. 훗날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은 1941년에 이 악장을 편곡하며 ‘들꽃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2악장이 한 폭의 풍경처럼 기억되는 이유도 이 가벼운 춤과 갑작스러운 흔들림 사이에 있습니다.

🎧 오보에의 첫 소절: 2악장은 오보에가 3박자로 문을 열며, 1악장의 호른 여덟 대와 전혀 다른 크기의 소리로 시작합니다. ▶ 2악장부터 듣기

3악장: 숲의 동물과 무대 밖 포스트호른

3악장은 말러가 젊은 시절 작곡한 노래 ‘여름의 교대’에서 출발합니다. 뻐꾸기가 죽고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이어받는다는 선율이 스케르초의 뼈대가 됩니다. 스케르초는 빠르고 장난스러운 성격의 춤곡 악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우어레히너는 말러가 이 악장을 두고 “자연이 얼굴을 찡그리고 혀를 내미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기록했습니다.[3] 그래서 이 숲은 얌전하게 정돈된 풍경이라기보다, 새와 동물이 이리저리 끼어드는 소란스러운 장면에 가깝습니다.

뒤이어 이 곡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목이 등장합니다. 스케르초가 돌연 멈추고, 무대 밖에서 포스트호른 독주가 들려옵니다. 포스트호른은 우편 마차가 마을에 들어설 때 불던 나팔입니다. 말러는 악보에 ‘아주 먼 곳에서 들리듯이(wie aus weiter Ferne)’라고 지시했으며, 이 효과를 돋보이게 하려고 연주자는 객석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기를 붑니다. 요즘은 트럼펫 주자가 포스트호른이나 이를 대신하는 플루겔호른을 들고 무대 뒤편이나 복도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베를린 악기박물관에 전시된 포스트호른
베를린 악기박물관의 포스트호른. 우편 마차의 나팔이 말러의 교향곡 한가운데로 들어옵니다. 사진 Simon Schnepp · CC BY-SA 4.0

이 독주는 어느 순간 오스트리아 군대의 ‘해산’ 신호에서 비롯된 트럼펫 팡파르에 가로막힙니다. 멀리서 들려오던 우편 나팔을 군대 나팔이 막아선 장면입니다. 말러는 어린 시절 병영이 자리한 보헤미아의 소도시 이글라우에서 자랐으며, 군악대 소리는 그의 교향곡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3악장은 뻐꾸기, 우편 나팔, 군대 나팔이 차례로 자리를 엇바꾸며 자연의 풍경을 조금씩 뒤흔드는 악장입니다.

🎧 무대 밖 포스트호른: 3악장에서는 스케르초가 뚝 멈춘 뒤, 먼 데서 들려오는 나팔 소리만 홀로 남습니다. ▶ 3악장부터 듣기

뉴욕 필하모닉 트럼펫 수석 크리스토퍼 마틴의 포스트호른 독주. 보통은 무대 밖에서 연주되는 대목을 무대 위에서 들려줍니다.

니체와 천사, 4악장과 5악장에 붙은 두 가사

4악장: 니체를 노래하는 알토 독창

3악장은 여기서 별도로 마무리되고, 4악장부터 마지막 6악장까지 세 악장이 쉬지 않고 한 덩어리로 이어집니다. 알토 독창이 처음 입을 떼는 4악장의 가사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한밤의 노래’입니다. “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깊은 한밤은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구절이 나오면 관현악은 거의 숨을 죽이고, 악보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ppp’, 즉 아주 작게 연주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습니다.

사이사이 오보에가 음을 미끄러뜨리며 새 울음 같은 소리를 냅니다. 밤의 새소리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1악장의 주제도 이곳에서 조용히 다시 고개를 내밉니다. 가사 마지막은 “모든 기쁨은 영원을 원한다”로 맺습니다. 니체를 읽던 30대 말러가 곡의 한복판에 심어 둔 문장입니다.

1882년 프리드리히 니체의 초상 사진
1882년의 니체. 말러가 처음 붙였던 곡 제목 ‘즐거운 학문’도 니체의 책 제목에서 왔다.

🎧 이 첫마디에서 시작되는 ▶ 4악장부터 듣기 구간에서는 알토가 “오 멘슈(O Mensch)”라고 입을 열자마자 관현악이 거의 속삭임처럼 작아집니다.

5악장: 종소리를 입으로 부르는 어린이 합창

밤이 지나가면 어린이 합창이 “빔 밤, 빔 밤” 하고 종소리를 냅니다. 실제 종을 치는 대신, 아이들이 입으로 종소리를 흉내 냅니다. 이어서 여성 합창이 합류하며, 가사는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수록된 ‘세 천사가 노래했네’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시집은 19세기 초 독일의 민요 가사를 엮은 책으로, 말러가 젊은 시절 자신의 여러 작품에 가사로 즐겨 사용한 자료였습니다. 내용은 베드로가 울고, 예수가 우는 까닭을 묻고, 천사가 용서를 노래하는 이야기입니다. 길이는 4분 남짓으로, 여섯 악장 가운데 가장 짧습니다.

원래 이 뒤에는 같은 시집의 가사를 활용한 ‘천상의 삶’이 7악장으로 이어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말러는 그 노래를 분리하여 〈교향곡 4번〉의 마지막 악장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기에 〈교향곡 4번〉의 마지막 악장은 이 곡 5악장의 종소리 세계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두 교향곡을 나란히 감상하면 하나의 구상에서 갈라져 나온 음악이라는 점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1806년 초판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표제지
1806년 초판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표제지. 말러는 이 시집에서 5악장 가사와 7악장 후보를 함께 꺼냈다.

🎧 어린이 합창 첫머리에서 시작되는 ▶ 5악장부터 듣기 구간에서는 아이들이 “빔 밤”으로 종을 치는 첫 소절이 실제 종 없이도 밝고 또렷하게 들립니다.

말러가 〈교향곡 3번〉을 24분 아다지오로 끝낸 이유

6악장: 현으로 시작해 팀파니로 닫는 24분

5악장의 종소리가 멈추면 현악기만 남고, 6악장은 아다지오로 시작합니다. 말러가 이 악장에 붙인 제목은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은 D장조로 천천히 흐르며, 평온한 표정 안에 감정을 길게 쌓아 갑니다. 20분 넘게 이어지는 느린 악장으로 교향곡을 닫는 것은 당시로선 드문 선택이었습니다. 말러는 “아다지오에서는 모든 것이 풀리고 고요해진다”며, 관습과 반대로 아다지오로 곡을 끝냈다고 전해집니다.[4]

현악기가 첫 주제를 길게 노래하면 목관이 그 선율을 넘겨받고, 금관이 긴장감을 끌어올린 뒤 음악은 다시 현악기의 넉넉한 흐름으로 복귀합니다. 마지막 몇 분 동안에는 금관 합주가 D장조 화음을 펼쳐 내고, 팀파니 주자 두 명이 종지를 떠받치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1악장 첫 소절의 d단조에서 출발한 음악은 마침내 이곳 D장조에 이릅니다. 이 100분짜리 교향곡의 커다란 흐름은 꽃과 천사의 장면을 차례로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듯, d단조에서 D장조로 향하는 긴 조성의 이동이 작품 전체를 든든하게 받쳐 줍니다.

브루노 발터는 훗날 이 악장을 두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마지막 악장에서 말은 멈춘다. 천상의 사랑을 음악보다 더 힘 있고 강하게 말할 언어가 어디 있겠는가.”[1] 젊은 시절 말러에게 “볼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던 그 청년이, 시간이 흘러 이 피날레를 묘사하며 남긴 문장입니다.

🎧 감상 지점: 6악장 도입부에서는 현악기만 남아 첫 주제를 부르고, 이 선율이 마지막 D장조 종결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집니다. 길렌 지휘 SWR 교향악단 영상의 ▶ 6악장부터 듣기는 1시간 17분 36초에 맞춰 두었습니다. 이어지는 24분을 한 번에 들으면, 말러가 왜 느린 악장으로 교향곡을 닫았는지 더 분명해집니다.

구분빠르기말/제목조성대략 길이한 줄 포인트
1악장Kräftig. Entschieden / 판이 깨어난다d단조 → F장조약 35분호른 여덟 대가 문을 열고 군악대가 여름을 끌고 온다
2악장Tempo di Menuetto / 목장의 꽃A장조약 10분오보에 하나로 시작하는 미뉴에트, 중간에 바람 한 번
3악장Comodo. Scherzando / 숲의 동물c단조 → C장조약 18분뻐꾸기 스케르초가 멈추고 무대 밖 포스트호른
4악장Sehr langsam. Misterioso / 인간D장조약 9분알토가 니체를 노래하고 오보에가 밤새처럼 운다
5악장Lustig im Tempo / 천사F장조약 4분어린이 합창이 “빔 밤”으로 종을 친다
6악장Langsam. Ruhevoll. Empfunden / 사랑D장조약 24분현으로 시작해 금관과 팀파니로 닫는 아다지오

표의 길이는 이 글 뒤쪽 ‘악보와 함께 듣기’ 영상(길렌 지휘 SWR 교향악단) 기준입니다. 지휘자에 따라 전곡 길이는 95분에서 110분 사이를 오갑니다.

〈교향곡 3번〉 초연, 1897년 혹평과 1902년 커튼콜 12회

전곡 초연까지는 6년이 걸렸으며, 그사이 일부 악장만 먼저 무대에 올랐습니다. 1896년 11월 9일 베를린에서 니키슈가 2악장만 연주했고, 1897년 3월 9일 같은 베를린에서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가 2·3·6악장을 연주했습니다. 반응은 혹평에 가까웠습니다. 평론가들이 말러를 ‘음악 코미디언’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고, 6악장의 주제를 두고 ‘형체 없는 촌충처럼 곡 전체를 꿈틀거리며 지나간다’는 표현까지 나왔다고 전해집니다.[5]

전곡은 1902년 6월 9일, 독일 서부 크레펠트에서 처음 연주되었습니다. 독일음악가협회(ADMV)가 주최한 제38회 음악제였으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그 전해에 이 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음악평론가 알렉스 로스는 자신의 저서 《나머지는 소음이다》에서, 슈트라우스가 회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이듬해 음악제 무대에 말러의 〈교향곡 3번〉을 올렸다고 서술합니다.[6]

연주 규모가 워낙 커서 단일 악단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크레펠트 시립악단과 쾰른 귀르체니히 관현악단이 함께 무대에 올랐고, 1,600석 규모의 시립홀 무대에는 알토 루이제 겔러볼터, 지역 합창 단체인 크레펠트 오라토리오협회 여성 단원, 성 안나 교회 소년 합창단까지 자리했습니다.[7]

1900년 무렵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초상 사진
1900년 무렵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독일음악가협회 회장이 된 뒤, 말러의 100분짜리 교향곡을 이듬해 음악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올렸다.

객석에는 슈트라우스 외에도 〈헨젤과 그레텔〉을 쓴 훔퍼딩크, 피아니스트 오이겐 달베르, 암스테르담에서 온 서른한 살 지휘자 빌렘 멩엘베르크가 자리했습니다. 말러와 멩엘베르크는 이날 처음 만났고, 이 인연은 이듬해 암스테르담 연주로 이어집니다. 석 달 전 말러와 결혼한 알마 말러도 객석을 지켰습니다.

1악장 뒤에는 휴식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전곡 연주가 끝난 뒤 말러는 무대에 열두 번 불려 나왔고, 지역 신문은 “15분은 족히 이어진 우레 같은 박수”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마의 회고에 따르면 슈트라우스는 연주 도중 객석 가운데 통로로 걸어 내려와 말러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스위스 평론가 윌리엄 리터는 6악장을 두고 “베토벤 이후 쓰인 가장 위대한 아다지오일지 모른다”고 평했습니다.[2] 5년 전 ‘촌충’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바로 그 악장이었습니다. 말러는 1902년부터 1907년 사이 이 곡을 열다섯 번 지휘했습니다.

오늘 이 곡을 100분 통째로 감상하는 법

이 곡은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습니다. KBS교향악단이 2024년 5월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로 이 곡을 선보였을 때, 이 악단의 연주는 7년 만이었습니다.[8] 호른 여덟 대와 어린이 합창단까지 요구되는 큰 편성이라 공연장에서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연 기회가 온다면 챙겨 들을 만하며, 집에서 감상할 때도 100분을 온전히 비워 두는 편이 전체 흐름을 따라가기 좋습니다. 악장별로 끊어 들으면 이 곡의 뼈대인 d단조에서 D장조로 향하는 긴 움직임이 흐려집니다.

이 곡을 통째로 듣는 일은 말러가 생각한 교향곡의 크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말러는 1907년 헬싱키에서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를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향곡은 세계와 같아야 한다.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한다.”[9] 그보다 11년 전에 완성한 이 곡은 말러가 훗날 말한 그 생각을 가장 크게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장송 행진과 군악대, 미뉴에트와 뻐꾸기, 우편 나팔, 니체, 어린이 합창, 그리고 24분짜리 아다지오가 한 곡 안에 들어가지만, 말러는 이 재료들이 흩어지지 않고 앞뒤가 맞게끔 묶어 냈습니다.

발터는 절벽을 봤고, 말러는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100분을 끝까지 감상하고 나면 말러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발터가 본 절벽은 따로 감춰진 장면이 아니라, 이미 1악장 첫 소절의 호른 여덟 대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으니까요.

악보와 함께 듣기

미하엘 길렌 지휘 · SWR 교향악단 녹음에 악보를 얹은 영상. 설명란에 악장별 시작 지점이 적혀 있어 악보를 보며 각 악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습니다.

무료 악보 도서관 IMSLP에서는 말러 교향곡 3번의 총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 말러 교향곡 3번 악보 보기 (IMSLP)에서 첫 페이지만 열어 봐도 호른 여덟 대가 어떻게 나뉘어 적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 작품의 편성 규모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첫 감상에 좋은 연주 세 장

100분짜리 곡이라 어떤 음반을 고르느냐가 곧 시간 투자입니다. 녹음 상태가 좋은 현대 녹음 하나, 오래됐지만 기준으로 남은 녹음 하나, 소리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녹음 하나로 골랐습니다.

👑 첫 감상 추천

리카르도 샤이 ·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 · 페트라 랑(알토)

데카 · 2003년 녹음

포스트호른의 먼 거리감이 또렷하고, 6악장 현의 결도 그대로 잡힌 녹음이라 처음 듣기에 좋습니다. 다만 1악장의 행진을 더 거칠고 단단하게 듣고 싶다면 아래 하이팅크 쪽이 더 맞습니다.

레퍼런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 · 모린 포레스터(알토)

필립스 · 1966년 녹음

서른일곱 살 하이팅크가 같은 악단과 남긴 녹음으로, 억지 없이 곡의 뼈대만 세워 60년 가까이 기준으로 남았습니다. 1960년대 녹음이라 소리의 폭은 요즘 음반보다 좁습니다.

와일드카드

이반 피셔 ·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게르힐트 롬베르거(알토)

채널 클래식스 · 2016년 녹음

3악장의 동물들이 유난히 살아 움직이고, 고음질 녹음이라 무대 밖 나팔의 거리감이 잘 잡힙니다. 6악장을 크고 장엄하게 듣고 싶은 사람에겐 담백한 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말러 〈교향곡 3번〉은 연주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지휘자에 따라 약 95분에서 110분 사이입니다. 1악장 하나가 30~40분이고, 나머지 다섯 악장이 60~70분입니다. 표준 레퍼토리에서 가장 긴 교향곡으로 꼽히며, 1902년 초연 때는 1악장이 끝난 뒤 휴식 시간을 뒀습니다.

〈교향곡 3번〉에 노래가 나오나요? 가사는 무엇인가요?

네, 4악장과 5악장에 나옵니다. 4악장은 알토 독창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속 ‘한밤의 노래’를 부르고, 5악장은 어린이 합창과 여성 합창이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의 ‘세 천사가 노래했네’를 부릅니다. 1~3악장과 6악장은 관현악만으로 연주합니다.

3악장의 포스트호른은 어떤 악기인가요?

우편 마차가 마을에 들어올 때 신호로 불던 작은 나팔입니다. 말러는 악보에 ‘아주 먼 곳에서 들리듯이’라고 적었고, 이 대목은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연주됩니다. 요즘 공연에서는 수석 트럼펫 연주자가 포스트호른이나 플루겔호른을 들고 무대 뒤나 복도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 아침의 꿈’이나 ‘판이 깨어난다’는 공식 제목인가요?

아닙니다. 말러가 작곡 중에 편지와 원고에 적었던 제목이지만, 1898년 출판 전에는 곡 제목과 악장 제목을 모두 지웠습니다. 정식 악보에는 빠르기말만 남아 있습니다. 다만 곡의 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설에서는 지금도 편지 속 제목을 함께 씁니다.

처음 듣는다면 어느 악장부터 들어야 하나요?

3악장의 포스트호른 대목과 6악장 아다지오를 먼저 들어 보기를 권합니다. 둘 다 이 곡을 대표하는 부분으로, 포스트호른 대목은 3악장 안의 몇 분이고 6악장은 20분 남짓입니다. 그다음에는 100분 정도를 잡고 1악장부터 전곡을 들으면, 라단조에서 라장조로 옮겨 가는 곡 전체의 흐름이 더 분명하게 들립니다.

참고 자료

이어서 듣기 — 절벽 다음에 오르는 산들

이 곡의 100분을 끝까지 들었다면, 다음에는 말러의 다른 교향곡과 이 작품이 기대고 있는 ‘교향곡’ 형식 자체가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아래 다섯 편은 그 흐름을 따라 고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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